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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2.05 15:09:02
  • 최종수정2018.02.05 15:09:02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남북 간 합의내용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는 그동안 종종 있어 왔다. 2001년 3월 남북 제5차 장관급 회담 당일 전화 통지문으로 불참 통보, 2002년 5월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를 하루 앞두고 불참 통보, 2006년 5월 25일 남북철도 시범운행 하루 전 취소, 2013년 9월 이산가족 상봉행사 4일전 취소 등 사례가 적지 않다.

북한이 이번에도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하여 남한과 합의한 사항을 취소한 경우가 이미 2차례다. 그것도 일방적이다. 지난 1월 19일 현송월의 공연점검 차 방문도 중단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고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29일에는 금강산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사과 한마디도 없다. 취소 이유도 남한 언론이라고 통지문에 명시했다. 북한의 이유는 이러하다. 즉, 남측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에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합의사항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설득력 있는 변명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북한은 상호신뢰 관계의 핵심인 합의를 왜 이렇게 일방적인 취소를 했을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의 전략전술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평창에 다가왔다. 핵과 미사일이 연계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시키면서 말이다. 우리 측에서 깍듯이 맞이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 정도면 북한이 의도했던 평창 참가의 효과를 누리는 듯 했다. 현송월의 남한 방문도 흥행을 몰고 왔다. 향후 남북대화의 길을 열어 놓았다. 비핵화 없이는 북한과 대화 불가를 외치는 미국과 차별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있다. 평창 참석을 통해 북한의 평화 이미지와 한미관계의 균열을 기대했는데, 전략전술 면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더구나 남한의 분위기도 전폭적인 환영일색은 아닌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더구나 여자아이스하키팀의 경기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북한에 대한 비판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둘째, 북한의 자본주의 문화의 경계이다. 금강산합동문화공연에는 한국의 케이팝(K-POP) 공연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합의 사항 번복은 케이팝 공연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소년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지금도 남한의 기성세대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북한 청소년들은 한류를 접하면서 케이팝을 흥얼거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공개적으로 부를 수는 없다. 북한은 이러한 점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2월 21일부터 3일 동안 당 세포위원장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타파를 상당부문을 할애해 연설을 했다. 특히 사회주의문화예술이 썩어빠진 부르죠아반동문화를 압도하자고 강조했다. 북한의 한류문화에 대한 경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년 만에 당의 기초조직이고 인민들의 사상통제 일선에 있는 당세포위원장들의 모임을 열어 외래문화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여 내부적 결속을 다시 다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금강산문화공연을 통해 한류문화가 공개적으로 북한에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와 남북대화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지니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미국의 공세로부터 방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남한 내 여론의 호응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비사회주의적 문화 확산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한미동맹의 균열조짐도 없다.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평창에 한걸음씩 다가 갈수록 북한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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