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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7.06 13:53:23
  • 최종수정2017.07.06 13:53:23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비가 온다. 머리를 세차게 친다. 갈라진 논바닥을 보면서 그래도 버텨낸 농부의 마음으로 난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있다. 언제 이렇게 절실히 그 무엇을 바란 적이 있었는가. 비는 누구에게나 내린다. 광장에도 비가 내린다. 당당한 나라에서 자유로운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켜 나가려는 촛불의 정신은 이런 갈망이었다. 폭염과 가뭄 속에서 간절한 국민들의 마음으로 비가 내린 것이다.

요즘 누구나 적폐청산을 얘기한다. 어쩌면 스스로들이 적폐청산의 대상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은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가관이다. 언제 좋은 정책들이 없어서 이 나라가 이 모양이 된 것인가. 그동안 켜켜이 쌓여진 부정과 부패에 순응해 살아온 모습들이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괴물이 되어 온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스스로의 자기반성이 없는 모습들을 보며 과연 앞으로의 우리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문화예술계에도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리더니만 금세 개어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다. 비가 내렸지만 더위를 채 식히지 못하고 짜증만 난다. 문화정책 하나 관철하지 못한 채 새 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얹혀가는 기존 기득권을 닮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인다. 무엇이 이들을 이 지경으로 내 몰았는가. 하나 신선할 것 없는 문화정책세미나들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변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람은 변하지 않고 무슨 새로운 문화정책이 나오겠는가.

지역 문화예술 현장이 아프다. 문화정책도 적폐청산이라는 거대 담론에 한발 비켜선 채 지역문화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더군다나 E나라도움이니 보조금정산이니 하며 지역을 통제하고 예술인들을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는 현행 보조금 집행의 문제는 예술인들을 고통 속으로 넣고 있다. 또한 예술 강사들의 처우개선이나 고용문제가 정상화 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이룰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조차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역문화를 지역 간 경쟁체제로 몰아넣은 채 각자도생의 살벌한 구도로 가고 있다. 진정 이 정부는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모습들이 현재 지역에 잔존해있는데 지역문화주체들이 무슨 문화 자치니 문화재정의 독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지역문화예술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역문화 현장에서의 역할을 맡은 재단들조차 중앙단위 사업들의 택배사업소를 넘어서지 못하고 무한경쟁구도의 공모사업에 매달려 지역문화예술을 돌아볼 틈이 없다. 이는 지역 간 경쟁 구도가 아닌 협력 구도로 정책전달체계를 새로 짜야 할 것이다.

결국 지역문화는 지역 스스로의 자기반성과 현장에서의 치열한 자기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지역문화 분권은 말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각된 힘을 바탕으로 기존 문화전달체계와의 목숨 건 싸움을 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역문화가 국가문화정책의 근간이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지역에서의 협력과 연대를 통한 혁신의 힘을 가져내야 한다. 이러할 때 국가문화정책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자각되지 않은 지역문화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가 내린다. 민주주의의 비가 내린다. 모두가 바라던 비가 내린다. 지역문화의 현장에도 연꽃처럼 비가 내린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문화고 그것을 꽃피우는 것이 광장이고 촛불이다. 자각하여 자유로 날아다니는 문화의 다양한 역동성을 지역문화현장에서 꽃피워야 한다. 우리가 갈구하는 이 비처럼 우리 지역문화에도 흠뻑 단비가 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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