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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환

괴산경찰서 정보경비계

"네가 오늘 할머니 찾으면 내가 진짜로 치킨 쏜다."

작년 가을, 10월임에도 더운 날씨에 나는 선임과 함께 증평의 갈대밭을 헤치고 있었다. 모자를 벗고 땀을 훔치던 선임이 말을 건넸다. 다른 대원들도 며칠째 반복되는 수색작업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증평 인삼축제를 관람하러 갔다가 다음날까지 돌아오지 않으신 80대 할머니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의경으로서 괴산경찰서 112타격대에 소속되어 군 복무를 하고 있다. 112타격대라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경찰서에서 대기하다가 112신고를 받는 즉시 출동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작전·테러 상황과 재난, 실종 신고 등 다양한 상황으로 출동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긴급 상황을 가정하여 훈련을 하면서 출동에 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집회·시위나 지역축제처럼 혼잡한 곳의 경비근무를 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한다. 우리는 주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일할 수 있는 의경들이다.

할머니가 실종되셨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우리는 행사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경찰이 행사장 인근의 수풀을 헤집었다. 우리 타격대원들은 가슴장화를 입고 하천에 들어갔고, 협조 받은 수색용 드론이 하늘을 날았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닷새 동안이나 발견되지 않았다. 날이 지날수록 나의 마음속에서는 할머니를 무사히 귀가시켜드리겠다는 희망이 작아져 갔다.

"아이고, 어머니 왜 거기 계세요. 어떡해, 우리 엄마……."

할머니는 집과 축제 행사장에서는 약 1km 떨어진 수풀에서 돌아가신 채 발견되었다. 나중에 사인이 저체온증이었다고 들었다. 우리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달려왔다. 지난 닷새 동안이나 그들은 선잠조차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를 잃은 가족들의 곡을 듣는 나도 눈이 시큰거렸다. 가슴에 안타까움이 솟구쳤다. 그 날, 고된 수색출동이 끝났음에도 복귀하는 차량 안에서는 웃는 대원이 없었다.

그 날 이후로도 많은 출동이 있었다. 가출한 청소년을 집으로 보내주고,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기도 했다. 한겨울에 밤이 새도록 산을 수색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씩 할머니를 발견한 그 날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때의 안타까움과 함께 책임감이 따라와서 마음이 묵직해진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나는 의경이라고 되뇐다. 언제든지 필요한 곳으로 출동하겠다고, 가족을 걱정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지 않겠다고.

그러면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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