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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 주왕산

청송의 중심에 우뚝…버릴 게 하나 없는 명품의 매력

  • 웹출고시간2016.07.28 18:50:15
  • 최종수정2016.07.28 18:50:56

주왕산 산행코스

대전사~주왕굴~용추폭포~절구폭포~용연폭포~후리메기삼거리~주봉~대전사

주왕산의 여름풍경이 파랗다. 눈부시게 푸르러 서늘하다. 초록 물결이 연방 넘실댄다. 산이 구름 속에 갇혀 웃는다. 쪽빛보다 더 푸른 하늘이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잘도 섞인다. 환각을 일으킬 정도의 색감이다. 주방천 곳곳에 여름향기가 깃든다. 용추폭포가 3단으로 떨어진다. 물보라가 시원하게 인다.

[충북일보] '청송'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다. 여름의 절정에 알맞은 이름이다. 한 여름에 더 빛나는 최고의 피서지다.

주왕산(721m)은 청송의 중심에 우뚝 선다. 가장 먼저 대전사 뒤로 뫼산(山)자 바위가 눈길을 끈다. 산길은 계곡과 나란히 서 편하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많다. 어느 곳에서나 다리쉼을 할 수 있다. 잊을 만하면 폭포지대가 나타난다.

주왕산은 들머리부터 남다르다. 길과 계곡이 나란히 걷는다. 주왕산의 심장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물이 천천히 내려간다. 대전사 입구를 지나면 상쾌해진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부드럽다. 계류는 순하게 흘러간다. 천변에는 수달래 관목들이 무성하다.

주왕산 풍경.

주방천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바위 사이를 휘감아 돈다. 손에 닿는 물이 차갑다. 계곡을 따라 3개의 폭포가 거리를 두고 이어진다. 가는 곳마다 천하비경이다. 산그늘은 더위에 지친 산객들을 보듬어 준다.

주방천은 주왕산의 심장부 타고 흘러내린다. 이곳에 용추폭포와 절구폭포, 용연폭포가 있다. 모두 응회암 절리 틈으로 떨어지는 폭포다. 일제 강점기엔 1·2·3 폭포로 불렸다. '용(龍)'자를 쓰지 못하도록 한 일제의 간악함 때문이다.

2016년 7월 22일 오전 10시45분. 햇볕이 뜨겁고 따갑다. 대전사 입구에 산객들이 별로 없다. 30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 탓인 것 같다. 폭포 코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급히 상가지역을 빠져나간다.

주방천을 따라 간다. 길이 순하고 곱다. 아들바위 쪽 노폭이 시원하다. 계곡의 물속에선 버들치가 활발하다. 계곡이 점점 좁아진다. 물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 능선의 바위들이 고개 들기 시작한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회색빛 군단 같다.

자하교를 지나니 점점 더 웅장해진다. 연꽃을 닮은 연화봉과 병풍바위가 잇대어 선다. 학소대로 연결되는 암석의 단애들이 수직의 벽을 이룬다. 암벽들이 단단한 기세로 옹골차다. 늑골처럼 드러나 마치 호위병 같다.

3단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시원하게 계류를 뿜어낸다. 시리도록 맑아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엄청난 암석 단애의 틈을 비집고 나아간다. 회색바위 한가운데에서 폭포가 쏟아진다. 놀란 심장처럼 계류를 쾅쾅 쏟아낸다. 용추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시리도록 맑다. 용소의 깊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계곡 길 중간에 샛길이 보인다. 절구폭포로 향하는 길이다. 사방이 벼랑으로 둘러싸인 좁은 길이다. 멀지 않아 가기 쉽다. 깊은 골의 막다른 곳에서 절경을 선물한다. 주왕산의 제2폭포로 불릴 만하다.

절구폭포는 2단을 이루고 있는 폭포의 모습이 절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절구폭포는 응회암의 절리에 의해 생긴 폭포다. 2단으로 이뤄져 기묘하다. 먼저 계곡물이 처마처럼 생긴 바위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절구처럼 생긴 바위에 담긴다. 다시 낮은 바위를 타고 쏟아진다. 절구폭포란 이름이 생긴 풍경이다.

어느새 주왕산의 가장 깊숙한 곳이다. 해발 400m, 여기서 물이 떨어진다. 물줄기에 힘이 실린다. 낭떠러지 옆으로 거느린 푸른 절벽의 기세가 당당하다. 전체적으로 의기가 넘친다. 장엄하기까지 하다.

두개의 단을 이루는 2단 폭포다. 상부는 폭이 약 4m, 낙차는 6m다. 하부의 폭은 5m, 낙차는 10m에 이른다.

주왕산의 심장부에서 경험하는 기적이다. 아찔하게 아름다운 물의 낙하를 한참동안 바라본다, 모아진 물이 낭떠러지 아래 깊은 못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가다듬어 다시 떠난다. 용연폭포가 만들어낸 물의 절경이다.

후리메기삼거리 쪽으로 돌아간다. 주왕산의 주봉으로 가기 위해서다. 폭포지대와 달리 물이 많지 않다. 가끔이지만 매혹적인 소(沼)가 기쁨을 준다. 더운 날 시원한 계곡물의 유혹도 있다. 한적함이 만든 '알탕의 유혹'이다.

마음만 던져 놓고 발길을 재촉한다. 점심을 먹고 1시간 쯤 후 주봉에 도착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 후텁지근하다. 함께 한 대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용연폭포의 멋스러움을 생각하며 하산을 서두른다.

오후 4시20분 대전사에 도착한다. 하늘 위로 푸른 풍경이 바다처럼 펼쳐진다. 그 아래 펼쳐진 파노라마가 파란 수채화다. 산 전체가 명품의 매력을 발한다. 풍경 하나, 구간 하나 버릴 게 없다.
■ 취재후기

주산지, 물과 숲이 만들어 낸 기묘한 조화

오후 5시 주산지가 시끄럽다. 영화를 찍는 소리가 아니다. 저녁을 알리는 새소리도 아니다. 늦은 오후 주산지를 찾은 사람들의 탄성이다.

아직 주산지엘 가보지 않았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아껴둔 꿀떡을 가슴 속에 담고 있으니 말이다. 주산지는 달콤함을 혼자 즐길 수 있는 꿀떡 같은 곳이다. 이미 가본 사람은 더 행복하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억 속 풍경이다.

초록이 한없이 싱그럽다. 저수지 안의 왕버들도 여전히 청아하다. 길은 인공적이지 않아 좋다. 깨끗하고 간지러운 물소리가 난다. 잉어와 붕어, 메기들이 노니는 소리다. 물과 숲이 기묘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 흠뻑 빠진다.

불현 듯 텐트 치고 며칠 눌러앉고 싶다. 자연과 벗하고 싶어진다. 가야 할 길이 먼데 미적거린다. 쳐다볼수록 머물고 싶어진다. 천천히 걸으며 내속을 들여다본다. 머무르고 싶은 곳이라는 여운을 남겨둔다.

주산지 왕버들 풍경.

주산지는 1721년 조선 경종 때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다. 300여 년이 흐른 지금 풍경이 너무 좋다. 너무도 자연스런 비경이 됐다. 물에 반쯤 잠긴 왕버들의 모습은 압권이다. 관광 인파를 끌어들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주산지는 평소 수량이 적다. 그 바람에 왕버들의 뿌리가 땅에 드러나기 일쑤다. 우기가 막 끝났을 때가 적절한 타이밍이다. 사진에서 본 비경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밑동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산지의 특징은 물 안에 숲이다. 아침이면 물속의 숲에서 물안개가 피어난다. 스멀스멀 안개가 사위를 감춘다. 왕버들의 풍모가 신령스럽게 변하는 시간이다. 느리게 노니는 잉어는 선계의 물고기가 된다.

늦은 오후 주산지가 점점 더 고요해진다. 녹음 가득한 침묵의 호수로 변한다. 숲의 초록에 주산지의 색깔이 더해진다. 또 다시 마음이 붕붕 떠다닌다. 슬쩍 망설이다 돌아 나온다. 숲길이 어둑어둑하다.

주산지에선 느릿해야 한다. 그래야 제멋을 느낄 수 있다. 오롯이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종종걸음을 버리고 뚜벅뚜벅 디디는 게 좋다. 야릇한 유혹을 물리치고 청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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