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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충북도립대 자치행정과 교수

이번 추석은 유례없이 긴 소히 말하는 황금연휴였다. 한국남자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일'이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젊을 때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서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슬픈 존재가 남성이라는 기사였다. 한국남자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내용을 주로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한국의 남성들에게 이번 연휴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즉 진정한 황금(?)연휴였다는 생각이 든다. 연휴가 시작하기 전 모든 수업의 학생들에게 '이번 연휴에는 부모님을 관찰하라'는 미션을 내렸다. 거창한 어떤 의미보다는 조금은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였다.

필자는 긴 연휴 중 일정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이번 연휴의 인천공항은 정말 터져나갈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번 해외여행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해외에서도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추석이나 설처럼 연휴가 되면 가족끼리 둘러앉아서 송편도 만들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것이 당연한 의식이었다면, 이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의식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움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필자에게는 98세 된 할머님이 계신다. 맞벌이 부부셨던 부모님 대신에 태어나서부터, 학창시절에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할머니께서 돌봐주시며 키워주셔서 할머님에 대한 사랑이 많은 편이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도 할머님께 먼저 인사드리고 집으로 올 정도였다. 할머니께서도 항상 손자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지금도 필자가 본가에 가면 밥공기가 넘칠 만큼 밥을 주시고 예전에 비해 살이 찐 필자의 모습임에도 항상 야위었다고 하시고는 한다.

항상 그렇지만, 이번추석에도 필자와 필자의 3살 된 아이가 오면 할머니께서는 눈도 돌리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시고, 근처에 오면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고 하시는데, 아이는 이런 할머니의 모습이 어색해서 품에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 엄마 아빠가 윤이에게 밥도 주고, 장난감도 사주고, 안아주고 이뻐하지? 아빠를 윤이처럼 이뻐하고 안아주고 키워주신게 왕할머니야"라며 이야기 해주니, 한참을 가만히 생각하던 아이가 증조할머니 볼을 양손으로 감싸고 "잘했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행동이 너무나 당황스럽고 이뻐서 놀라며 웃고 있는데, 할머니께서는 눈시울을 붉히고 아이의 볼을 양손으로 조심스레 감싸신다. 필자도 그렇지만, 할머니께서도 참 많은 일들이 생각나셨을 것이고, 참 많은 일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게 효도구나. 이런게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말이다. 할머니에게 용돈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고, 소화기능도 떨어지시고, 이도 튼튼하지 않으실텐데 맛있는 음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족들이 자주 찾아오고 사랑하며 사는게 바로 가장 큰 효도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번 연휴에 혹시 부족한 사랑을 나누었던 가족이 있다면, 혹시 서로 서운했던 가족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한번 더 만들어 보는 걸 추천한다. 우리가 돈을 벌려고 노력하고, 좋은 차, 좋은 집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알고보면 바로 이 가족의 웃음을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이 가족의 웃음이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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