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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장

30년이 훨씬 넘는 공직생활이지만 직장 이야기보다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직장 맘들이 겪는 육아에 대한 고충과 아이 학업에 대한 고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전하고자 함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공무원이 된 것과 두 딸과 아들을 둔 일인데, 이는 지금도 하루하루 웃음 나게 행복한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금 두 딸은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막내인 아들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는 직장 맘으로 바쁘다는 핑계를 습관처럼 대면서 방임주의적 양육방식을 많이 적용했던 것 같다.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준비물 외에는 과제물이나 숙제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별로 개입을 안했다.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어봐야 다음부턴 스스로 잘 챙길 거라 믿었고, 비 오는 날 학교로 우산을 가져다 줄 수 없는 엄마라면 미안해하기보다는 오늘 맞은 비로 인해 다음에는 미리 우산을 챙길 줄 아는 아이를 기대하면서 안쓰러운 생각이나 가책을 숨겼다.

큰 아이가 대학생이 됐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 셋을 묶어 일본 배낭여행을 보냈고,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다리품 파는 고행길이지만 그 과정과 경험에서 도전정신과 문제해결 능력을 배우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막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됐을 땐 두 딸의 영향으로 뮤지컬 몇 편을 접한 다음 부작용(?)이 일어났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면서 자퇴와 검정고시까지 운운하는 진로 선택의 기로에서 부모 입장에서 쉽게 동조할 수 없었던 힘든 갈등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불편한 설득과 협상 끝에 자퇴만은 피하기로 하고, 고3 한 해를 매일 학교와 서울 학원을 오르내리는 강행군 끝에 원하던 분야의 대학 입시는 결국 실패했고, 아이는 당초 약속한 대로 공군으로 자원입대했다. 요즘 군대는 편하다면서 안쓰러움을 감추고 고졸 최연소로 아들을 등 떠밀면서 호랑이 어미가 새끼를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리는 심정으로 '너를 위해 보내는 것'이라고 합리화시켰다.

6주간의 군사 기초 훈련을 마치던 날, 진주로 첫 면회를 갈 때는 수백 명의 훈련병 중에서 아들을 빨리 찾으려고 피켓을 만들어 '내 아들 ○○○! 엄마 여기 있다!' 마구 마구 흔들어대기도 했다. "엄마가 창피했니?" "아니요! 고마워요."

지난 5월 전역할 무렵 아들은 말한다. 뮤지컬을 전공하고 싶다고. 그리고 자기 인생이니 믿고 맡겨 달란다. 인생의 정답과 옳고 그름을 어찌 판단하겠는가. 실패하더라도 안하는 것 보다는 해 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말에 공감한다.

꿈을 향해 애쓰는 아이에게 엄마는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성자처럼 굴다가도 불투명한 미래의 불안감으로 가끔씩은 감정기복도 보이지만 뭐 어쩌겠나. 휴대폰 톡 알림 글에 소심하게 표현한다. '아들아! 너의 선택이 최선이다. 널 응원한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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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