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9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7.09.10 14:42:50
  • 최종수정2017.09.10 14:43:02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나는 근사한 식당보다 집으로 초대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를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음식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누가 집으로 초대하면 먼 곳이라도 한걸음에 달려간다. 음식 대접받는 것도 좋지만 초대한 분의 정성이 가슴으로 오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을도 되었는데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박성애 님의 반가운 전화다.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그녀가 살고 있는 충주시 동량면으로 달려간다. 오늘따라 네비게이션도 친절하다.

가을바람이 맑다. 내 마음도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간다. 코스모스가 핀 길 사이로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가을은 너무나도 짧기에 그 순간을 알차게 먹여줄 음식이 더욱 필요한지도 모른다. 더운 여름을 보내느라 고생했다고 가을의 문턱에 맛있는 붕어로 음식을 만들어 주신단다. 기대와 설렘으로 대문을 열고 그녀의 집에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밀린 수다가 연이어 폭발한다. 나는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호기심 천국 어린애처럼 질문을 쏟아 내놓는다.

장독대 항아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유인 즉, 박성애 씨의 남편 허성회 씨는 양조장집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술 빚는 기술을 배워 이곳에 와서 막걸리를 빚기 시작한지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제는 아들까지 합세하여 충주사과로 와인을 만들어 국내는 물론 베트남, 미국까지 '사랑할때'란 이름으로 수출하고 있다. 결혼해서 남편은 항아리에 술을 빚어 팔고 아내는 항아리에 고추장을 담아 민물생선 요리집을 운영해왔다고 한다.

붕어

ⓒ 이효선
"찬바람이 나면 이곳 충주댐에서 잡히는 붕어가 살이 올라 맛있어요!" TV에 교수님이 나오는 걸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얼른 전화 드렸죠!" 사실 박성애 씨는 나의 요리제자다. TV에서 보이는 내 모습이 예전보다 살이 빠져 보였다며 보양식을 먹게 하고 싶었단다.

왕실의 보양식으로 붕어찜에 대한 기록이 여러 번 나온다. 특히 효종 즉위년에 신하는 중전에게 붕어찜을 보양식으로 권하며 붕어는 비위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성약(聖藥)'이라고 했다. 붕어는 단백질이 19%로 명태와 함유량이 비슷하다. 지방은 1.7%로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 A, B1, 당뇨병환자에게 꼭 필요한 B2, 건강한 피부와 모발을 촉진하는 B6이 풍부하다.

붕어는 비린내가 강하고 잔뼈가 많다. 따라서 뼈를 연하게 하고 해감내와 비린내를 제거하는 것이 다른 생선에서보다 더 중요하다. 그녀가 붕어를 손질하는 방법은 산 붕어를 맑은 물에 1시간쯤 담가 해감을 토하게 하고, 비늘을 긁고 아가미를 제거하고 배를 따서 내장을 꺼내고 꼬리를 자르고 대가리는 그대로 둔다. 조리하기 전에 식초를 탄 물에 손질한 붕어를 담가 비린내도 제거하고 살도 단단하게 한다.

시래기

ⓒ 이효선
우거지 나물을 된장과 고추장 양념을 넉넉히 넣어 조물조물, 충분히 스미도록 두는 것이 맛있는 시래기의 비법이다. 냄비에 양념한 시래기를 깔고 손질한 붕어를 얹은 다음 매콤한 양념장을 얹어 은근한 불에서 서서히 조린다. "이렇게 해야 양념 맛이 속 깊이 스며들어요!" 큼직하게 썬 감자와 무도 넣고 불린 검은콩도 몇 알 넣어 바특하게 조린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완성이 코앞이다. 자작하게 국물이 졸아들면 썰은 대파, 양파, 풋고추를 올려 신선함을 더한다.

붕어찜

ⓒ 이효선
푸짐한 뻘건 색의 시래기 붕어찜이 식욕을 자극한다. "붕어는 등 쪽에서 배 쪽으로 살을 발라 먹어야 해요!" 가시를 쉽게 바르는 법도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살이 부드럽고 단백하다. "얕은맛이 있죠·" "정말 그러네요. 비린내도 전혀 없고..." "불린 콩이 비린내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해요. 무엇보다 인삼과 황기 우린 국물이 핵심이죠." "시래기가 야들야들 부드럽고 맛있어요!" 갓 지은 쌀밥에 얹어 먹으니 고기보다 입맛을 당기게 한다. 맛있는 음식엔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비린내 나는 붕어를 이렇게 맛있게 만들자니 얼마나 많은 연구가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붕어찜에는 사과와인이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배합)'다.

입맛이 깔끔하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에 마음까지 살찌운 백로(白露)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