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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의 희망 만들기…4천265km PCT 종단 ④

PCT days 참여 위해서 다시 pct 길로 향한다

  • 웹출고시간2017.11.02 15:49:47
  • 최종수정2017.11.02 15:49:47

oct(오레곤 코스트 트레일)의 흔한 백사장 풍경.

[충북일보] 7월27일, 125일차다. 2,761km를 진행했다.

오리건주의 첫 보급지인 애슐랜드에 도착했다. 휴식을 취하던 중 한국인 PCT 하이커인 힘찬 형과 승규가 함께 걷자는 연락을 해왔다. 애슐랜드에서 하루 더 쉬기로 했다. 전날 호스텔을 찾아다녔는데 이미 꽉 차 모텔을 잡았다. 그런데 너무 비쌌다.

전주부터 매일매일 설사가 나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잠시 상점에 다녀오는데도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걷다가 앉고 서기를 반복했다. 몸이 너무 이상했다. 몸무게가 엄청나게 많이 빠졌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니 갈비뼈가 보였다.

힘찬 형과 승규가 왔다. 나를 보더니 엄청 말랐다고 했다. 혼자 걸은 지 얼추 4개월 정도니 그럴 만도 했다. 셋이 걸으면 외로움이 덜할 것 같았다.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자꾸만 기대가 커졌다.

왼쪽부터 박승규, 이수현, 정기건, 정힘찬.

8월1일, 130일차에 접어들었다.

힘찬 형과 함께 작년 PCT 하이커인 수현 누나를 만나러 갔다. Fish lake에서 다시 히치하이킹을 해서 메드 퍼드로 갔다. 수현 누나는 오리건주를 우리랑 함께 걸으러 왔다.

우리는 메드 퍼드에 도착해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고 수현이 누나를 만났다. rei에 들러 장비 교환을 했다. 수현이 누나가 제육볶음을 먹자 해서 돼지고기 랑 양배추를 샀다. 다시 히치하이킹을 해서 Fish lake에 도착했다.

수현이 누나가 고추장을 잃어버려 제육볶음을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힘찬 형이 고추장을 갖고 있어 제육볶음을 할 수가 있었다. 재료가 별로 없으니 그냥 고추장과 바비큐 폭립 소스를 섞고 양배추를 썰어 돼지고기랑 버무렸다.

물을 넣고 끓이니 그럴싸한 맛이 났다. 캠핑을 하는 미국 분들에게 포일을 빌렸다. 고기에 양념을 발라 포일에 싸 불에다 넣어 먹으니 정말 맛있다. 혼자였을 때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근데 걱정이 하나 생겼다. 여럿이 함께 걷다 보니 혼자일 때보다 운행 속도가 느렸다. 계획한 대로 잘 되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지니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어쨌든 함께 가기로 했으니 많은 방식들도 같이 맞추려 했다.

수현 누나는 나보고 여유를 좀 가지라고 했다. 너무 운행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나중에 돌아가서 남는 기억과 추억들이 별로 없다고 했다. 느릿느릿하게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래야 마음으로 얻는 게 많다는 충고였다.

9월8일 비행기 예약을 9월25일로 미루기로 했다. 힘찬 형이 예약 절차 진행을 도와주기로 했다. 여유롭게 같이 가볼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고기랑 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지난 4개월간 혼자 지냈을 때와 다른 생각이 든다.

사람은 역시 혼자 살기 힘들다. 혼자면 외롭고 함께하면 즐겁다. 물론 하이커와 트레커들에겐 장단점이 있다.

크리에이터 레이크에 도착했지만 산불이나 트레일이 폐쇄되고 연기가 자욱하다

8월4일, 133일차 2,928km다.

오리건주 경치가 영 별로다. 대부분 쓰러진 나무와 이끼 낀 나무가 매일 보는 풍경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크리에이터 레이크에 도착을 했다

크리에이터 레이크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다. 그런데 도착 몇 마일 전 산속에 연기가 많았다. 산불이 났기 때문이다. 여기도 연기가 자욱했다. 트레일은 폐쇄됐다. 그래서 oct(오리건 코스트 트레일)로 가자고 했다.

산불이 많이 나서 트레일이 폐쇄됐다. 서쪽 해안 쪽으로 가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했다. 야영을 하고 내일 히치하이킹을 해 서쪽 오리건 해안으로 갈 예정이다.


oct(오리건 코스트 트레일)로 가기위해 서쪽해안으로 자꾸 히치하이킹을 시도중이다

8월8일, 137일차다.

안개가 자욱한 해안을 걸었다. 계속 북쪽으로 걷던 중 해안가에서 엄청 큰 게를 잡았다. 진짜 신기했다. 한국의 꽃게보다 훨씬 크다. 그것도 2마리나 잡은 행운을 얻었다.

다시 게를 잡으려고 모래사장을 유심히 보며 걸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안을 걸으니 경치가 참 좋다. 그런데 습기가 많아 신발이 축축해 발이 굉장히 불편하다. 게다가 여기 해안 전체가 국립공원이다.

게를 엄청많이 잡았다. 개인당 3~4마리씩 배낭에 매달아서 달고 다녔다.

여기서 텐트 치는 건 불법이다. 텐트 칠 곳 찾는 게 까다롭다. 오리건 코스트 트레일은 또한 로드 워킹 구간이 많다. PCT처럼 길이 잘 나있는 게 아니다. 해변을 계속 걷고 있으면 바닷물에 잠겨있는 절벽도 나온다. 다시 도로로 돌아 나와 이동해야 한다.

도로를 걷다가 산길 옆에 매트리스 깔고 잔다. 게를 작은 코펠에 넣고 끓여서 먹었다. 너무 맛있다. 게를 무척이나 좋아하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많이 잡기를 기대해본다.

8월9일, 138일차다.

전날 텐트를 치지 않고 자다 보니 모기가 계속 얼굴에 붙어 윙윙거렸다. 나와 승규는 편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런데 힘찬 형과 수현 누나는 잠을 잘 잤다. 모기가 우리 쪽에만 왔다 간 것 같았다. 사실 이런 곳에서 편한 잠을 기대하는 게 무리였다.

누군가 계속 뛰어다니는 소리에 눈을 떴다. 산길을 뛰는 트레일 러너들이 우리를 보고 웃었다. 신속히 잠자리를 정리했다. 다시 해안가를 걷다가 잘 곳을 찾았다. 호수공원 근처에서 자기로 했다.

고기를 왕창 사서 구워 먹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하던 중 힘찬 형과 수현 누나가 싸우기 시작했다. 힘찬 형이 수현 누나한테 언성을 높였다. 가라고 꺼지라고 지금 짐 싸서 나가라고 했다. 중재에 나섰지만 잘 안 됐다.

고기만 열심히 궜다. 갑자기 승규랑 누나가 케이크를 들고 왔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몰래카메라에 된통 당했다. 너무 감동이었다. 마음속으로 울었다. 계속 걷는 상황 속에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힘찬 형, 수현 누나, 승규에게 너무 고마웠다.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선물로 받은 1.75l pt병에 흐드러지게 취한다.

양동이를 주워서 민물을 넣고 11마리를 삶아서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8월12일, 141일차다.

해안의 깊은 물줄기 때문에 육지 쪽으로 멀리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뭘 잡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물속에 들어가 뜰채로 뭘 잡고 있다. 게를 잡고 있었다.

잠시 쉬기로 했다. 물속으로 들어가 게를 찾아봤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게가 없다. 물은 허벅지에서 가슴까지 찼다. 맨발로 걷는데 조개껍데기 같은 느낌이 발에 전해졌다. 발로 파보니 게가 나왔다.

승규에게 스틱 좀 던져달라고 해 게를 물 밖으로 몰아 꺼냈다. 엄청 컸다. 본격적으로 게 잡이를 시작했다. 너무 재밌었다. 계속 발로 스캔을 하며 게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11마리나 잡았다.

저녁 만찬이 기대될 정도였다. 게를 배낭에 매달아 걸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게를 끓일만한 냄비가 없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걷던 중 찌그러진 버려진 양동이를 발견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기분 좋게 걸었다.

다른 문제가 또 터졌다. 해안이 절벽에 막혀버렸다.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나가려고 하니 개인 사유지라 뒤로 다시 돌아나가야 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 해안가에 캠프를 쳤다. 불을 피워 민물로 게를 씻고 양동이에 게와 물을 넣고 팔팔 끓였다.

드디어 게를 봉지 위에 펼쳐 우선 집게와 다리부터 먹었다. 살이 진짜 많았다. 딱지는 내장을 긁어내어 밥에 비벼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만족스럽고 정말 맛있었다. 행복했다. 행복하게 하루를 마감한다.

오리건주의 첫 보급지인 애슐랜드에 도착했다. 애슐랜드의 노을.

8월13일이다. 142일차에 드디어 '알바'를 한다.

게 파티를 하고 하룻밤을 지냈으나 여전히 나갈 길이 없다. 다시 뒤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눈을 뜨고 힘찬 형과 수현 누나, 승규를 깨웠다. 텐트 정리를 하고 빨리 패킹을 했다. 나무 밑에 배낭을 놓고 형과 누나, 승규를 기다렸다. 1시간 동안 기다렸다. 비가 다시 그쳤다.

도로로 걸어가 다른 해안에 도달했다. 여기 해안은 석양이 아름다웠다. 석양을 보며 위스키와 와인을 홀짝거렸다. 수현 누나가 지인이 보내준 시를 읽어줬다. 내용은 대강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알아차리는데 몇 십 년이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집 앞 민들레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데도 몇 십 년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물론 일반 사람들의 시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 역시 그동안 사소한 것들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시를 듣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자꾸 보고 세밀하게 관찰한다면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것 또한 내 인생을 충만하게 하는데 중요한 그 무엇인 것 같다. 석양을 바라보며 사람과 사물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했다.

8월14일, 143일차다. 해안에서 다시 육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리건주를 크리에이터 레이크부터 oct(오리건 코스트 트레일)로 대체한지 열흘이 지났다. 다시 PCT 길로 복귀하기 위해 포틀랜드로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숙소였다. 지금까지 샤워와 빨래를 못했다. 와이파이 가능한 맥도날드에서 숙소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96년 만의 이클립스(개기일식) 때문에 모든 숙소가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한인교회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래서 포틀랜드 안에 있는 오리건 벧엘 장로교회에서 며칠간 묵게 됐다. 감사하게도 교회 뒤편에 있는 집을 통째로 내줘 샤워도 하고 빨래도 했다.

2번째 등산화를 버렸다. 그리고 3번째 등산화를 샀다. 좋은 정비 시간을 가졌다. 교회 어머님들이 김치며 점심 등을 해주셨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목사님은 우리를 데리고 초밥을 사주셨는데 너무 맛있었다.

너무 감사하게 푹 쉬고 PCT days 참여를 위해 다시 PCT 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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