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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 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고운님이 오신다는데, 삼경 되면 오시려나, 고운님은 오지 않고 베갯머리만 적시네,,'

한국의 민요가운데 가장 슬픈 가락이라는 흥타령.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밤새 그리는 표현이 너무나 처연하다. 그런데 애절한 가사 가운데 길조 '까치'가 등장하는 것이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성이나 강, 다리에는 까치의 작(鵲)자를 딴 이름이 많다. 작성(鵲城)이나 작천(鵲川), 오작교(烏鵲橋)이니 하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인들도 까치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겨 추에바오(鵲報), 시추에(喜鵲)란 말을 쓴다.

청주 까치내는 이곳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 멱 감고 자라 온 추억의 장소다. 은빛 찬란한 각종 민물고기들이 많이 잡혔다. 많은 이들이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본 낭만의 하이킹 장소이기도 했다.

옛날 무심천과 까치내 합수머리에 작은 주막이 있었다. 한양으로 가던 경상도 청년이 호랑이에게 당할 화를 까치가 울어 면하게 해 줬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는 관리들이 쉬어가는 작원(鵲院)이 있었다. 옛 기록에 '고을 서쪽 20리에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의 어디쯤일까.

세종 때 문신 정이오(鄭以吾)는 왕의 초정 약수 행차 때 수행을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정몽주등과 절친했으나 이태조 편에 서서 개국을 도와 벼슬이 높아졌다. 조선 초기 네 명의 왕을 모셨으니 오랫동안 영달을 누린 셈이다.

그가 까치내를 지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큰 들은 남쪽으로 문군에 이어지고, 두 냇물은 서쪽으로 흘러 금강에 이르네(大野南連文郡去 二川西入錦江流) ' 문군이란 바로 문의를 뜻하는 것이며 두 개의 천이란 무심천과 작천을 지칭한 것이다.

가치내는 비가 오면 배를 타고 건너야 할 정도로 물이 많았던 것 같다. 여지승람을 보면 오근진(오창)에 다리(橋)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비가 오면 까치내는 흡사 큰 호수처럼 보인다. 까치내를 미호천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1900년대 라는 기록이 있다. 어느 누가 작명했는지 아름다운 이름이다.

까치내 천변 정북리에 네모반듯한 토성(土城) 유적이 있다. 흙으로 쌓은 성으로 성 안에서 청동기 시대의 유물까지 조사됐다. 성이 축조된 시기는 아무래도 마한 이후로 추정되며 고구려가 청주를 장악했을 당시 유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고구려 국내성 도읍시기 혼강 유역의 지안(集安)지역에 이 같은 모양의 정방형 토성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호천일대는 선사유적의 보고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천변 언덕들은 선사인들이 살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청동기 유적 뿐 아니라 구석기 유물도 여러 곳에서 수습되었다. 공주 석장리, 대전 둔산 선사 유적에 버금가는 중요한 유적들이 찾아질 가능성이 있다. 필자도 몇 군데를 조사하여 학계에 보고한 적이 있다.

미호천은 증평 진천 오창 세종시를 품은 젖줄이다. 한동안 각종 공해로 몸살을 앓았다. 생활 하수, 각종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죽은 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이 정화되어 떠났던 백로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새해 '미호천 시대를 열자'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청주의 미래, 미호천을 중심으로 훌륭한 미래 도시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역사 문화가 살아있는 까치내, 세계적인 '청정 미호도시'의 기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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