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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회장

농경시대의 끝자락쯤 되는 내 어린 시절,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농촌의 산하와 하늘 그곳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 그곳 사람들이 들에 나가 허리 굽히고 밭일을 할 때, 농부들이 오일장에 나가거나 돌아올 때, 마을 어귀에서 이웃을 만나 환담을 나눌 때, 개구쟁이들이 골목길을 장난치며 뛰어 다닐 때, 심지어는 주부가 부엌에 나가려고 방문을 벌컥 열 때 느닷없이 맞닥뜨린 것은 화려한 꽃잎처럼 흩날리는 청아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뻐꾸기의 울음이었다.

그것은 황금빛 울음이라고 표현한 시인도 있을 만큼 그 소리는 어린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잠깐이라도 뻐꾸기가 울음을 그치면 온통 산하가 텅 빈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그 소리와 마주친 특별한 기억, 땀 흘리며 산속을 헤매다가, 산딸기를 따서 입안에 넣다가, 웅덩이에 풍덩 뛰어들고 와당탕대며 한바탕 헤엄을 치고 나오다가 정면으로 딱 부딪힌 그 처연한 황금빛 울음소리여서 온통 내 마음을 흔들어 그것에 심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가장 극단적인 것은 1950년 뜨거운 6월 26일 월요일 전쟁이 터진 것도 모른 채 멀고 먼 시골 학교 길에서 만난 그 소리였다.

그 날, 학교에 이르니 벌집을 쑤신 듯 한껏 어수선했고 월요일의 운동장 조회에 나가니 교장선생님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어제 새벽 삼팔선에서 무도한 북한괴뢰군이 우리 남한을 불법 남침했다'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전쟁이 일어난 것을 알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어둑했던 세월이었다.

그때도 그 운동장 한복판까지 그 뻐꾸기가 처연하게 '뻐꾹 뻐꾹'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때문에 6.25와 학교 길과 내 고향 산하와 뻐꾸기 소리는 언제나 오버랩되곤한다. 그렇게 주목받는 뻐꾸기는 알고 보면 출생뿐 아니라 놀라운 배신과 악행으로 삶을 출발 시킨다는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뻐꾸기는 탁난성 조류로 5월부터 8월까지의 산란기에 12개 내지 15개의 알을 낳는다.

그러나 스스로 그 알을 품지 못하고 다른 새들, 멧새나 검은딱새 개개비 알락할미새 때까치 등의 여러 둥지에서 몰래 알을 하나씩 낳아 놓는다. 그 둥지의 알들과 섞여 있다가 다른 것들 보다 하루나 이틀 전에 먼저 알에서 나온 새끼 뻐꾸기는 다른 알들을 둥지에서 밀어내어 깨뜨린다. 그뿐 아니라 어미새가 물어오는 먹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많이 채뜨려 배불리 삼킨다.

그래서 모든 새 중에서 뻐꾸기 지능이 제일 높다는 학자의 주장도 있다.

그토록 화려한 새가 그토록 겉과 속이 정반대인 이중성은 참으로 목불인견 아닌가.

로마신화에 '야누스janus의 두 얼굴'이 있다. 보통 출입문 수호신이라 일컷는다. 로마의 큰 건물을 지키는 하나의 수호신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격심한 이중성의 상징 아닌가.

즉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한 인간의 이중적인 두 얼굴을 그 신화는 극명하게 상징하고 있는 것이었다.

최근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뻐꾸기 같은 최악의 이중성, 로마의 신화 야누스의 두 얼굴이 아니겠는가.

한국은 참으로 가공할 만큼 여성을 비하해온 과거의 논거가 있다. 예컨대 남존여비(男尊女卑)라던가, '남편은 하늘이다'라는 속언도 있었다.

시집 간 딸을 일러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고 몰아 붙였다.

그런 여성비하 정신이 오늘의 문제를 일으킨 것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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