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2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엄혹한 시절, 대한민국의 가슴에 정치군인들의 총탄세례가 쏟아지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가 진하게 깔린 거리를 걷다보면 수없이 다가서는 불심검문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폭력이 정당화되는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 굴종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굴종의 시대에도 많은 이들의 가슴엔 젖은 솜뭉치처럼 먹먹한 답답함이 있었고 죽어간 이들에게 빚진 마음에 수시로 넋 놓고 울 때도 많았습니다.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온몸 던지며 싸우던 희망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사랑을 알았습니다. 청춘이기에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러기에 곤봉에 맞으면서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감옥에도 가고 온몸 성할 날 없었지만 참 행복한 싸움이었습니다. 그렇게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던지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87년의 봄은 광주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상처를 품으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티브이를 통해 나오는 노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국민 모두가 온몸 던지며 이룩한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날이었습니다. 우리의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날이었습니다. 다시 굴종을 요구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시청광장에서 노란 풍선을 하늘 닿을 때까지 올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하며 그 누구도 큰 소리 내어 울지 않았습니다. 그저 먹먹한 가슴만 쥐어짜며 너무도 큰 슬픔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날 이후 눈물을 안으로 삼키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오월은 달랐습니다. 우리가 절망하며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이 저 깊은 슬픔의 터널을 뚫고 나와 수많은 깨어있는 국민들로 되살아났습니다. 지난 겨우내 타오르던 촛불은 오월이 되어 모든 더럽고 역겨운 것들을 태웠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촛불은 광주의 오월을 완성시키는 것이었으며 부엉이바위에 서 있는 대통령을 지켜내는 일이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씻겨주는 그런 것이었고 진도 맹골해역에서 죽어간 세월호의 아이들을 건져내는 일이었습니다. 간절한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우리들의 싸움은 당당한 걸음이었습니다.

대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이토록 세상이 달라진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참으로 바보같이 속으로 울음 울던 날들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제 우리의 오월은 아프지만 찬란한 민주주의를 함께 지켜내는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그런 세상입니다. 그 반전의 오월을 오래오래 곰삭혀 이 땅의 민주주의가, 나라다운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의 절망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촛불은 우리가 지켜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고 스스로의 비겁함을 용서받는 게지요

오늘은 진정 꿈은 아니지요. 깨어있는 국민들이 든 촛불로 만든 나라입니다. 장밋빛 아픔이 스며있는 노란 물결의 희망입니다.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이루어지는 그런 날입니다. 꿈을 이룬 모든 국민의 아름다운 오월입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의 연설이 가슴을 흔듭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노란 나비의 날갯짓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눈물이 나는데 기분 좋은 날입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