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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우리 민담 속의 곶감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로 그려졌다. 아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한 곶감, 호랑이는 곶감의 존재가 무서워 줄행랑을 치고 만다. 그런데 설화 속에는 효성에 감동한 호랑이가 효자를 등에 태워 감을 구해주는 고마운 동물로도 나타난다.

조선 순조 때 충남 공주 정안에 살았던 효자 최익항이나 부산 해운대에 전해 내려오는 효자 얘기 속에 홍시와 효감(孝感) 호랑이 설화가 접목되어 있다. 효자들이 부모를 위해 곶감이 필요하자 호랑이가 등장하여 염원을 들어주는 것이다. 공주 최익항 곶감 효자는 아들 손자 삼대가 대를 이어 정문을 받았다.

경북예천의 도효자(都孝子)는 철종 때 사람이다. 집안이 가난하여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어 팔아 홀어머니를 봉양했다. 어머니가 평소 감을 좋아하므로 효자는 울타리에 감나무를 심어 백 이십 세가 되도록 감 봉양을 했다.

옛 사람들은 감나무에 오상(五常)과 오절(五節)의 기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상이란 문(文). 무(武), 충(忠), 효(孝), 절(節). 단풍 든 감나무 잎을 시엽지(枾葉紙)라 하여 글 쓰는 종이로 삼았고(文),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쓰인다(武)는 것. '충'은 겉과 속이 같아 표리부동하지 않고(忠), 부드러워 노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며(孝), 서리가 내릴 때까지 버틴다(節)는 것이다.

오절(五節)이란 '백년이나 되는 나이(壽),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無鳥巢), 벌레가 꼬이지 않으며(無蟲), 달기가 특별하고(嘉實), 견고하기가 제일이다(木堅)'라는 뜻이다.

감나무를 꺾어보면 감이 열리는 가지에만 검은 선이 있다고 한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검게 속이 탄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부모를 생각하며 담장 곁에 감나무 씨를 심었다.

가인 노계(蘆溪) 박인로는 스승과 만나 노래하면서 뜰에 잘 익은 홍시를 보고 절구를 지었다. 홍시를 따다 봉양 할 수 있는 부모가 안 계심을 한탄했다. 그것이 교과서에도 나오는 '조홍시가(早紅柿歌)'가 아닌가.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 유자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 품어가 반길 이 없을세 글로 설워 하나이다-

충북에서는 예부터 감 주산단지로 영동을 손꼽는다. 조선시대 도내에서 가장 많은 효자를 배출한 것도 집집마다 감나무를 많이 심은 때문인가. 감은 중국에서도 '효의시자(孝义柿子)'라고 썼으며 감나무를 오목(烏木)이라고 하였다. 자식 까마귀 새가 기력이 없는 어미 새를 위해 벌레를 물어다 봉양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중국 산시성 감 주산단지는 매우 유명하며 명나라 때부터 이름난 곳이다.

감은 비타민 C가 많이 들어있는 알카리성 식품이다. 감에는 탄닌산이 많이 들어 있어 설사와 배탈을 멎게 하며 지혈작용도 한다. 기침 만성기관지염 고혈압 심장 질환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며 한방에서는 중풍예방약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민간에서 '효시(孝柿)'로 굳게 자리 잡았는지 모른다.

올해 대봉 감이 풍년을 이뤄 값이 폭락, 이를 갈아엎는 농민들의 사진이 충격을 주었다. 농협에서 부랴부랴 농심을 진화하고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등 소비 책을 강구중이다. 올 연말에는 친척, 부모에게 감과 곶감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감 농가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부모들에게는 효를 실천할 수 있는 일거양득이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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