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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자

충주시 지현동장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어느 초로의 가객은 노래하지만, 가을만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계절은 없다.

근래 '사과나무길'이라 불리는 지현동 길의 초입인 용운사 위편 언덕길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다가 절 아래 지근거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비밀을 간직한 이곳은 충주에서 처음으로 사과나무를 심은 곳이다.

1912년 바로 이곳에 사과나무 50여주를 심어 1918년 수확을 본 것이 '충주사과'의 기원이다.

명품 충주사과의 조상은 여기서 터를 잡고 번성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숙연함이 깃든다.

주민이 합심해 세운 '충주사과유래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과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그 옛날 이곳에 사과나무를 심은 뜻을 새겨봄직하다.

우리 고장 출신 함민복 시인의 시 '사과를 먹으며'를 음미하며 길을 내려간다.

『사과 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그 때 울던 새의 증손자뻘 쯤 되는 새 소리를 들으며 거닐다보면 길 오른 편으로 윗마을과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커다란 사과나무 벽화엔 사과가 빨갛게 익었다. 그윽한 향기가 마음으로 전해온다.

주민센터를 목전에 두고 오른편으로 돌아서면 작은 길이 길게 놓여 있다.

골목 옆 담장 사이로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길이 아기자기하다.

숨바꼭질하며 세월을 잊고 담벼락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옛 악동들과 얘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담장엔 온갖 꽃이 자태를 뽐낸다.

사과나무이야기길, 산토리니길, 꽃길, 사과계절길, 글길, 사과동화길, 재즈길 등.

길은 길로 이어진다. 인생의 길도 이와 같으려니. 지현동은 길의 고향이다.

남쪽을 향해 한참을 걷다보면 옹달샘시장과 마주한다.

옹달샘이 세 개가 있고 60여개의 점포가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다.

이야기가 햇볕에 바라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던데, 이곳엔 달빛에 물든 전설이 남아있다.

막걸리에 빈대떡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일어서려니 밖은 벌써 어둠이 내렸다. 달그림자를 밟으며 천변 길을 따라 오던 길을 되짚어간다.

밤하늘엔 별이 빛나고 원형질의 고색창연함이 느껴지는 카페거리엔 불이 켜진다.

오랜 친구같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정원에 담백하게 차려진 카페에선 먼 이국의 정취가 느껴진다.

카페창가로 비치는 다정한 젊은 연인의 실루엣이 정겹다.

지현동의 밤은 오늘도 넉넉하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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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