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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15 17:49:25
  • 최종수정2018.03.15 17:49:25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직지(直指)'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고려 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찍은 불서 중 하나다.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발명보다 78년이 앞서는 것으로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있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게다.

왜 직지라는 이름을 얻은 것일까. 불교 고승들의 언행을 모은 것이라는데 직지심체요절을 줄여 이같이 부른다. 직지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온 말이다.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보면,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라는 뜻이다.

직지가 태어난 고려 시대 가람 흥덕사(興德寺) 터가 찾아진 것이 33년 전 1985년 10월이다. 영원히 찾지 못할 뻔했던 절터의 발견은 기적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흥덕사지의 발견은 학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필자도 전문가들과 더불어 수년간 인근의 절터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청주 인근의 절터나 마을 지명이 '흥'자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달려갔다. 그래도 흥덕사 절터를 찾지 못했다.

절터가 찾아진 것은 운천동일대의 택지개발이 한창일 때다. 청주대학박물관은 운천동 모퉁이에서 이름 없는 작은 절터를 발굴 중이었다. 그런데 충북도문화재과로 한 시민이 찌그러진 청동제품을 택지개발현장에서 수습, 신고해 왔다. 굴착기의 예리한 기계 삽에 찍힌 청동제품은 바로 절에서 사용했던 북(鼓)인 금구(禁口)였다.

금구 모서리에는 음각으로 모두 15자의 글씨가 이었다. '甲寅五月日西原府興德寺禁口壹坐"(갑인오월일서원부흥덕사금구일좌)' 이를 넘겨받은 청주대학 박물관은 흥덕사라는 지명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역사학계가 그토록 찼던 흥덕사 절터가 운천동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금구를 신고한 사람은 그 후 알려지지 않았다. 일대에서 고물상을 하는 시민이라고만 들었다. 세계적인 과학사적 흥덕사를 발견한 장본인은 바로 그였다. 그가 청동제품을 한낱 고철처럼 취급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흥덕사는 영원히 땅속에 묻혀 졌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직지를 찍은 흥덕사를 찾음으로써 청주는 활기를 찾았다. 고 인쇄박물관을 만들고 일대를 사적으로 지정했으며 그 가치를 부각시키는데 힘을 기울였다. 직지 공예비엔날레도 열고 있다. 이런 국제 행사에도 불구 무언가 허전함을 떨 칠 수 없다. 그것은 정작 흥덕사에 전시 돼야 할 직지 원본이 없기 때문이다. 직지는 프랑스박물관 수장고에 꽁꽁 갇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 고려전'을 열기로 했다. 계제에 프랑스 일본 대만정부에 직지와 고려불화 등 각종 문화재에 대한 전시 대여를 요청했으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1월 한국 법원의 '쓰시마 불상' 반환거부 판결을 언급하며 "압류면제법이 있어야 안심하고 유물을 빌려줄 수 있다"고 이유를 들고 있다.

그동안 국회일각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의를 거쳐 압류면제법 발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우리 문화재들에 대해선 환수가 우선'이라고 주장한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법을 포기한 상태다.

그런데 여당의 한 의원이 최근 "공동발의 의원 서명을 마치는 대로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희망을 걸어볼까. 이역만리 프랑스로 떠난 직지가 임시라도 청주로 돌아온다면 근 120년만의 귀향이다. 이런 희망만이라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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