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해양과학관 유치 업무를 담당한 정태남 충북도 농업정책과 주무관.
ⓒ 최범규기자
정 주무관은 "공무원 시각을 탈피하니 답이 나오더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즉시 논리 개발에 몰두했다. 충북이 유일한 내륙도라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어쩌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힐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현장의 목소리, 즉 충북의 지역민들이 갖고 있는 '바다에 대한 동경'을 중앙 부처에 적극 전달했다.
우리나라가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내륙의 강점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처음에는 해수부의 반응이 싸늘하기만 했다. 내륙지역의 해양시설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해수부 예산 규모 상 동시에 2개의 국가재정사업을 추진하는 게 곤란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이때부터 정 주무관의 '될 때까지 무작정 부딪혀 보는' 특유의 업무 스타일이 발휘됐다. 지난 2000년~2004년 청주박물관에서 일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경제성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부산과 서천에 있는 해양시설 벤치마킹에 나섰다.
정태남(왼쪽) 주무관이 해양과학관 유치를 위해 수집한 타 시도 해양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최범규기자
지난 5월 꼬박 한달 동안 자료 수집에 매진했다. 방문을 수차례 거절당하면서도 끈질기게 매달렸다. 어렵사리 부산의 국립해양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관장인 손재학 전 해수부 차관과 김종록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절친'이라는 소식을 듣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 기뻤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서천의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부산의 국립해양박물관의 자료를 수집했다. 시설의 각종 사진자료로 앨범 2권을 만들었다.
완강했던 해수부의 반응은 점차 달라졌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실무자를 설득하면 상급자가 반대하고, 그를 설득하면 유관부서가 부정적이었다.
정 주무관은 그동안 모아놓은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열망이 담긴 자료와 각종 언론 자료를 짊어지고 다시 일일이 발품을 팔았다.
끝내 그의 열정이 빛을 봤다. 해양과학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긍정적'으로 돌아선 중앙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과학관 운영비를 놓고 막판 진통이 있을 때에도 해수부의 지원사격을 이끌어냈다.
해양과학관 유치가 코앞이다. 이제 내년부터 진행될 예비타당성조사만 남았다.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정 주무관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해양과학관이 예타 조사에서 최종 통과될 수 있도록 더욱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