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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연잎밥, 연잎차

향긋하고 은은한 연잎밥, 연잎차

  • 웹출고시간2017.08.20 16:53:49
  • 최종수정2017.08.20 16:53:49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가을로 절기가 바뀌었는데 오늘은 어떤 음식을 배우러 갈까· 고민된다. 평소 자주 가던 농장에 연꽃이 활짝 피었던 게 기억났다. "맞아!, 이제 연잎밥을 만들 때가 되었어~" 옥천군 이원면으로 차를 달린다. 도찬한 곳은 월이산(우리말로 '달이산'이라고도 하는데 '달이 떠오르는 산'이라는 뜻) 자락에 위치한 평달농원이다. 이 농장은 40년간 객지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 온 김기운·박순이 부부가 16년째 자연에 그림을 그리듯 가꾸고 있는 곳이다. 한적하기 만한 농장에 서니 숨 가쁘게 달려온 내 일상처럼 350km로 달리는 KTX가 보인다.

연꽃

ⓒ 이효선
"저희 집에 오시는 분들이 이곳에서 세파에 찌든 마음을 씻고 올라와 쉬었다 가시라고...세심 연못~ 다 놔버리는 '놓음의 연못'이에요"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네요." '청순ㆍ청결ㆍ순결'의 꽃말을 지닌 연꽃은 대표적인 여름 꽃이다. 잎은 시들어서 노랗게 되어가는 데도 연꽃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다. 연밥엔 씨방이 생기고, 나비잠자리가 연못을 맴돌고 있다. "이 연잎으로 연잎밥을 만드나요·" "하얀색 꽃이 피는 백련만 음식을 만들 수 있는데 가을이 깊어질수록 향도 진해져요." 서리가 내리기 전에까지 연잎으로 연엽주도 빚고 연잎차도 만들고 연잎밥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커다란 연잎을 따서 우산처럼 쓰고... 영화 속 순진한 소녀가 되어 본다.

연잎밥

ⓒ 이효선
먼저 충분히 불린 찹쌀에 삶은 팥과 서리태를 합하고 팥 삶은 물로 밥물을 잡고 소금 간을 슴슴하게 하여 밥을 짓는다. "연잎에 싸서 한 번 더 찌니까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는 게 중요해요!" 찰밥이 지어지는 동안 연잎을 적당한 크기로 등분하고 밤, 대추, 땅콩, 연근, 단호박까지 고명으로 준비했다. "재료가 많네요·" "재료마다 각자 자기 역할이 있어요" 팥은 여름을 보내고 난 몸의 열을 식혀주고 노란 밤과 단호박은 다른 곡식과 맛의 조화를 이루게 한단다.

지금은 연잎밥을 냉동실에 보관하면서 수시로 먹지만 예전에는 스님들이 머리를 삭발하는 날, 허해진 기를 보충하기 위해 잡곡과 견과류를 듬뿍 섞어 지은 찰밥을 연잎에 싸서 먹었다고 한다. 또 전쟁 나갈 때 군량미로도 쓰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연잎 자체가 살균효과를 갖고 있어 여름에도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잎밥은 오랜 시간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다. 연잎 위에 밥을 올리고 주걱으로 꾹꾹 눌러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야 싸기가 쉽다. 그 위에 준비한 고명을 가지런하게 올린 뒤 연잎을 접어서 밥이 새어 나오지 않게 감싼다. 연잎밥을 싸는 시간이 귀한 시간, 연잎밥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어울리듯 세상과 나의 조화를 수행자처럼 생각하는 시간이다. 두툼한 연잎밥이 초록색으로 보기 좋다. 김이 오른 찜통에서 다시 찐다. 은은한 연잎향이 하얀 김을 타고 올라오면 20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번엔 연잎차 만들기, 연잎 꼭지를 잘라내고 둘둘 말아 곱게 채 썬다. 채 썬 연잎은 김이 오른 찜통에서 살짝 김을 올린 다음 응달에 펴서 말린다. 말린 연잎은 은은한 불에서 덖는데 한 번에 다 덕이지 않으니 펴서 말린 다음 다시 덕기를 9번 반복한다. "이렇게 덖음을 하면 향이 구수하고 맛도 잘 우러나요!" 중간에 손으로 살살 비벼 붙어 있는 잎이 떨어지게 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연근

ⓒ 이효선
연의 잎은 '하엽(荷葉)'이라고 하는데, 더위와 습기를 물리치고 출혈을 멎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더위와 습기로 인해 설사가 나는 것을 멎게 하고 갈증을 없애주며, 머리와 눈에 쌓인 풍과 열을 맑게 하여 어지럼증을 치료하고, 각혈이나 코피, 요혈, 자궁출혈 등의 각종 출혈증의 치료에 좋다.

"모양도 빛깔도 조화롭죠· 연잎밥은 예의를 갖춰서 먹는 밥이에요." 우아하게 따끈한 연잎차부터 한 모금 마셔본다. "향긋하고 은은한 연잎향이 기운을 맑게 하는 느낌이에요~!" 예쁘게 돌돌 말린 연잎밥도 풀어서 한 젓가락, "정말 찰지고 맛있어요. 찰밥에서 연잎향이 나요~!" 따로 반찬이 없어도 잘 넘어가지만 짭쪼름한 생깻잎 장아찌가 아쉬움을 달래 준다. 식사를 마치니 뼈 속까지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아침엔 변심한 애인같이 공기가 선선하고, 한낮엔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맑은 하늘에 피어난다. 저녁엔 어둠사이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본격적인 가을 기운이 느껴지는 처서(處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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