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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학창시절 얘기다. 그 때 인생의 방향을 가를 만큼 큰 시험이라 생각한 것은 상급학교로의 진학이었다. 당연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진학 할 수 있으니 정말 고통스런 과정이었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3번의 시험이 그것이다. 실력이 부족하니 그때 마다 엄청 떨면서 시험을 치뤘다. 잠을 못잘 정도였으니까 떨림의 강도가 심하긴 했다. 그만큼 시험은 나를 괴롭혔고 긴장케 했다. 물론 불안 초조 떨림이 동반했음은 말 할 것도 없다.

몇 십 년 만에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은 시험이었다. 취직을 할 것도 아니고 무엇을 시작하려함도 아니건만 교실을 나오기 까지 자꾸만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시험을 치르고 나니 온몸에 진이 다 빠진 것 같았다. 허탈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끝났다는 개운함도 있었던 것 같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 데 답안지를 잔뜩 쥔 감독관 한 분이 이 늙은 수험생을 발견하곤 다짜고짜 묻는다. "왜 시험 보세요·" 엉겁결에 "이 계통을 좋아해서요" 라고 답했다. 그는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뭐 하러 머리 아프게 시험까지 보세요" 라며 까지에 힘을 준다.

글쎄 말이다 머리 아프게 왜 시험까지 봤을까. 아무 부담 없는 시험인데도 분명 신경 쓰이고 떨렸던 것은 맞다. 이 분야가 좋아서 책을 보았고 좋아서 하는 짓이라 준비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즐거움 속에서 도전 비슷한 용기가 살아나는 듯 했으니까. 그런데 부담 없는 시험인데 왜 떨린단 말인가. 내 안에 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니면 일종의 존재의 확인이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떨림은 살아있음이요 변환을 꿈꾸는 날갯짓 아닌가. 떨림은 자극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다. 자극은 외부로부터 작용을 주어 정신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게 함이다. 이때 반응이 떨림이다.

TV프로 인간극장의 70대 노부부가 떠오른다. 60이 훌쩍 넘어 외국여행을 갔고 그곳이 마음에 들어 식당을 시작했다는 노부부. 두 분에게서 용기어린 떨림을 보았다. 특히 중국어나 영어 베트남어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아내분의 공책이 인상적이다. 단지 영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건강하다고 여유가 있다고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자신의 나이에 걸 맞는 청춘을 새롭게 창조한다는 건 많은 떨림이 있어야 이뤄질 수 있다고 눈짓 하는 것 같았다. 두 분의 모습이 붉은 노을처럼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 속엔 수많은 삶의 시험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통과할 수 있었던 노력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누구든 100의 열정을 다하면 80-90의 결과가 나오리라는 오만의 계절을 지나게 된다. 그 계절을 지나면 시간이 흐를수록 보이지 않는 시험들이 있다는 걸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취직을 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이제는 시험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큰 착각이었다. 종이 시험이 끝났을 뿐이었다. 수없는 삶의 시험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시험은 모든 것이 지난 지금, 나 자신이 나를 시험하는 시간인 것 같다. 정말 어려운 시험 아닌가. 이건 시험지도 감독관도 평가도 없는 오로지 삶이 시험지요 내가 감독관이 되고 수험자 아닌가. 이 시험지의 답은 시간이 갈수록 알 길 없고 예측도 할 수 없는 그러나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결론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살수록 안개 속을 걸어가는 듯 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끝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 건지. 그럼에도 무언가 갈구하고 확인하고픈 욕구가 있음을 숨길 수 없다. 그걸 정화(淨化)할 자극이 필요한데 내가 나에게 자극을 주지 않으면 누가 주겠는가. 그러나 거기까지다. 멈추고 떨림을 그저 즐길 일이다.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린다면 그건 자극이 아니라 욕망일 테니. 삶의 도처에 시험이 있지만 정답이 있겠는가.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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