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7.08.10 18:08:56
  • 최종수정2017.08.10 18:09:00

김문선

청주 성안동주민센터 주무관

금요일 저녁 무렵 순식간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사라지는 봉고차 부대의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빌라 분양 홍보 현수막 등을 주말·공휴일에 다량을 숨바꼭질 식으로 게시해 불법 현수막 게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도심 거리 미관은 형형색색 불법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청주시에선 주민들이 직접 거리 정비에 참여하는 불법 유동 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의미있는 행정이다.

청주시 거주하는 65세 이상 주민이면 참여가 가능하며 수거 보상되는 품목은 현수막, 족자, 명함으로 구분해 1명 1개월 20만 원까지 지급된다.

매월 초 화요일만 되면 오전 9시가 되기도 전에 어르신들이 주민센터에 줄을 서 계신다. 매주 화요일마다 접수하고 있는 불법 유동 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다. 어르신들에겐 소일거리이자 용돈벌이가 되는 기회이니 손수레, 자전거에 한가득 씩 모아 오신다. 매월 초 화요일만 되면 주민센터 지하 통로가 현수막으로 가득 찬다. 허리가 아프신데도 일일이 주워오셨다는 손때 묻은 명함들을 보면 가끔 짠하기도 하다. 4천 장을 수거했는데 보상되는 금액은 2만 원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대형 현수막 130장, 족자형 10개를 수거해 1개월 최대 금액 20만 원을 채우신 어르신들은 흡족해하며 집으로 돌아가신다.

3개월간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직접 수거해 오시는 것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 의해 수거된 현수막을 할아버지·할머니의 이름을 빌려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그런 집단이 어르신들 뒤에 있다는 그런 느낌이다.

실제로 1t 트럭 하나 분량을 차에 싣고 오는데 누가 수거했는지 알 길이 없고 다만 이름만 대시고 현수막을 나르는 사람들이 개수를 세어 오신다. 누구시냐고 여쭤보면 동네에서 과일가게를 하시는데 본인들은 현수막을 나르기만 해준다는 말뿐이다. 그 많은 양을 어디서 수거해오는지 놀랄 정도다. 보통 현수막이 높은 곳에 게시될 텐데 어르신들이 일일이 다 떼 오시는 것도 무리일 텐데 말이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제도가 할아버지·할머니를 대신한 그 누군가의 돈벌이가 돼서는 안 된다.

얼마 전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남의 가게 앞에 게시된 광고물을 수거해 가셨다고 경찰 관계자가 주민센터를 찾아온 적도 있다.

가게 앞 현수막은 불법이긴 하지만 사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절도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게 현수막을 게시하는 사람들, 또 그 현수막을 제거하는 사람들이 서로 쏟아붓는 시간과 비용 소모가 많다. 다음 주에도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손때 묻은 현수막, 명함들을 들고 주민센터에 줄을 서실 것이다. 그분들의 수고로움에 감사드리며 깨끗한 거리환경 질서를 위한 시민 모두의 인식 변화를 바라본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