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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12 14:44:51
  • 최종수정2017.11.12 17:10:39

김희찬

아이들의 하늘 주비위 간사

 충주 칠금동에 '충주세계무술공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예전 이곳은 큰물이 나면 강으로 변하던 곳이다. 달천과 한강이 탄금대 합수머리에서 서로 밀려 물길이 돌아나가면 바로 그곳에 물이 돌고 탄금대는 섬이 됐다. 한강변에 제방이 만들어진 후로는 안정적인 농지로 이용됐고, 1980년대에는 충주시 쓰레기매립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그 공간에 대한 오래된 사진은 1915년께 찍은 유리원판 사진의 탄금대 전경에 조금 남아 있다.

 공원 안쪽에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가 자리해 있다. 그곳을 지나 더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연못이 나온다. 연꽃이 만발하는 곳이며, 또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조용한 걸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 공간에 대한 이름이 따로 표시되지는 않는다. 다만 옛 자료를 찾다보니 그곳을 영호(永湖)라고 불렀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즉, 1940년에 충주중학교 설립 인가 후에 학교 부지 대상지 중의 한 곳이었던 칠금리에 대한 설명에서 보인다.

 "충주중학 기지는 칠금리가 최적합하다는 물론이 유력하다. 그 이상적인 것을 한둘 소개한다면, 동 지는 시내 서북 약 3㎞ 지점으로 역(驛)에서 약 2키로 가량 남한강 상류 남안 평야인데, 뒤로 광명산을 등지고, 앞으로 역사상 유명한 전장 탄금대(彈琴臺)를 안하여 천연의 공원이 되고, 북편에 영호(永湖) 부루는 천부의 수영장과 '스키'장이 되고, 지세가 평탄해 2중의 비용이 들지 않고, 충주시내와는 중간에 농업학교를 사이에 두고 평야가 연육되어 장래 발전상으로나 또 서북관문을 으쓱 비켜 충주 면목상으로나 제일 시내와 거리가 상당히 격리돼 교원, 학생 등 장래 경제상 풍기 유지상 여러 가지 방면으로 보아 협력하고, 지가 고등하고 공기 좋지 못한 시내 부근에 비하야 초월한 적합지로 볼 수밖에 없다 한다."<동아일보. 1940. 2. 21. 조간 3면, 충주중학 기지(基地)>

 기사의 '스키'장은 '스케이트장'을 의미한다. 이 곳 일대의 대부분을 소유했던 안동 권씨 집안에서는 영호정(永湖亭)이라는 정자를 지어놓기도 했다. 영호정은 팔려서 경주 신라대학교에 옮겨져 있다. 1940년대 잠깐 주목받은 그곳은 21세기가 되어 잘 정비된 공원지역이 됐다. 영호를 중심으로 들어앉은 자연녹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휴식처다. 그런데 최근 이 공간에 문제가 생겼다. 해당 공간은 유엔파크로 표시되는 곳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지난달 충주시에서는 축구장 13면 규모의 공룡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5월까지 공사를 완료해 개장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무술공원과 해당 구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충주라이트월드와 함께 겨울공사를 강행할 모양이다. 문제는 자연녹지인 해당 공간에 대한 공청회나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덜컥 계약하고,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민자유치 계획이 있지만 선뜻 임자가 나서지 않았고, 주변의 비행장 소음 때문에 여러 면에서 아직 구미가 당기지 않는 물건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 한 때는 해당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공룡테마파크를 만들고 인근의 다른 두 곳과 연계한 위락시설로 내주겠다는 것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벽은 항상 부딪히는 사안이다. 주인이 바뀌며 용도가 변경되고, 그것이 시에서 매입한 후 대규모 공간 개발을 계획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또한 시장이 바뀔 때마다 공간에 대한 방침이 바뀌고, 그 결과 밀실행정이라는 진풍경을 만들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날이 추워지며 겨울철새들의 비행이 잦아졌다. 영호 한쪽 물가에 노니는 오리들도 늘고 있다. 잎새 떨어지고 연밥이 삐쭉 솟은 그 공간은 어쩌면 이번 겨울에 메워질 운명일지도 모른다. 점점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면서 충주 전체의 녹지공간은 상대적으로 줄어가고 있다. 그 북쪽 끝에 있는 영호 공간은 여태껏 주목받지 못한 방치된 공간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보존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산책공간과 늪지를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또 잃어야 할 풍경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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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