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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의 희망 만들기…4천265km PCT 종단 ⑤

평생 잊지 못할 뜻 깊은 시간 소중한 경험
앞으로도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 웹출고시간2017.11.09 16:32:32
  • 최종수정2017.11.09 16:32:32

bridge of the god

모든 pct 하이커에겐 의미있는 장소다. 이 다리를 지나면 마지막 주인 워싱턴주에 들어간다.

[충북일보] 8월22일, 151일차로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걸어온 거리가 3,460km다. 앞으로 814km가 남았다.

지난 며칠간 푹 쉬고 오리건주와 워싱턴 주의 경계인 신들의 다리(bridge of the god)를 지났다. 여기까지 온 게 신기하고 놀랍다. 나와 승규, 힘찬 형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힘찬 형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다. 전 전날에는 수현이 누나가 떠났다. 그동안 쭉 함께 걸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10마일을 걷고 일지를 쓴다. 12시쯤 출발해 많이 나가지 못했다. 내일부터는 25마일씩 해볼 작정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이 생활도 곧 끝나간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하다.

워싱턴 주가 시작됐다. 800km쯤 가면 캐나다에 도착하게 된다. 매일 20마일씩 가면 25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 느낌이 든다.
8월30일, 일주일이 더 지났다. 159일차를 맞는다.

오전 8시에 출발했다. 다음 목적지까지 18마일밖에 되지 않았다. 여유를 부렸다. 근데 3마일 정도 걸어가던 중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잘못 길을 가는듯한 느낌이었다. 다시 되돌아가 하이커를 만나 지금 위치를 물어봤다.

PCT 길이 아니란다. 다시 3마일 뒤로 가 오전 11시쯤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Cispiuss pass를 넘었다. 경치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오후가 되니 레이니어 산이 보였다. 지나기가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너무 웅장하고 멋지고 장엄했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면서 혼자 앉아 하염없이 감탄했다. 많은 사진을 찍었다. 눈으로 볼 때처럼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그 길을 벗어나기 싫었다. 하지만 오늘 목표한 곳까지 힘내 걸었다. 오후 7시쯤 도착했다. 힘찬 형과 승규는 여기까지 안 올 것 같다. 화이트 패스에서 만나야 할 것 같다.

홍콩친구와 철도 근처에서 노숙하다.

9월2일, 162일차다.

홍콩 친구(이븐)랑 형과 승규 랑 4명이 히치하이킹으로 시애틀로 가기로 했다. 트레일 엔젤이 고속도로 앞까지 태워줘 여기서 히치를 시도했다. 그런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2명이 번갈아 히치를 했다.

마침내 차량 한대 섰다. 2명만 태워줄 수 있다고 했다. 형과 승규가 먼저 가고 시애틀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랑 이븐이 남아 다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히치에 성공했다.

운전사 아저씨가 시애틀 전 도시인 올림피아까지 데려다줬다. 올림피아에서 다시 히치하이킹을 해 시애틀에 도착했다. 승규랑 힘찬 형은 올림피아에서 하루 자고 내일 시애틀로 오기로 했다.

트레일 도중 이렇게 고층 빌딩이 있는 곳은 처음이다. LA 말고는 안 와봐서 고층 빌딩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도시에 오면 숙소 찾기가 힘들다. 아무 데나 텐트치기도 쉽지 않다. 노숙자들도 있고 개인 사유지 등이 많기 때문이다.

호스텔이든 모텔이든 찾아보았다. 하지만 허사였다. 다 꽉 차고 너무 비쌌다. 이든과 함께 스타벅스에 앉아서 그냥 공원 같은 데서 자기로 했다. 거리를 돌아다녔다. 사람 많은 잔디밭에서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며 위스키를 마셨다.

그러던 중 갑자기 스프링클러가 돌아가 흠뻑 적었다. 짐 정리를 하고 다시 잘 곳을 찾아다녔다. 진입금지라는 풀숲에 들어갔다. 배낭을 풀고 침낭을 꺼내던 중 불빛이 보였다. 숨을 죽이며 숨어 있다가 걸렸다.

여기를 지키는 경비였다. 영어로 "아임 쏘리" 하고 빨리 도망쳐 나왔다. 우리의 행색이 도시로 오니 영락없는 노숙자 같다. 경비는 우리를 그냥 노숙자로 본 것 같다. 신고를 안 해서 다행이다.

다시 어두운 거리로 나갔다. 큰 쓰레기를 버리는 통 옆 철도 근처에 매트리스만 깔고 자기로 했다.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을 덮고 누웠다. 기차가 바로 옆으로 지나다녔다. 모기까지 윙윙거려 잠을 못 잤다.

철도 관리자들이 랜턴을 켜고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새벽이 되자 이슬이 내려 침낭이 많이 젖었다. 모기는 어느새 내 입술까지 물었다. 노숙자의 느낌을 아주 잘 ~알겠다.

비가와 젖어드는 텐트.

9월8일, 168일차다.

오전 8시쯤 출발했다. 길을 오르는데 체력 소모가 많았다. 모든 길이 멋있고 그렇지는 않다. 암튼 그렇다. 어쨌든 여기 오게 된 이유를 다시 생각했다. 내 직업적인 목표와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한 생각 등을 정리해 봤다.

자꾸 생각해보아도 직업적으로' ~이 되겠다'라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길을 통해 배운 것은 누군가를 쫓아가려고 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내가 내린 결론과 내가 찾은 답으로 나만의 길을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인생을 찾기로 했다. 이 길을 내 인생에 덧대어 생각해 봤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지쳐버렸다. 내 패턴을 찾아 걸었다. 스스로의 맞는 리듬으로 꾸준히 걸어갔다. 지루할 때도 행복할 때도 꾸준히 갔다.

꾸준히 걷다 보면 길 끝에 이르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따라갈 필요 없이 나만의 길을 가면 된다. 마이웨이로 걸으면 된다. 물론 그 끝이 무조건 성공이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끝은 죽음이다. 인생의 끝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과정이 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수없이 좌절과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수없이 도전해보고 실패하기도 한다. 내 인생을 다시 생각한다.

9월9일, 169일차다. 현재거리 3,939km, 이제 325km 남았다.

텐트 안으로 쥐가 들어와 잠을 설쳤다 발끝에서 자꾸 무엇인가 움직여 헤드랜턴으로 보니 쥐였다. 텐트에 구멍을 뚫고 들어왔다.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다. 쥐는 내 배낭 허리벨트 주머니에도 구멍을 냈다. 거기에 행동식으로 쿠키가 들어있었는데 쿠키도 먹어치웠다.

너무 피곤하다. 잠을 못 잤다. 오르막길이 많았는데 다리에 힘이 별로 없는 느낌이다. 안개에 부슬비까지 내려 더욱 힘이 빠지는 날이었다. 정말로 집에 가고 싶다. 이제 남은 거리 202마일(325km)이다.

좋은 경치를 보아도 그저 그렇다. 6시쯤 호수에 도착해 부슬비를 맞으며 텐트를 쳤다. 몸이 지친 것 같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으니 끝까지 힘내서 걸어보자~!



9월22일, 182일차다.

미국 서부종단길 PCT(Pacific Crest Taril)를 마친다. 현재거리 4264km다. 남은거리 0km다. 드디어 끝이 났다. PCT를 마치며 PCT의 마지막 일지를 쓴다. 정말 뜻 깊은 시간과 경험이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침내 길고 긴 여정이 끝났다. 허무했다. 이상하다. 분명 이것을 끝내면 무엇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앞으로도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이다. 아마 그것은 계속될 것 같다.

-끝-

PCT 종단후기

목표점에 도착했고 종단은 끝이 났다. 더 이상 걸을 필요가 없다. 시간은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지나갔다.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지금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결론 낼 수 있을까. 침대에 누워있는 내가 한없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몸이 자꾸 쳐진다. 1년 전엔 참 걱정이 많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생의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변하고 싶었다.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했고 준비해 실행했다. 오로지 기본적인 것들만 갈망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몸뚱이의 거친 숨소리, 쏟아지는 땀, 갈증, 배고픔 등 원초적인 고통을 수도 없이 느꼈다.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답은 잘 나오지 않았다. 이상주의자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여기 왜 왔나 회의감에 빠져 들기도 했다. 대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꼈다. 뜨거운 사막을 지났고, 설산을 지났고, 많은 숲 속을 지나갔다.

자연은 아름답고도 거칠었다. 어느 순간은 자연의 경외에 압도되기도 했다. 기상이 악화돼 개고생을 하기도 했다. 새벽에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곰을 보면 무섭기도 했다.

텐트에서 혼자 잘 땐 짐승이 두려워 칼을 옆에 두고 잤다. 산 중턱에 있는 호수에선 팬티만 입고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었다. 석양이 지는 호수를 보며 한없이 바라만 볼 때도 있었다.

걷는 내내 수없이 자연을 느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배웠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진 않는다.' 실제로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어떨 때는 너무 짜증이나 욕을 질렀다. 어떨 때는 울기도 했다.

그 절망과 좌절 속에서 많은 걸 배웠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순응하는 법도 배웠다. 대안을 찾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방향으로 가려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였다. 순환하는 자연처럼 행동했다.

가만히 안주하고 있으면 무엇 하나 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했다. 그런 움직임이 시도가 됐고 도전이 됐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몸으로 나서 행동으로 옮겼다. 때론 성공했고 때론 실패했다.

종단을 마친 지금 생각을 정리해 본다. '도전해보자' 시도도 안 해보고 생각만으로 그친다면 그저 생각일 뿐이다.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면 그게 실천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더욱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PCT 종단을 마쳤다. 하지만 엄청나게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자신감을 얻는다. 혼자 되뇐다. "자연 속 열매처럼 조금씩 익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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