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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9.10 14:01:12
  • 최종수정2017.09.10 14:01:12

김희찬

아이들의 하늘 주비위 간사

70년대 청주를 '교육도시(敎育都市)'라 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행복한 치사(致辭)다.

사람을 기르는 일이 교육이다. 사람은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아이들이 주체고, 그것이 곧 미래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한다.

청주를 왜 교육도시라 치사했을까.

그것은 20세기 전반기 일제 강점의 결과다.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며 충북에서 행한 상징이 충청북도 관찰부의 청주 이전이다. 경부철도 주변에 거점이 될 만한 도시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이주를 위해 선택된 도시! 그것이 대전이요, 조치원이며, 청주였다.

도청 이전이 청주에 가져온 결과를 1923년 '청주연혁지(淸州沿革誌)'를 쓴 오쿠마 쇼지(大熊春峰)는 이렇게 말했다.

'관찰부의 이전은 충주의 입장에서 정말로 마음 아픈 일이지만, 청주의 입장에서는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로서 이로 인하여 오늘의 기반이 닦여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때가 1908년 6월 5일로서 이날은 청주시민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념일이므로 적어도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자손손에게 전하여 '청주의 날'로 하여 영원히 기억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깊이 권고하고 싶다.'

행정 중심이 옮겨진 후의 변화 중에 내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교육기관, 즉 학교다.

청주는 1911년 도립농림학교, 1923년 청주공립고등여학교, 충청북도 공립사범학교, 1924년 청주고등보통학교, 1935년 재단법인 청주상업학교(5월), 청주 농도실천소(農道實踐所, 9월, 충북대학교의 시발점)가 설립됐다.

충주는 1930년 충주공립농업학교(전 충주농고, 현 충주국원고 전신), 1940년 충주공립중학교(충주중고교 전신), 1942년 충주고등여학교(현, 충주여중고교 전신)가 생겼다. 그런데 여기에는 구걸에 가까운 눈물겨운 사연이 숨어있다.

1895년 소학교령에 의해 1896년 충주공립소학교(현 충주교현초)와 청주공립소학교(현 청주주성초)가 개교했다. 교현초는 1905년, 주성초는 1907년을 시작으로 일제가 연혁 자체를 왜곡했다. 1920년까지 수많은 사립학교가 생겼다 사라졌다. 인가를 안내줬고, 재정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1935년까지 1면 1보통학교 정책을 펴 생색을 냈다.

1919년 충주에서 중등학교 개설 요구가 시작됐다. 1923년 12월 도평의회에서 공식 논의됐고, 비용 요구를 지역에서 수용했다. 또한 충주·제천·단양·괴산·음성 지역이 뜻을 모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직자 총사직 등의 초강수 대립 상황도 있었다. 그 결과 1929년에 선심 쓰듯 3년제 농업학교 설립을 인가했다. 그것이 충주에서 시작된 반쪽 중등교육이다. 곧바로 5년제 중등학교 설립 운동이 이어졌다. 또 10년이 걸렸다. 그래서 충주중학이 설립됐다. 일제가 전쟁기로 들어간 시점이고, 그런 이유로 고등여학교 설립은 도쿄에서 먼저 결정하고 지역민의 성의(=설립자금)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했다.

최대한 가르치려 했던 우리 선대들의 노력과 최대한 안가르치려 했던 일제의 꼼수가 맞물려 작용한 것이 20세기 전반기 학교 설립 이면에 자리한 그림자다. 학교 인가는 내주기 싫고, 수요는 넘치므로, 시험에 합격한 소수에게만 기회를 주었다. 그것이 서열화다. 해방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어떤가.

1974년 고교평준화가 시작됐다. 청주는 1979년, 벌써 40년 가까이 됐다. 그 사이 충주에도 학교가 많이 늘었다. 중학은 평준화됐지만 고교는 아직 선발제다. 아이들에겐 큰 짐이다.

2012년 국원고로 이름을 바꾼 충주농고는 고교 선발제를 폐지하고 평준화를 위한 논의를 내부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내놓고 하자. 지난 100년의 아픔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

인문계로 전환했기에 농고 실습지가 남는다고 교육청을 새로 짓는 겉치레가 우선이 아니다. 지역에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정책이다.

힘들더라도, 해맑을 충주의 교육 풍경과 환경을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미래다. 그게 충주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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