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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정기헌 오리협회 충북지회장

조류독감 발생 170일 지난 지금 오리농가 민심은
수백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매몰된 AI 일단락
오리농가는 여전히 얄궂은 검역본부의 축사 환경검사로 고초
생활고에 허덕이는 오리농가에 전실 설치 주문에 '한숨'
 

  • 웹출고시간2017.05.03 16:09:28
  • 최종수정2017.05.03 16:09:28

편집자

지난해 11월16일 전국에서 최초로 음성군 맹동면 육용오리농가에서 AI가 발생해 진천, 괴산, 청주, 옥천 등 85개 농가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음성의 닭·오리·메추리가 277만6천 마리가 살처분되고 매몰됐다.

현재는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추가 신고건이 없어 경계지역이나 보호지역이 모두 해제된 상황이며 오리농장 밀집지역인 맹동에만 거점 소독소 1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말께부터 이어온 조류독감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오리농가들은 여전히 검역본부 축사 환경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고초를 겪고 있다.

검역본부의 축사 환경검사가 워낙 까다로워 웬만해선 통과하기 힘들다고 오리농가들은 입을 모아 토로하고 있다.

음성의 48개 오리농가 가운데 7개가 최근 축사 환경검사를 통과해 3주간의 시험닭 시험가축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입식이 가능해진다.

음성지역은 그나마 진천, 괴산, 청주보다는 진행이 빠른 편이라고 음성군 관계자는 전했다.

조류독감이 휩쓸고 간 뒤 수백만 마리로 가득했던 맹동지역 오리축사에는 현재 단 한 마리의 오리도 없다.

이번 조류독감 발생으로 황폐해진 땅을 쓸고 닦기를 몇 번에 걸쳐 해도 축사 환경검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오리 입식이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까다로운 검사가 조류독감 피해로 낙심하고 있는 오리농가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하소연이다.

AI사태로 시름에 빠진 충북의 오리농가들이 전실 설치 등 실정에 맞지 않는 정부 정책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오리농가들의 민심을 듣기 위해 정기헌 오리협회 충북지회장을 만났다.

3일 정기헌 씨가 검역본부 축사 환경검사를 받기 위해 청소를 한 축사 내부를 가리키고 있다.

◇오리축사에 전실 설치 탁상행정

3일 음성군 맹동면에 소재한 오리농장을 운영하는 정기헌 오리협회 충북지회장의 농가를 찾았다.

오리농가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전실 설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실이라는 것은 오리축사 마다 입구에 문을 두개 설치해 신발 등을 갈아 신고 소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정 회장은 "오리축사에 전실을 설치하라는 것은 탁상에 나온 발상"이라며 "오리농장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조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오리축사는 닭의 경우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닭의 경우엔 입식 때 왕겨가 한번만 들어가지만 오리는 바닥에 습기가 차거나 젖으면 수시로 깔아 줘야 한다는 것. 이때마다 왕겨를 까는 기계와 작업자가 왕겨를 들쳐 메고 수시로 들락거려야 하는데 그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소독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털어 놓았다.

정부 관료들이 탁상에서 결정한 잘못된 정책을 내려 보내면 농가들은 어쩔 수없이 죽어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꼬집었다.
◇오리농가, 전실 설치로 추가대출 불가피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충북의 오리농가 가운데 돈 구경을 해 본 농가는 거의 없다. 보상비 40%와 생계유지비 조금 받은 게 전부다.

"지금 충북의 오리농가들이 다 빚더미에 앉아 있다"고 정 회장은 전했다.

당장 오늘부터 모든 규제를 풀어줘도 축사 환경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시료채취를 해서 배양 알에서 종란 접종을 한 뒤 1주일간 살아있으면 병균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동당 시험 닭 5마리씩 넣어놓고 21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이 닭에서 채혈 검사를 해서 이상이 없으면 그때 가서 오리 입식이 허가된다.

이렇게 꼬박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충북의 오리농가들은 지난해 11월 16일 AI가 발생하고 지금 5월이 됐지만 지금까지 돈 한 푼 못 벌었다. 축사 환경검사를 통과해도 빨라야 6~7월께야 입식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올해 8~9월, 10~11월 두 번밖에 못 키운다는 얘기다. "도대체 뭘 먹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보통 직장인들이 두 달만 봉급을 못 받아도 빚을 얻게 마련인데 충북의 오리농가들은 6개월째 돈 구경을 못한데다 전실을 설치하란 통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추가 대출을 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AI를 키운 것은 행정 편의주의 때문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16일 AI가 처음 발생했을 때를 떠올리며 AI가 확산된 것은 행정편의주의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정 회장은 맹동에 AI가 발생하자마자 3㎞ 이내 축사의 오리를 모두 매몰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매뉴얼에 따라 500m 이내 축사의 오리를 매몰했고, 그래도 확산되자 나중에 3㎞ 이내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초기에 3㎞ 이내로 잡았으면 이렇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했다.

처음에 500m로 정했을 때 500m에서 20m 거리에 떨어진 축사도 매몰을 하지 않으려 했다며 대부분의 농장의 이동경로가 다 같아 맹동을 한 농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보상을 적게 주려는 건지 미루고 미뤄서 양성이 나오면 그때 가서 오리를 묻었다"고 말했다.

예방적 살처분을 하면서 양성이 나오면 보상금을 20% 삭감하고 준다. 보상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오리농가는 계열업체에 병아리 값과 사료 값을 지불하고 나면 손에 쥐는 몇 푼으로 6개월을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 보상가격 충청도·전라도 제각각

이번 AI사태 때 충북은 오리 한 마리당 보상가가 5천원이었다. 그런데 한 달 후 발생한 전라남도에선 7천500원의 보상가를 받았다. 한 마리당 무려 2천500원이 차이가 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음성 맹동에서 처음 AI가 발생했을 때 당시 시세가 5천원 이여서 충북은 마리당 5천원을 받았지만 한달 사이 오리 값이 7천500원으로 뛰었고, 이때 전남도에서도 AI가 발생해 이 지역 오리농가들은 마리당 7천500원의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전라도에서 먼저 터지면 충청도의 보상가가 높아지고, 반대로 충청도에서 먼저 터지면 전라도에서 높은 보상가를 받게 마련이다.

이에 정 회장은 "정부가 5년치 오리값 중에서 가장 높았던 해와 가장 낮았던 해를 빼고, 나머지 3년치를 모두 합쳐서 평균을 낸 가격을 그해 발생한 오리 보상가로 고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매번 AI가 터질 때마다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어느 지역은 조금 낫고, 어느 지역은 그보다 못하게 되면 항상 불평불만이 생기기 때문이다.

◇AI 잡는 소독약 없으면서 소독 타령만

정 회장은 "정부는 소독 안했다고 맨 날 떠드는데, 소독약으로 감기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지 AI를 연구하는 교수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을 못하더라"며 "만약 바이러스를 소독약으로 잡을 수 있다면 전세계 인류에 감기환자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한테 오는 감기도 바이러스 때문에 오는 것이고, 조류한테 오는 감기도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다. 그는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면 정부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약을 오리농가에 배포해 주고 소독을 했느니 안했느니 따져야 할 것 아니냐"며 "듣지도 않는 소독약을 줘 놓고 맨 날 소독타량이다"고 정부와 지자체를 질타했다.

정 회장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소독으로 조류독감을 잡지 못하지만 대한민국처럼 소독 안했다고 농가에 책임을 떠넘기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오리협회 요구로 실시한 소독약 품질 검사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소독약 28가지 제품 모두가 함량 미달로 나왔는데 오리농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음성 / 남기중기자 nkjlo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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