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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소백산 겨울풍경에 감탄사를 터뜨린다. '억지로'가 아닌 '저절로'다. 말이나 글로는 다 표현하기 어렵다. 아침 햇살 받은 눈꽃이 반짝인다. 환상적인 동영상이다.

*** 길의 끝을 만나야 시작을 안다

겨울 소백산에서 존재의 까닭을 찾는다. 비움과 채움, 나눔에 대해 생각한다. 존재의 이유와 부조리에 빠져든다. 인생을 배우고 공부한다.

겨울의 소백산에는 두 가지가 함께 한다. 극한의 고통과 최고의 낭만이 공존한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는 맛은 일품이다. 정상에서 순백의 세상과 조우는 벅찬 감동이다. 주목단지의 눈꽃과 상고대는 일품을 넘는다.

그러나 비로봉서 맞는 칼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웬만한 방한 바지론 견디기 어렵다. 카메라 셔텨 누르기가 얼마나 큰 고통인지도 알게 된다. 손가락이 어는 아픔이 뭔지 알게 된다. 극한의 고통을 참아야 사진 한 장을 얻을 수 있다.

구랍 30일 소백산을 찾는다.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새벽 4시4분 어의곡탐방지원센터 앞 온도가 영하 10도다. 3시간 뒤 비로봉 온도는 10도나 더 떨어진다. 영하 20도에서 30분 동안 일출을 기다린다.

유장한 침묵이 흐른다. 마침내 동해 바다를 넘어온 해가 장쾌하게 솟아오른다. 무심코 카메라를 잡는다. 장엄의 광경을 찍기 위함이다. 하지만 장갑을 벗고 손끝을 내놓기가 무섭다. 살을 에는 추위가 공포를 만든다.

침묵이 온 공간을 지배한다. 내 존재도 자연스럽게 침묵과 공명한다. 잠시지만 본래면목(本來面目)으로 돌아온다. 항상(恒常)의 시원(始原)으로 돌아온 듯하다. 비로소 내 존재를 알아차린다. 복잡하게 휘어잡던 혼잡함이 질서를 잡는다.

순간 목표가 명징해진다. 소백산 비로봉을 찾은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된다. 행위 자체보다 행위의 바탕에 집중한다. 이루려는 마음의 의도가 중요함을 깨닫는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장갑을 벗는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백두대간 국망봉 줄기를 타고 북풍이 몰아친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천동 쪽으로 날머리를 잡는다. 무지막지한 찬바람을 헤치고 내려간다. 볼이 얼고 손이 곱는다. 어느새 주목단지에 다다른다.

산에선 언제나 내려가는 게 더 중요하다. 산악인 엄홍길씨의 어록을 떠올린다. "산중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고요. 가장 좋고 비싼 산은 부동산이라고 해요. 그러면 제일 중요한 산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하산(下山)입니다."

하산의 중요성을 알리는 아포리즘이다. 동시에 위험성을 경고하는 경구다. 산행은 인생에 자주 비유된다. 그러나 인생은 정상을 향해 오르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하심(下心)으로 완성된다.

인생은 산행과 같다. '등정주의'보다 '등로주의'가 값지다. 정상을 향해 수직으로만 오르는 등반이 아니다. 때론 평평한 고지대를 한없이 걸어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 때도 있다. 예기치 못한 걸림돌에 좌초할 수도 있다.

길의 끝을 만나야 시작을 알 수 있다. 유일한 방법은 걷기밖에 없다. 온전히 내 두 발을 움직여 가는 수밖에 없다. 인생 역시 다르지 않다. 몸소 가봐야 알 수 있다.

*** 강물이 강을 버려야 바다 된다

한 해가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가 다시 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소멸하고 생성한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가 될 수 있다. 그릇은 비워야 채워진다. 결국 사라져야 나타난다. 변치 않는 진리다.

'덕분에'라는 말이 있다. '때문에'라는 말도 있다. '덕분'은 긍정적이다. '때문'은 부정적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엄청난 차이다. '때문에'보단 '덕분에'를 취하는 게 좋다. 죽을 때까지 가슴에 담고 사는 게 좋다.

새해에도 내 삶은 여전히 남아 있다. '때문에'에 집착했다면 이제부터 '덕분에'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덕분에'는 비움의 단어다. '때문에'는 집착의 언어다. '때문에'와 부정지수는 비례한다. 그래서 누구 탓을 하면 할수록 내가 더 슬퍼지고 괴로워진다.

긍정도 학습이다. '덕분에'로 삶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학의 다리가 긴 이유는 다 있다. 길다고 자를 게 아니다. 다 쓸모가 있다.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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