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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인정보 문구다.

매력적인 강점은 한 번도 밀려본 적 없는 월급이고, 가장 큰 장점은 '가족 같은 분위기'란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가족처럼 따듯한 환경일 것이라는 또 다른 표현일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진짜 일을 시작하면 정말 가족이 되는 경험을 한다.

밥값 못한다며 마땅찮은 시선으로 흘겨보던 부모님의 시선을 사장에게서 느낀다. 그 뿐이랴.

용기내서 어렵게 용돈을 달라치면 "어디에 쓸거냐, 공부도 안하면서 돈 쓸 시간은 있더냐"하며 잔소리하던 가족처럼 알바생이 월급 얘기를 용기내서 하게 한다.

내 배 부르면 종의 밥 짓지 말라던 옛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니라며 하소연하던 후배의 알바에 대한 소회를 듣다보니 짠한 생각이 든다. 불행이라면 불행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데 말이다.

밥벌이 하는 사람에게는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밥벌이를 하러 간다. 그야말로 '밥' 때문에 '벌'을 받는 심정일 것이다. 생존을 위한 '벌' 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밥을 먹는 것은 지당하며, 밥벌이를 위해 직업을 갖는 것은 온당한 일이며, 밥값을 하려고 애 쓰는 것은 마땅할 것이다.

그러니 먹고살기 위해 매일매일 전쟁터로 출근하기는 생존을 위한 '벌'일 수도 있지만 생계를 위한 프로 정신 일 수도 있다.

얼굴값, 나잇값 보다 의미심장한 밥값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는 새해에도 여전할 것이고, 자아실현과 넉넉한 생계수단도 되는 직업을 찾을 것이다.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자아실현을 해야 한다는 허상은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위해 밥벌이를 한다는 것 자체도 훌륭한 이유다.

직장생활이 자아실현과 넉넉한 생계수단이면 좋겠지만 세상에 사람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열정을 가진 '노력'이 '삽질'이 되거나, 어렵고 험한 일, 때로 모욕을 감수하는 일, 눈꺼풀이 감기는 일, 남들과 눈을 부라리는 일도 할 수밖에 없다.

고약한 동료나 상사가 싫다는 하소연도 많다. 자신과 안 맞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 월급의 대가이니 그것 또한 견뎌내야 한다.

사람들은 밥벌이를 위해 일만 하다가 벌어 둔 밥을 넘기기도 어려운 나이가 돼서야 후회한다. 그렇게 되지 않을 만큼만 견뎌내는 것이다.

우리의 밥벌이가 되고 계급을 규정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기도 하니 직업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사회복지사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폐지 리어커를 끌고 다니는 분들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 소식이 더 가깝게 들린다.

그런 분들의 디딤돌인지 걸림돌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다짐을 해본다. 밥 먹는 짐승은 되지 말자고 말이다.

밥 먹는 짐승이 적지 않은 이 시대에 그런 다짐은 박수를 보낼 만하지 않은가

무술년 새해에는 밥벌이를 하는 고단한 사람들과 서로 위로하자. 밥도 서로 나눠 먹고 내 밥도 더러 나눠주기도 하자. 자식 입에 들어가는 밥숟갈을 극락이라고 하던 시인 고운의 진심을 이제 주변 동료와 지역사회와 더불어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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