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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어릴 때 가을일이 끝나고 나면 동네 이웃집에 혼사가 많이 있곤 했다.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 신랑과 신부에게 절을 시키고 한바탕 웃음으로 잔치를 벌였다. 멀리서 손님이 오면 이웃집 사랑방이라도 빌려 극진히 접대를 하였다. 어린애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엄마를 졸라 과자를 얻어먹곤 했다. 우리 어머니는 잔치 전날 쌀 한말을 찌어서 인절미를 만들어 쟁반에 예쁘게 담아 잔치 집에 같다주었다. 이듬해 우리 누나 시집갈 때 그 집에서 똑같이 인절미를 해왔다. 옛날에는 지금의 축의금 대신 인절미, 기주 등 떡이나 술을 주고 받으며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우리의 전통 '품앗이'문화가 있었다.

요즘 결혼식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각자의 여건과 환경에 따라 결혼하는 시즌이 따로 없다. 친구들이나 주위사람들이 한참 자녀 혼사 시기다 보니 청첩장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계에서 부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켜져 살림에 부담이 되었다. 부조금은 혼사를 치르는 가정에는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서로 주고 받는 품앗이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주고받는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화폐가치가 변함에 따라 부조금 액수도 상향되고 있다. 결혼식 장소가 호텔 등 음식 값이 비싼 장소이면 부조금을 넣을 때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혼주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은 하루 시간을 내서 서너 시간 차를 타고 갔다가 봉투를 건네고 돌아서는 비생산적인 일이 있어 왔다.

청첩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많다. 청첩장을 보냈을 때 봉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어색함, 청첩장을 받고 예식장에 참석해서 축하를 했으나 내가 청첩을 했을 때 아무연락이 없는 사례, 청첩을 하지 않아서 질타를 받는 사례, 등등 많은 부작용이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직위를 이용하여 산하기관 기관장에게 청첩을 하여 챙기고 상대편이 청첩을 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왜 청첩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넘기는 경우를 왕왕 보았다. 자기네 행사에는 서너 번씩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혼사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혼사를 치르고 나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섭섭하고 찜찜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개인적인 명단 보다는 단체의 주소록이나 직장의 명부를 보고 베껴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회원이면 친분과 관계없이 일괄 배부하는 것이다. 또 상대편 전화번호만 알면 빠르고 편리하게 전할 수 있는 모마일 청첩장이 유행이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은 신문에 혼사가 있음을 널리 알리곤 한다. 아예 축의금 보낼 계좌번호도 찍어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자칫 남발과 상대방에 지나친 부담을 주어 결례를 범할 수가 있다. 일부 결혼을 못하는 젊은이들 중에는 축의금을 되돌려 받기 위해 '비혼식'을 하는 등 웃지 못 할 사례도 있다고 한다.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신랑과 신부는 온 가족 친지뿐 아니라 참석한 내빈,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진심어린 축하를 받아야 한다. 단순히 획일적이고 형식에 치우친 예절과 명부에 의하여 주고받는 봉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혼주가 지나치게 자신을 과시하는 계기로 삼아 참석자로 하여금 부담이 되도록 해서도 안 된다. 대사로 인하여 가까웠던 사이가 소원해지고 서먹해 진다면 청첩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청첩은 과하지 아니하되 우리전통 문화에서 어려운 일에 십시일반으로 도와주고,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 본래의 정신은 살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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