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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2.01 18:32:20
  • 최종수정2016.02.01 18:32:22
[충북일보] 단고(短考)가 상수(上手)를 생산했다. '윈윈' 방안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는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였다. 생각만 오래했지 묘수풀이가 없었다. 충북의 초·중학생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 좀 늦었지만 잘 한 선택이다

"지원해 줄 만큼 지원했습니다. 더는 지원해 줄 게 없습니다."(이시종 충북도지사)

"초·중학교 무상급식 문제는 쌍방 합의로 해결해야 합니다."(김병우 충북도교육감)

며칠 전까지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밝힌 서로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의 엊그제 짧은 회동에서 풀렸다. 파국 위기가 갈등 해결로 급전환됐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인건비와 운영비는 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키로 했다. 식품비의 75.7%는 지자체(충북도+11개 시군)가 책임지기로 했다. 10여 분 간의 비공개 회동에서 나온 엄청난 결과였다. 참으로 간단하고 기막힌 일이었다.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은 1년 가까이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계속해 왔다. 새해에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10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1년 가까이 끌었다. 양 측 모두 파상공세엔 파상공세로 되받아쳤다. 언제나 요지부동의 자세였다. 연일 '네 탓 타령'을 계속했다.

충북은 2011년 전국 최초로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2010년도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가 제안해 이뤄낸 전국적인 모범 사례다. 당시 이기용 교육감의 합의로 길을 텄다. 다른 시·도와 달리 초·중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무상급식은 학교급식을 의무교육의 한 부분으로 규정한 사례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복지체계 정립에 아주 큰 성과다. 충북이 가장 먼저 무상복지로 보편복지를 이뤄낸 상징적인 업적이다. 그 덕에 충북, 그리고 이 지사도 명성을 얻었다.

충북의 무상급식 문제는 자칫 학생을 볼모로 한 두 수장 간 힘겨루기로 비춰질 뻔했다. 그래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논란만 계속할 수 없었다. 다툼을 계속해서 득 될 게 하나도 없는 사안이었다.

무상급식 분담비와 관련, 충북도와 도교육청의 협상은 늘 어려웠다. '도돌이표'가 찍힌 악보처럼 해마다 되풀이됐다. 서로 분담해야 하는 예산이 늘 문제였다. 한 번도 어김없이 똑같았다. 그리고 언제나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진심으로 마음을 쓰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내 입장과 내 논리만 내세우다 보다 보니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승적으로 생각하니 세상이 달라졌다. 결론도 당연히 달라졌다. 비로소 학생들이 최우선 자리에 있게 됐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급식지원의 의미뿐만이 아니다. 확대된 복지정책의 구현이기도 하다. 가계지출을 줄이고 소비를 촉진시키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궁극적으로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의 실현이다.

어찌됐든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의 타이밍은 적절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전국 최초 무상급식 전면 시행 의미도 퇴색할 판이었다. 조금 더 장고했다면 어떤 악수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가지려는 사람은 늘 부족함을 느끼기에 그렇다.

***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아야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분담금 합의는 아주 잘 한 일이다. 무슨 조건을 어떻게 감췄든 큰 명분을 얻게 됐다. 절대로 다시 되돌아가선 안 될 일이다. 섣부른 오판은 정치 생명의 끝을 부를 수도 있다.

충북사회에서 무상급식 폐지에 동조할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충북도와 도교육청 등에서 행정적으로 반대할 세력도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 무상급식 합의 번복은 이제 무서운 결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 누군가의 정치 생명 마감을 뜻하기도 한다. 그 누구의 입지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꿈꿀지도 모르는 더 큰 꿈은 어렵게 된다.

"때는 얻기가 어렵고(難得者時), 기회는 놓치기가 쉽다(易失者機)." 조선 중기 문신이자 사상가였던 조광조(1482~1529)가 남긴 말이다. 타이밍과 찬스, 그리고 선택의 중요성에 대한 아포리즘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경우 정치적 공간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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