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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순동

청주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내일보다 저승이 먼저 온다는 말을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다. 내가 걱정하는 내일이 안 오고 저 세상에 들어갔다는 이 말은 참 씁쓸한 이야기이다.

묘비에 적힌 말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깊고 절절하다. 내가 죽은 후 정말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고 아쉬워하는 삶을 살다 가고 싶다.

버스 속에서 25년전 근무하던 부장님을 만났다. 그 분은 80세가 넘으셨다. 여기저기 아파 부부가 나누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시는 중이라고 하셨다.

대화중에 두 가지 기억을 해내셨다. 한 가지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두 학생이 키스를 하여 물의를 빚었던 사건 이야기였다. 그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이 쪽지로 신고를 하여 임시협의회를 했던 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 생활지도가 제일 중요한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아버지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부장님은 상주가 된 나를 또렷이 기억하고 계셨다.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그 만남이 머리 속을 맴맴 돌았다. 우리 인생은 어쩌면 거저 주어진 선물과 같은 것이다. 선물은 대가 없이 받은 것이라서 감사하게 받고 누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 선물에 험집을 낸다. 며느리가 사온 냉장고가 작다고 큰 것으로 바꾸어 오라는 시어머니, 시어머니가 담아준 김치를 논바닥에 버리고 오는 며느리 등 선물을 귀하게 받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다수 있다.

선물로 받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내가 가진 재능을 펼쳐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이타(利他)의 삶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고향 친구가 아로니아 나무를 솎아낸다고 가져 가라고 하여 이틀 동안 시골을 가야했다. 거저 준다니 좋아서 힘든 줄 모르고 나무를 심었다. 그 친구가 아로니아 농사를 지은 것이 3년이니까 판매를 도와 준 것이 세 번이다. 매년 내가 지은 것처럼 열심히 팔았고 우리 냉장고에는 아로니아로 꽉 차 있다. 모든 것은 주고 받는 것이다. 그렇게 받은 아로니아 나무를 또 다른 친구에게 전해 주러 가고 바쁘게 돌아다녔다.

오늘은 아무 일도 안하겠다 마음 먹고 집에 있는데 수안보 전원마을 답사를 가자는 연락이 왔다. 모임을 기획한 사람 입장과 내 입장 헤아리며 출발 장소에 갔다.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난방을 하지 않아도 22도를 유지하는 거실에 앉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집에서 하루종일 뒤척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하루를 보냈다. 삶의 빛깔이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차를 마시고 서로를 확인하는 일은 참 의미가 있는 일임을 가슴에 새긴 날이었다.

여행지에서 길을 잃으면 물어서 갈 수 있는데 마음의 길을 잃어 버리면 혼자서는 해결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조언을 받아야만 해결할 수가 있다. 대화의 종류도 다양하다. 겉에서 빙빙 도는 대화가 있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행동 지시만 받는 대화도 있다.

심중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필요할 때 막상 갈 곳이 없다. 관계를 이어가며 대화로 풀어가며 선물로 받은 하루처럼 값지게 살아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결과를 분명하게 내면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 생각을 이타(利他)로 삼고 출발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믿으며 빙긋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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