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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05 14:20:29
  • 최종수정2017.11.05 14:20:29

지명순

U1 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쨍하고 춥다. 여름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입동(立冬)이다.

입동은 사계절 중 겨울이 시작되는 첫 절기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고 농사일도 마무리된다. 많은 동물들이 겨울잠을 청하는 시기다. 사람들은 추운 겨울나기 위해 제일 먼저 김장을 준비한다.

김장배추는 크고 속이 꽉 찬 배추보다는 조금 작아도 돌배추 같이 똘똘한 배추가 좋다. 씹히는 식감이 쫄깃하고 특유의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배추의 푸른 잎에는 철분, 칼슘, 엽록소, 비타민C가 많고 노란고갱이엔 비타민A가 풍부하다. 배추의 비타민C와 칼슘은 국으로 끓여도 파괴가 적다.

배추

ⓒ 이효선
과일,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 배춧잎 한 장만 먹어도 하루 필요 비타민C가 충족된다. 김치는 현대인의 비만과 질병을 예방하는 효능 덕에 미국건강전문지'헬스'지가 2008년 세계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청주시 낭성면 인경리 배추밭을 찾는다. 싱싱한 배추가 김장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사찰음식연구소 '가미향'을 운영하며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계시는 지견스님으로부터 사찰김장을 배워보기로 했다.

"스님께 드리는 선물이예요" 하면서 팥시루떡부터 내밀었다. "왠 떡을··" "예로부터 입동에 치계미(입동에 마을 나이 드신 분들께 선물을 하거나 음식을 장만해 대접하는 풍습)를 나누는 풍습이 있었다기에 스님께 드릴 선물로 팥시루떡을 준비했어요."

"맞아요. 예로부터 입동엔 시월상달이라 고사를 드리는 풍습도 있었지요." 스님과 입동 풍습이야기로 말문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스님은 배추를 절여서 준비해 놓으셨다. "배추 절이는 방법은요·" "일반김장이랑 똑 같아요." "10% 농도 소금물에 자른 배추 적신 뒤 줄기에 소금을 뿌려 뒤집어 주며 5-6시간 고루 절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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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호박

ⓒ 이효선
찬물에 씻어 건진 배추의 숨은 죽었지만 녹색 빛은 진해졌다. 노란 고갱이로 한 잎 떼어 맛을 보니 아삭아삭 소고하다. 처음엔 늙은 호박의 껍데기를 벗겨 큰 가마솥에 안치고 무를 채 굵직하게 썰기 시작했다.

"사찰 김장이 일반김장과 다른 점이 뭐에요·" "사찰김치의 맛은 배추가 결정, 배추나 무 주인공재료를 싱싱한 걸로! 절임 정도, 좋은 양념, 보관숙성 지역마다 부재료 약간씩 달라 특징적인 맛나죠." "파, 마늘도 없이 세 가지 밖에 안 들어가도 맛이 나요·" "마늘대신 호박풀, 젓갈 대신 생강과 소금을 기본으로 맛내면 깊고 부드러운 맛나요."

김장김치

ⓒ 이효선
특히 절집 김치 감칠맛의 비법은 "채수물(표고와 채소를 끓인 국물)" 젓갈 들어가지 않는 대신 채수물과 간장으로 맛을 낸다고 비법을 말씀이다. 호박이 고아져 죽처럼 되면 찬바람에 식힌다. 무채에 불린 고춧가루를 섞고 호박풀과 생강, 채수물을 섞어 소를 만들었다. 절여진 배춧잎 사이에 쓱쓱 붉은 양념을 바른다.

두 번째 담을 김치는 백김치이다. 먼저 무채에 찹쌀풀과 다진 생강를 섞고 고추씨를 듬뿍 넣어 버무린다. 그리곤 덜 절여진 배추를 골라 배춧잎을 사이에 준비한 소를 쓱쓱 바른다. 배춧잎에 고추씨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김치를 저장통에 꼭꼭 담았다. 그리곤 끝이란다.

사찰백김치

ⓒ 이효선
"국물은요·" "배추가 익으면서 배추에서 국물이 저절로 나오니 국물을 따로 만들어 붓지 않아도 돼요." "대박 넘 간단하네요~. 김치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며느리도 따라 하기 쉽겠어요." 배추김치에 이어 백김치까지 완성하니 정말 뿌듯하다.

"익은 백김치는 찐 고구마 먹을 때도 먹고 인기 만점인데." 스님은 "백김치는 오래두고 먹긴 힘들어도, 시원한 맛 일품"이라며 누구나 좋아하고 담그는 방법도 정말 쉬우니까 사먹고 얻어먹고 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 맵고 짜 자극적인 김치처럼 에너지 발산하는 대신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평온한 심신유지, 수행에도 도움 된다고 한다.

사찰김치를 담고 난 후 따뜻한 방으로 들어와 치계미로 준비한 시루떡과 따끈한 차를 앞에 두고 스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누어본다. 겨울은 차가 맛있어 지는 계절, 서로의 온기를 나누기 좋은 계절이다. 사람의 온기로 다가온 겨울 추위를 따뜻하게 녹이며 살아보자는 이야기로 해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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