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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15 10:30:28
  • 최종수정2018.05.15 10:30:28

김상현

청주시 상당구 농축산경제과 주무관

새벽 3시 50분.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리면 겨우 의식을 찾는다. 밖은 아직 칠흑같이 어둡고,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껴입은 옷 사이를 뚫고 들어온다. 귀 끝이 시려와 귀마개를 깜빡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면 4시 30분 셔틀을 놓치기 때문에 오늘은 귀마개를 포기해야 한다. 셔틀버스에 올라타 눈을 붙이면 찰나 같은 1시간이 지나가고 용평 알파인 스키센터에 도착한다.

나와 함께 청주에서 온 동료들은 용평 알파인 스키센터에서 PCP(차량 통제) 근무를 맡았다. 처음 PCP 팀에 소속된 것을 알고 솔직히 우리는 크게 실망했다. 다른 지자체에서 파견 온 100여 명 또한 우리와 같은 기분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처음 평창 파견 근무가 결정됐을 때, 이상화 선수나 이승훈 선수에게 인형을 건네준다든지 스타디움에서 개회식을 직관하며 질서유지를 하는 등 '눈이 즐거운' 근무를 할 거라는 달콤한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 PCP 팀의 임무는 평창의 외곽 교차로 또는 경기장 진입로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일이었다. 차량이 진입하면 공식 통행증을 확인한 뒤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통행증 종류가 너무 많아 도저히 다 외울 수 없었다. 심지어 그날 그날 발행되는 통행증도 있어 매일 아침 어떤 통행증이 발행됐는지 확인해야 했다. 또 차량에 여러 가지 통행증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어 통과 여부를 매니저에게 물어보기 일쑤였다. 통행증이 없으면서 들어가겠다고 박박 우기는 사람이 많아서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경광봉 하나에 의지해 통제하는데 자동차가 밀고 들어와 그냥 통과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열심히 지켰지만 "경기장 안에 왜 통행증 없는 차량이 있냐"며 매니저에게 혼나 서럽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가 이곳을 지키고 있어 선수들이 일정에 차질 없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최선을 다했다. 특히 개막식 날은 차량이 많고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모이기 때문에 매니저도 차량 통제에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개막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차량 통제가 성공적이라고 칭찬 일색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추운 데서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평창에서 근무하며 두 가지 큰 선물을 받았다. 하나는 평생 한 번뿐일지 모를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데 일조했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이다. 평창올림픽에 파견 나가 직접 현장에서 근무했던 일은 아마 10년, 20년 후에도 자랑거리일 것이다.

두 번째는 함께 파견 간 청주 직원들과 나눈 우정이다. 고된 일을 하며 서로 의지하고 배려해줬던 모습들, 근무를 마치고 함께 저녁을 차려 먹고 맥주 한잔 마시며 올림픽 경기를 보던 즐거운 시간들, 근무가 끝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를 보러 셔틀버스를 타고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달려갔던 열정들이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춥고 힘든 시간 동안 함께 있어 준 동료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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