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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따르릉'. 오늘도 사무실 책상의 전화가 울린다. 여러 번 울리지만 내용은 거의 한결같다. 취득세 신고 안내문에 기재돼 있는 증빙서류에 대한 문의다. 안내문에 상세히 적어놔도 전화문의로 이어져 반복적인 응대에 가끔씩 지칠 때가 있다. '왜 안내문을 읽지 않지·'하는 불만과 함께 한숨이 나오곤 한다.

어느 날 후배 직원에게 반복적인 민원에 지치지 않느냐고 하소연을 했는데 "저는 끓는점이 남들보다 높은지 화가 잘 안 나요"라는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그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그 직원의 그런 성격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끓는점'이란 표현은 물리 시간에만 다루는 말인데 이런 상황에 투영돼 들으니 생소하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끓는점(boiling point)'. 사전적 의미는 액체가 표면과 내부에서 기포가 발생하면서 끓기 시작하는 온도이다. 사람이 화가 나는 이유는 상대가 기분 나쁜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눈에서 말초신경을 통해 중추신경으로 들어가는데, 뇌에서 사람을 흥분시키는 물질을 분비해 그것이 다시 뇌를 통해 감각기관으로 가서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산소의 끓는점은 영하 183℃, 물은 100℃, 금은 2808℃이다. 물질마다 끓는점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화가 나서 뇌에서 흥분시키는 물질을 분비하게 하는 기준도 각각 다르다.

우리는 항상 경쟁과 다툼 속에 살아간다. 기본적인 생활 문제 해결 및 사회적 목표에 이르기까지 불안감을 안고 있다. 타인을 이겨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현실의 실패에 민감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다 보니, 감정적이고 예민한 방식으로 나타나게 돼 자꾸 끓는점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화를 내는 끓는점이 낮다고 해서 직장에서 민원인에게 화를 자주 내거나 불만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를 내는 끓는점이 낮은 사람은 사소한 일을 접하면서도 화가 나고 화를 내는 순간을 다스려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끓는점이 높은 사람은 본인 스스로는 민감한 상황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뿐더러 굳이 화를 참아야 하는 방법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민원인에게도 형식적인 마음이 아닌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 주변 사람의 조언, 경험, 유명인의 명언 등을 통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끓는점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알맞게 화를 내는 것, 적재적소에 화를 내는 것, 올바른 화를 내는 것,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 그것은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계획을 세워본다. 화가 나는 끓는점이 지금 산소와 같다면 금처럼 높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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