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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김지성 청주시립무용단 수석

무용(舞踊), 무대와 객석이 공유하는 융합예술

  • 웹출고시간2016.02.18 18:05:34
  • 최종수정2016.02.18 18:05:34
[충북일보] 반 지하 무용실에 설핏거리는 작은 햇살들은 홀로 연습하는 무용수의 형체를 한순간 보였다, 감추기를 반복했다. 마치 연출자에 의해 의도된 무대의 조명 같았다. 모든 무용수들이 퇴근하고 없는 빈 무용실에서 홀로 연습하고 있던 이는 청주시립무용단 김지성(34 )수석이다.

"기다리기가 좀 지루해서요."

관객들은 보통 화려하게 완성된 무용공연을 무대에서 만난다. 현란한 몸짓과 역동적 점프에 이은 우아한 손짓을 보며 공연을 즐기지만, 정작 한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땀 흘리는 그들의 뒷모습은 알지 못한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수없이 반복되는 손짓 하나, 몸짓 하나, 점프들은 무용수들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그들에게 몸은 언어이며, 유일한 표현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부상도 잦다. 발바닥의 상처는 기본이고, 아물고 터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다보니 붕대나 보호대와 파스를 달고 산다. 혹독한 고행과도 같은 그녀의 여정이 안쓰러웠다.

"왜 무용을 하나요?"

그녀는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을 주었다.

"행복하거든요."

어렵고 힘들어도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한 번 선택한 삶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더욱이 예술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녀에게 춤은 어느덧 생활에서 삶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중앙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처음 접하는 무용이 너무 재미있었죠. 중간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무용을 그만뒀는데 너무 아쉬워 펑펑 울었어요. 그때 춤이 내 마음에 들어온 거죠. 다시 중학교 때 무용을 시작했고, 운 좋게도 고등학교 때 충남대에서 주최하는 무용제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청주시립무용단에 입단을 했죠."

그녀는 2003년 입단 후, 2007년에 차석단원을, 2009년 수석단원에 올랐다. 그녀가 맡고 있는 수석단원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용단에는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훈련장이란 직책이 있었어요. 지금은 없다보니 수석단원이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차석단원은 무용단에서 올리는 모든 공연 작품의 솔로 무용수로 연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반면 수석은 차석의 역할과 함께 전체 단원을 아우르고 무용단장님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단원들 사이의 위계와 질서도 조화롭게 잡아나가야 합니다."

춤은 인간의 생각을 가장 솔직하고 자유롭게 육체에 실어내는 움직임이다. 그런 면에서 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며 솔직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춤은 실과 바늘처럼 늘 음악을 동반한다.

"춤과 음악은 서로 하나의 몸처럼 공유합니다. 춤도 음악도 무엇 하나에 종속되면 작위적인 예술이 되기가 쉬워요. 저는 무용수니까 기본적으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춤에 맞춰 음악이 따라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춤과 음악이 하나가 되어야 된다는 것이죠. 서로를 인정해 한 몸이 되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됩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의 주장이 강하면 갈등이 생기듯 춤도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균형이 무너집니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보듬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될 때 비로소 춤의 완성도가 높아지죠."
타국에서 언어를 알지 못해도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면 다 통한다. 낯선 작품을 관객에게 올리는 무용가들의 심정 또한 다를 바가 없으리라. 손짓과 발짓, 몸짓 그리고 눈빛으로 관객에게 설명하는 총체적 바디 랭귀지가 어쩌면 춤이 아닐까. 관객들은 대사가 없는 춤을 보면서 그들의 동작과 음악을 통해 그 의미를 몸으로, 마음으로 호응하는 것이다. 그만큼 관객과의 호흡은 중요한 요소이다.

"관객이 없는 무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몸이 언어죠. 무엇보다 관객에게 진정성을 갖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춤이 아무리 자유로운 표현의 영역이지만,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개인적인 세계를 추구하기보다는,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언어(춤)를 찾아내는 것이 무용수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춤은 몸의 무한한 언어를 갖고 관객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최상의 춤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아야 완성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은 무대와 객석이 함께 공유해야 진정한 가치가 발현되는 융합예술입니다."

지난해에는 무용계뿐만이 아니라, 청주시립예술단이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2016년 각오를 물었다.

"모든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합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듯, 예술가들은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말해야 하죠. 함께 몸담고 있는 무용계라는 세상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작품을 평가하고 비판하여 더 좋은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려는 선의의 경쟁이 중요합니다. 2016년에는 보다 많은 청주시민들과 소통하는 더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보답할 것입니다. 모든 무용인은 한 배를 탄 운명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죠. 후학들의 시선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와 음악은 시간에 존재한다. 회화와 조각 그리고 건축은 공간에 놓여 있다. 그에 비해 춤은 멈춘 듯, 움직인다. 춤처럼 인류의 역사에서 다양하고 많은 형식을 가진 것이 있을까. 춤은 공시와 통시가 만나는 어느 지점에도 존재하며 그 접점에서 인간의 삶과 몸, 그리고 생활과 마주했다. 그곳에서 반드시 춤이 꽃을 피웠고, 열매를 맺었다.

최근 청주시립무용단의 공연은 매회 만석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형식을 무너뜨리고 더 자유롭게 비상하는 무도(舞蹈)가 청주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 윤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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