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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상식이라고 한다. 법은 이치에 맞아야 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모두 공감해야 규범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거나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나라마다도 다르고, 또한 법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커서 과연 법은 정의를 담보 하는가 의문이 생긴다.

우선 법은 가치관의 변화나 시대상황에 따라 변경되기도 하고 아주 폐지되기도 한다. 위헌판결에 따라 국가모독죄,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등이 폐지되었고, 우리 형법에는 배임죄의 처벌조항이 있으나 미국 등 일부 국가에는 배임죄의 처벌조항이 없으며, 사법 운영체계와 관련해서도 영미법계의 대표적 제도인 소위 플리바게인이라고 하는 사법거래나 사법방해제도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중에 "뭐 그런 법이 있나?"- 법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법에는 어떻게 되어 있나 보자"- 법이 상식과 다르게 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법대로 하면 손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법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행객이 숙박업소에 투숙하면서 100만원을 맡긴 후 다음날 아침 맡긴 돈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주인이 맡긴 것이 없다고 부인하며 반환을 거부하자 재판을 하였으나 보관증이 없다는 이유로 패소하였다. 여행객은 얼마 후 그 숙박업소에 다시 투숙하여 200만원을 맡기고 보관증을 받는다. 다음날 아침 200만원의 반환을 요구하자 보관증을 본 주인이 순순히 반환을 한다. 그런데 여행객은 숙박업소의 주인을 상대로 보관금 200만원의 소송을 제기하였고, 주인은 반환하였다고 주장하나 반환영수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하여 다시 200만원을 여행객에게 지급하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차용금반환 문제에서도 오랜 기간에 거쳐 비용을 지불하면서 어렵게 민사소송을 통해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문까지 부여받았다 하더라도 채무자가 자산이 없거나 이미 재산을 빼돌려 놓았다면 어렵게 얻은 확정판결문도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국민의 법감정에는 맞지 않는다. 현재 사법체계가 도입되기전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었던 법률제도에 따르면 어떻게든 돈의 반환여부에 대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끝까지 밝혀 실체적 진실에 맞게 결정하려고 할 것이고, 차용금 변제 문제도 종국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서구법체계가 도입되면서 우리의 전통적인 분쟁해결 방식은 "원님재판"이라고 하여 마치 불합리한 제도인 것처럼 치부되고 말았다.

이러한 법률체계의 차이에서 법에 대한 불신과 법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흔히들 억울한 옥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죄 중에는 전혀 죄가 없어서 무죄가 되는 경우와 죄를 지은 것은 확실하나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가 선고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유명한 미식축구선수 O.J. 심슨의 이혼한 처에 대한 살인사건일 것이다.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민사재판에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막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 파산되었다. 범인이 확실함에도 무죄로 석방되는 것을 보고 피해자가 울분을 참지 못해 개인복수에 나서는 내용의 미국영화를 많이 볼 수 있다.

'모범시민'이라는 영화를 보면 공무원으로서 모범시민인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들에 의해 아내와 딸이 무참하게 살해당하였으나 범인이 사법거래를 통해 풀려나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복수에 나서 범인을 찾아 잔인하게 살해함은 물론 보석결정을 한 판사와 검사실 직원들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도 교도소에서 폭사하게 되는 비극적이고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양심을 버리거나 편견을 갖고 사건을 처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편파적이거나 사심을 가지고 공명심에 사로잡혀 무리하고, 무능하여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면 결국 법에 대한 불신과 큰 비극을 초래하는 것을 보여준다.

법이 정의를 담보하고 법대로 하는 것이 이치에 맞고 상호간 신뢰를 쌓을 수 있기 위해서는 법의 내재적 한계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의 준법의식이 매우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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