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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영

수필가

2018년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두 손을 모은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새해에 희망을 품는다.

우리 가족은 새해 첫날이면 연례행사처럼 인근 S 웨딩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떡국을 먹으러 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에 이웃과 함께 떡국을 준다는 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행사장이 가까워지자 벌써 다녀오는 사람들도 보이고 기다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 보였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어 차례를 기다린다. 쌀쌀한 날씨지만 새해를 맞는 기분 때문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앞에서 악수하면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현직 시의원과 올해 지방선거에 도전할 사람들이 명함을 건넨다. 유일하게 가까이서 만나 악수를 하며 인사하는 공간이 바로 여기다. 작년에는 국회의원이나 시장님이 오셔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했다. 마치 복이 내게 금방 들어오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만나지 못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큰 홀이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조금 과장해서 내가 사는 용암동 주민들이 모두 나온 것 같다. 내가 이곳을 알고 처음 왔을 때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는데 해가 갈수록 입소문이 퍼져선지 멀리서도 가족 단위로 온다고 한다.

원탁에 둘러앉아 떡국을 먹는 사람들 옆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따뜻한 눈인사를 나누는 표정이 밝다. 떡국을 제공하는 임직원들의 정성이 들어가서인지 맛도 일품이다. 모두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떡국을 먹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옆집 언니 부부도 보이고 평소에 잘 만나지 못했던 지인도 보인다.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며 이산가족 만난 듯이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눈다. 자주 보는 이웃이지만 장소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했다.

떡국이 끝이 아니다. 식당 출입문을 나서면 백설기를 나눠준다. 우리는 그 떡을 들고 커피 등 차가 마련된 다른 공간에서 이웃들과 덕담을 나누며 여유를 가진다. 새해 아침에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우리는 더 머물고 싶었지만 밀려오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우리보다 늦게 집을 나선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새끼줄같이 구불구불한 사람들의 띠가 도로까지 점령했다. 그 모습이 진정 장관이었다.

이 행사는 16년 전 500인분의 떡국을 준비해서 무료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올해는 만 그릇의 떡국을 준비했는데도 모자라 국수로 대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6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의 나이가 된다. 긴 세월을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이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CEO의 경영철학이 존경스럽다.

더 중요한 것은 청주의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었다는데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전적 정의로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라고 했다. 한 사업가가 제공하는 떡국 한 그릇은 그냥 떡국이 아니다.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많은 사람에게 문화로 누릴 수 있는 계기와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달콤한 새벽잠을 물리치고 왔을 많은 사람들이 여기로 달려온 것은 떡국 한 그릇에 대한 공짜의 매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새해 아침 희망을 꿈꾸며 서로의 복을 빌어주고 올 한 해도 건강과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함께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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