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3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그 산에 가고 싶다 - 월악산

초록물결… 천상의 화원… 봄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다

  • 웹출고시간2016.04.14 17:59:52
  • 최종수정2016.04.14 18:37:47

편집자

봄의 깊이가 더해 간다.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햇살이 얼굴에 비친다. 솜털 같은 바람이 스치고 간다. 봄꽃이 상쾌한 향을 뿜어낸다. 월악산이 4월의 봄과 진지하게 마주한다. 날씨가 간혹 변덕을 부리기도 하지만 비교적 맑은 4월이다. 꽤 만족스러운 하늘이다. 어디서든 좋은 날씨를 마주하는 건 행운이다.

봄날 월악이 바위꽃으로 피어난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 봉우리가 툭 친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능선이 절묘하다. 기암과 노송이 산수화로 태어난다. 월악의 우람한 골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암괴석 위로 낙랑장송이 똬리를 튼다. 월악의 속살이 영과 중봉, 하봉 뒤로 숨는다.

[충북일보] 4월9일 월악산(1천97m) 방문은 행운이었다. 월악산은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충주호와 함께 언제나 우뚝하다. 들머리부터 첩첩하다. 하늘을 닮은 숲은 푸르다. 맑은 공기가 청량감을 준다. 눈 돌리는 곳마다 절경이다. 곳곳이 힐링의 공간이다.

오전 7시 청주를 나선다. 월악산 송계계곡 덕주골에 닿으니 오전 9시다. 덕주골 상가를 지나 덕주사를 거친다. 계곡 사이로 진달래가 활짝 폈다. 연분홍색 채도가 흐린 아침 날씨를 상쇄한다. 진달래 아래로 햇살이 무늬를 만든다.

덕주사를 지나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숲 속 공기 덕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고요의 숲 정령을 만난다. 마애여래석불까지 돌길이다. 가는 내내 그늘 숲길이 울창하다. 숲길은 돌계단과 가파른 경사의 이어짐이다.
마애여래석불은 급경사 언덕배기 거대한 수직암반 벽면에 새겨져 있다. 얼굴은 돋을새김하고 몸통은 선각으로 처리했다. 조형성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도 서글서글한 이목구비가 강한 인상을 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름길이다. 산객들을 질리게 하는 돌계단·철계단과 맞닥뜨린다. 모롱이를 돌때마다 화강암이 불쑥불쑥 솟는다. 바위틈에는 수백년의 소나무가 자란다. 그 사이 사이에 계단이 있다.

80도의 철 계단이 하늘로 향한다. 고도는 높아지고 산세는 더욱 험해진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소나무의 풍경이 나타난다. 절경과 조우하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좌우로 우람한 회색 바위들이 도열한다.

갑자기 등장한 암릉 군단이 혼을 빼놓는다. 동남쪽으로 월악공룡으로 불리는 만수릿지가 웅장하다. 월악산의 진풍경이 비로소 나타난다. 발 디딘 곳마다 아찔하다. 기암절벽 위로 바위 하나가 우뚝 선다. 선계의 풍경이다.

갈수록 풍경이 점입가경이다. 거대한 바위가 구름 위로 올라가는 듯하다. 드디어 멀리 월악 영봉이 보인다. 안개 탓에 선명치가 않다. 그래도 바위벽의 위용이 거대하고 웅장하다. 충주호반과 잘 어울리는 영봉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전망대를 지나 960m 마애봉에 이른다. 평탄한 숲길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헬기장을 지나 송계갈림길까지 천상화원이다. 현호색 등 야생화가 오감을 자극한다. 봄이 품은 숲에서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간혹은 더덕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힘들게 오른다. 마지막 수직고도가 150m나 된다. 봄날의 영봉이 환하게 웃는다. 정상에 서니 세상이 발아래다. 비로소 월악산이 반갑다. 정상석 옆에 선다. 저 멀리 충주호가 눈에 들어온다. 충주호 주변으로 금수산과 가은산, 구담봉과 옥순봉이 줄을 선다. 역동적인 산세를 펼쳐놓는다. 호거용반이다. 잔잔한 물결과 아름다운 산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영봉의 신령스러움에 잠시 숙연해진다.

중봉과 하봉 쪽을 쳐다본다. 월악산이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거대한 용처럼 꿈틀댄다. 위용이 만만치 않다. 충주호를 배경으로 한 풍광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 보덕암 쪽으로 내려서는 철 계단길이 만만치 않다. 예삿일이 아니다.

세상이 시끄러워도 봄꽃이 손짓하면 속절없다. 화무에 이끌려 길 따라 물 따라 움직인 하루다. 오후 4시 수산1리 주차장에서 영봉을 한 번 바라보고 차에 오른다.

눈을 감는다. 찬란한 봄날이다.
■ 취재후기

산세가 기묘해 아름다움 금강에 비견
여성성과 관련 많지만 외형은 남성적

월악산은 충북산하 북쪽 풍경의 맹주다. 산세가 기묘해 금강에 견줄 아름다움을 갖췄다. 누가 봐도 남성적 외형이다. 하지만 여성성과 훨씬 많은 관련을 맺고 있다. 신라 말 덕주공주가 대표적이다. 현대에선 탄허(呑虛 1913~1983) 스님의 예언이 유명하다.

"월악산 영봉(靈峰)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쯤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 여자 임금이 나오고 3~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 이 말의 발원지가 불교계 고승이었던 탄허 스님이다.

참 신기하다. 탄허 스님의 말대로 물이 없던 월악산 밑에 물이 찼다. 충주댐 공사로 물길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봉 꼭대기 위로 달은 예나 지금이나 뜬다. 그런데 30년 전부터 그 달빛이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앞 강물 위에 환히 비치고 있다.
월악산은 보는 곳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한다. 제천 수산이나 덕산 쪽에서 올려다볼 때가 제일 예쁘다. 마치 비스듬히 드러누운 긴 머리 여인 같다. 어떤 때는 영락없는 여인네의 젖무덤 2개다. 충주 미륵리 쪽에서 보면 와불처럼 보인다.

덕주사 내 남근석.

제천 한수 소재지 쪽에선 세 여인네의 여성성을 볼 수 있다. 덕주사 대웅보전 외벽에 있는 불교적 해설도와 맞아 떨어진다. 경내에 생뚱맞게 서 있는 남근석 3기에 대한 의문도 비로소 풀린다. 월악산의 강한 음기를 막는 장치였다.

결국 덕주사 경내 3개의 남근석은 영봉과 중봉, 하봉의 짝궁인 셈이다. 해(日)는 양(陽), 달(月)은 음(陰)으로 통칭된다. 궁극적으로 월악산은 강한 음의 기운을 오롯이 간직한 여성성의 산이다. 월악이란 이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월악산의 여성성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기세등등하게 솟아오른 암봉 등은 어느 모로 보나 혈기방장한 남성의 풍모다. 영봉은 수직고도가 150m에 이르는 거대 암봉이다. 북쪽의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바위능선은 우람하다.

덕주골 진달래.

하봉과 중봉에서 보는 풍경은 절창이다. 들어감도 나옴도 아득하다. 군살 없이 미끈한 남성성을 자랑한다. 숲은 창창하고 바위는 우뚝하다. 손 때 덜 탄 원시림은 신비롭다. 곳곳에 솟은 암봉과 장송이 무수하다.

월악산은 지금 한창 봄 색깔을 내는 중이다. 발아래로 펼쳐진 만수능선과 덕주골에도 봄물이 든다. 봄볕을 받은 만수능선은 장엄하다. 우뚝 솟구친 바위절벽은 아득하다. 발아래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매달린 노송의 무리는 신비 그 자체다.

서산 너머 붉은 노을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영봉의 넓고 긴 그림자가 충주호를 덮는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인고의 노송들을 생각한다. 유람선 한 척이 충주호를 가로지른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시나브로 막혔던 가슴을 뻥 뚫고 지나간다.

월악산의 여성성을 다시 생각한다. 탄허 스님이 몰두했던 월악산의 의미를 떠올린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월악산 탐방로 안내문

산행코스

덕주골 입구→덕주사→마애불→마애봉 960고지→송계삼거리→신륵사 삼거리→영봉→중봉→하봉→보덕암→수산리. 도상거리=13.7㎞(산행시간=식사와 휴식 포함 6시간30분)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