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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찬

아이들의 하늘 주비위 간사

한날 세어 보았다.

상추, 고추, 오이, 참외, 호박, 가지, 쑥갓, 미나리, 돌나물, 토마토, 방울토마토, 들깨, 파프리카, 도라지, 더덕 이렇게 열다섯가지는 먹는 것, 패랭이, 데이지, 과꽃(배추국화), 코스모스, 분꽃, 백일홍, 목백일홍, 화초양귀비, 해바라기, 채송화, 목화 이렇게 열한가지는 못먹는 것.

버려진 스티로폼 박스를 하나 둘 주워 흙을 담기 시작한 게 3월 말이다. 그리고 포토에 하나 둘 씨갑을 넣어 모종을 키워 옮겨 심기 시작한 것이 4월 말이다. 그렇게 하나 둘 늘어간 박스는 허연게 어찌 보면 지저분한 모양으로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더구나 봄가뭄에 물주는 것이 일이 되었다. 물조루가 없어서 하나를 사고, 그 머리가 부러져 또 하나를 사고 하며 5, 6월 가뭄을 나름대로 이겨냈다.

목화씨를 심고 기다릴 때였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시는 여러 어르신들은 대부분 농사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다. 몇 분은 씨갑을 갖다 주시기도 하고, 하나 둘 자라기 시작하는 묘에 엉겨 자라는 풀을 뽑아 주시거나, 때로는 가지를 쳐주어야 하는 녀석들의 가지를 솎아 주시기도 한다. 작년 가을에 벙글어진 목화솜이 하얗게 꽃핀 것을 처음 보았다. 그런 목화씨를 갖다 주신 분이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나름대로 잘한다고, 귀하다고 정성들여 포토에 씨갑을 부었다. 매일 물을 주었고, 그러며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나고 5월이 되어도 싹은 나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쳐 포토 하나를 파보았다. 다행히 촉이 트고 있는 게 확인되어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실패. 포토에 넣은 목화씨는 하나도 틔우지 못했다. 농사 실패다.

그 사이 다른 녀석들은 점점 쑥쑥 자라기 시작했고, 제법 푸르게 하얀 스티로품을 가려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있는 공간은 충주 탄금대 문화원 앞이다. 봄을 지나며 탄금대를 찾는 사람들이 한바퀴 산책 겸 둘러보고 나올 때에 만나는 녀석들이 바로 그 녀석들이다. '고추네.' '가지네.' '어머, 상추봐라.' 각자의 평이 늘어갔다. 녀석들이 커갈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다만, 목화를 접할 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목화를 키워보았거나, 아니면 어려서 보았던 사람들은 반가움에 금새 알아보고 오랜 친구를 대하듯 정겨워한다.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은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심지어 '돼지감자'라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은 '이게 목화야'라며 즉석에서 옛날 얘기를 해주기도 한다. '저게 몽우리지면 열매를 따먹었는데, 얼마나 달콤했는지 몰라'라고 추억의 기억을 이야기하면, '에이, 그걸 어떻게 먹어요·', '저것도 먹는 거예요·'라는 아이의 질문이 뒤를 잇는다.

하나도 촉을 틔우지 못한 목화가 어찌하여 그렇게 자리했는가· 포토에 심고 나머지는 작은 화단에 듬성듬성 꽂아 두었다. 그 녀석들이 모두 촉을 틔워 20여 그루가 나왔다. 지금은 12그루가 남아 스티로폼 박스와 화단에 그득, 숲을 이루고 있다. 어딘가 분양한 목화들도 각각 크고 있을 터인데, 지난 일요일 장마 쪽볕에 보았더니, 한 그루에 꽃이 폈다. 연한 상아빛 꽃 한송이가 너무도 신기했다. 처음 보는 것이니 더구나 어떠랴. 하루가 지나고 월요일에 다시 보니 한 송이가 더 피었다. 어제 핀 상아빛 야리한 첫 꽃은 엷붉게 색이 변했다. 사흘 째 되니 열매를 맺으려는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화초양귀비가 곱게 피고는 2, 3일만에 져버리는 것처럼, 마치 그런 은은한 빛깔로 살짝 비치더니 바로 변한다.

끈끈이주걱 모양으로 가지 사이에 생긴 것들이 꽃몽오리였다. 이번 주는 내내 피고지고 변하며 목화꽃밭을 이룰 것이다. 혹시나 탄금대를 찾는 사람 중에 운좋게 그 꽃들을 만나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누군가 달콤추억에 열매를 하나 둘 따먹기 시작하면, 어쩌면 벙그러진 솜꽃을 못볼 지도 모른다. 목화 사수대를 만들어야 하나·

3m 가량 뻗어 오른 오이도, 돌아서면 커지기 시작하는 실한 가지도 물주고 돌아서기 바쁘게 물을 달란다. 목화도 물을 많이 먹는단다. 장마가 끝나면, 물주기 바쁜 여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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