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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애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오랜만에 집을 찾은 아들내외가 반가웠던 주말이다. 새로운 얼굴과 환경에 접한 손주는 갑자기 늘어난 가족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좋은지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며 신바람이 났다.

식사를 하면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던 아들이 갑자기 반사적으로 식탁에서 일어났다. 잠시 살펴보더니 아이를 번쩍 들어 안고 화장실로 달려갔고 며느리는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겨 뒤를 따랐다. 반신욕을 하고 나온 아이가 잠시도 누워있지 않으려는 바람에 아빠가 아이를 잡고 어르는 틈을 타서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는 협업 하에 작은 전쟁(?)이 끝났다. 배변처리 후 아들 내외는 만면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고 기분이 상쾌해진 손주는 귀여운 재롱으로 행복을 전해 주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우리 부부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칭찬의 말이 터져 나왔다.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아들부부와 그들에게 함께하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준 사회교육의 고마움을 속으로 되뇌며 미소를 보냈다.

예전에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는 것이 대부분일 만큼 매우 제한적이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 역할 특히 남성의 역할에 대해 특별히 가르치지 못해, 변화하는 추세에 맞추어 가정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현실에 접한 아들의 대응을 보고 다소 안심이 되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역할이 클 수밖에 없고,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 가중시켰던 사회적 관행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여성을 위한 사회적 지원제도가 많이 생겨난 지금에도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직장과 가정에서 더 힘든 일상을 감내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공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닥쳐올 인구절벽의 위기를 보육시설의 확보, 출산과 양육비 지원, 육아휴직제도 등으로 해결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하는 삶을 통해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더욱 필요하다. 나만의 이기심에서 벗어나 작은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는 배려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초석임을 가정에서부터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하고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함께하는 삶으로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되어,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행복하고 행복한 부부의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행복을 누리고 온 가정이 행복한 사회는 안전이 보장되는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단순한 이치를 되새기며 새해를 열어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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