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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삶의 양식이다 - 소설 '영웅문'

문희창 직지코리아 부장의 추천도서
문화의 길 열어준 일깨움의 책(冊)

  • 웹출고시간2016.04.07 18:16:05
  • 최종수정2016.04.07 18:16:24
[충북일보] "책장을 한번 펼치는 순간,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지금의 장년세대에게 무협소설 '영웅문'은 말 그대로 영웅이었다. 직지코리아 문희창 부장의 말처럼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어버리는 신공을 발휘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김용 소설을 모두 읽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그대로 묻어있는 책이다. '응답하라, 1988'의 아이템이다. 지금 다시 읽으면 그 기억들이 고스란히 소환된다. 5회독 이상을 했다. 정독이나 열독이 아니라, 탐독(耽讀)이다. 즐길 '탐'자다. 심지어는 폐인 될까봐 손을 대지 못한다. 밤새워서 읽어야 한다. 그만큼 좋아하는 책이다."

근사하고 심오한 인문학서적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했던 것과 달리, 그는 부리부리한 눈에 텁수룩한 수염의 사내가 그려진 표지의 무협지를 들고 나왔다. 지금의 장년 세대 학창시절인 7,80년대는 군사정권으로 경직되어 있던 시대였지만, 청춘들의 패기와 이상은 그들이 즐기던 영화와 음악, 책에 그대로 투사되어 나타났다. 그즈음 방대한 대륙에서 펼쳐지는 영웅호걸들의 호쾌한 액션과 신이한 도술, 전대미문의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의기로운 여인들은 젊은이들을 금세 사로잡았다.

특히 김용의 '영웅문'에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는데, 그것은 수백 권에 달하는 방대한 중국 역사서를 수차례 통독하며 공부한 결과다. 광범위한 독서를 통해 쌓은 동서양 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과 결합되어 세기를 뛰어넘는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김용 소설에 열광하는 상당수 독자들이 등소평, 장경국 등 사회 지도층 인사와 지식인층인 것은 이러한 사실에서 비롯된다. 또한 그의 작품은 전 세계 화교들이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때 반드시 읽어야 할 교과서 같은 책으로 중국의 오랜 역사와 유서 깊은 문화를 담고 있다.

'영웅문'이 가진 많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의 인식에는 하나의 무협지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하는 경향도 있다. 무협지 마니아인 문 부장은 슬쩍 미소를 짓는다.
"고등학교 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영웅문'을 통해 배우고 익혔다. 남송 시기부터 원을 거쳐 명의 건국 이전까지의 긴 역사를 배경으로 중국대륙을 놓고 한족과 거란족, 몽고족 등 이민족 간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다. 역사에 대한, 연대기에 대한 퍼즐을 '영웅문'을 통해 맞췄다. 절로 공부가 되었다."

프랑스의 한 조종사는 자신의 삶이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고 결정되었다고 했다. 이 소설이 그가 살아온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했다.

"소위 '덕후'였기 때문에 남들은 못 보는 것을 찾아내며 즐겼다. 무협지, 만화가 허무맹랑하다고 폄하할지 몰라도 내게는 특별한 세상이었다. 덕분에 처음 사회시작을 영화 쪽 일을 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합작 일을 했다. 몸담고 있던 회사는 '아기공룡 둘리'를 독일 5개 도시에 소개하는 일을 했다. 5년 넘게 그런 일들을 하면서 문화 쪽과 관련된 일들에 관심이 쏠렸다. '영웅문'이 내 삶의 방향에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무협지보다도 영웅문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무엇일까. 소설 영웅문을 만지작거리는 손끝으로 마법처럼 그의 기억들이 쏟아져 나올 듯 했다.

"난세의 영웅담이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배우는 리더십과 팔로워십도 이 소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무협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독자조차도 한 챕터만 읽으면 빠져 들 정도로 재미 요소가 강력하다. 중화권에서는 그의 모든 작품이 TV 시리즈와 영화, 게임 등으로 발표되고 지금도 꾸준히 리메이크 되는 등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원조이다."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인해 인공지능이 세간의 화두였다. 공상과학의 세계가 현실로 실현될 날이 성큼 다가온 이 시대에, 무협지가 갖는 의미를 물었다.

"요즘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대결을 계기로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회자되고 있다. 인간이 끝까지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아마도 상상력과 창의력일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경쟁력인 시대에 우린 이미 들어서 있다. 지식은 단시간 내 습득이 가능하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은 그렇지 않다. 미술, 음악, 영화 같은 창의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고 창작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안목을 갖는 것이 방법이다. 나를 결국 문화콘텐츠 분야 종사자의 길로 이끈 소설 '영웅문'처럼 청소년들도 이 책에서 자신만의 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새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무협소설이 갖는 '권선징악'의 명쾌한 주제야말로, 어떤 첨단 과학기술에도 앞서는 인간사의 도덕적 첨병이라 할 것이다.

/ 윤기윤 기자

문희창 이력

-1969년

-서울 보성고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졸업

-2002년 (주)손에손필름배급(애니메이션 해외합작, 국내영화 해외배급)

-2002년 서울미디어시티2002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04년 5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사업팀 차장.

-2004년 2004청주직지축제 홍보팀장

-2005년 200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담당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표창(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유공자)

-2015년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비엔날레 부장

-2016년 직지코리아 홍보팀장(문화재단, 직지코리아조직위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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