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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바리스타의 커피순례 - 다나우토바, 향기로운 커피 왕국(王國)

  • 웹출고시간2015.10.29 19:05:16
  • 최종수정2015.10.31 13:25:10
[충북일보] "커피는 백인왕조차 존경을 표하는 유일한 검은색이다."

커피와 관련해 회자되는 유명한 문구이다. 백인왕은 아닐지언정 커피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자신만의 가장 향기로운 왕국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오지영 대표의 커피전문점 '다나우토바'는 20평 안팎의 작은 공간이 온통 커피로 가득 차 있다. 올해 처음으로 오픈한 다나우토바 커피숍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그의 전문가적 열정이 그대로 배어있다. 방문자수는 20~30명 안팎이지만, 그의 마음과 정성은 세계의 모든 커피 애호가들을 아우르고도 남음이 있다.

'콜롬비아 생두 도착, 콜롬비아 2015 COE 입고, 온두라스 COE #5 생두입고, 다나우토바 정기커핑 안내, 커핑 레벨1과정 모집'

끊임없이 커피와 교류하는 모습과 작은 커피숍에서 발현되는 커피의 크나큰 세상이 놀랍다.

커피향기 그윽한 매장 곳곳에 효율적으로 배치된 커피 로스팅 기계와 생두보관 시설이 알차다. 생각보다 높은 천장은 묘한 대비를 이뤄 커피하우스의 느낌을 십분 살려냈다. 바를 중심으로 길게 이어진 좌석과 창가의 좌석들도 조화를 이뤘다. 모든 시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바 안쪽에는 커피머신과 각종 커피도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여러 가지 커피와 도구를 이용해 방문 고객에게 커피 교향악을 선물한다.

"아메리카노입니다."

하얀 김이 감도는 머그컵 아래로 지중해의 검붉은 색처럼 커피가 일렁이고 있었다. 은은히 맴도는 향기를 흠향한 뒤, 천천히 커피를 음미해보았다. 부드러운 목 넘김까지 하나의 자연스런 흐름으로 이어졌다. 깔끔하면서도 편안했다.

커피숍 다나우토바 내부모습

"아메리카노는 정직한 커피입니다. 편안하게 드실 수 있는 커피라면 만족입니다."

"정직한 커피란 무슨 커피를 말하죠·"

"뭐랄까. 원두가 갖고 있는 특성을 그대로 살린 커피를 말합니다. 인공의 힘이 아닌, 로스팅과 추출과정을 거치더라도 애초에 담고 있는 원두 고유의 맛을 훼손하지 않고 살리는 것이죠."

"저는 커피의 쓴 맛이 좋습니다. 신맛은 어쩐지 좀 안 맞는 느낌입니다. 쓴맛은 태울 정도로 커피를 볶아내면 그런 맛이 난다고 들었어요."

다나우토바 오지영 대표

커피 맛을 논하자, 어쩐지 커피의 도(道)를 논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 대표는 단호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흔히 커피애호가들의 화두가 '좋은 커피'와 '좋아하는 커피'를 구별하는 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쓴맛에 길들여져 있었으니까요."

그때 문을 열고 젊은 여성 고객이 들어섰다. 주문도 받기 전에 '제가 늘 먹던 커피로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 앉는다. '늘 먹던'이란 말에서 어쩐지 친근하면서도 자기만의 생활방식을 이어가는 모습이 엿보였다. 좋은 커피와 좋아하는 커피의 구분은 커피순례자 이성우 바리스타가 이어갔다.

"오래 묵은 커피생두를 태울 정도로 볶은 커피와 신선한 예가체프의 고급 워시드 커피(washed coffee)를 맛보게 하면 보통 10명 중 8~9명은 전자의 커피를 '맛있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과거 입맛이 나쁜 커피에 길들여진 탓에 좋은 커피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제는 좋은 커피에 맛 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과거에는 유통기간과 관계없이 묵은 커피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다보니, 과하게 태워 커피 고유의 맛을 없애 버린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질 좋은 커피들의 다양하고 고유한 맛이 세상에 나왔는데도 쓴 커피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그 맛에 낯설어 하는 것이다.

이성우 바리스타가 다시 쉽게 설명을 곁들인다.

"흔히 묵은 쌀에서 '군내'가 난다고 하잖아요. 쌀도 묵으면 지질성분이 산화되어 구수한 향과 맛을 떨어뜨려 밥맛을 없게 만드는 거죠.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묵은 생두로 볶거나 오래된 원두를 추출하면 이처럼 군내와 같은 잡미가 나고 몸에도 좋지 않습니다. 모든 식재료가 그렇듯 커피 역시 신선한 생두와 원두가 향미도 좋고 맛도 좋은 것입니다."

이성우(사진 오른쪽) 바리스타와 다나우토바 오지영 대표

오 대표가 다시 커피를 추출해 몇 가지 커피를 손에 들고 왔다. 그가 직접 브랜딩한 하우스 블렌드((House Blend) 커피다. 다나우토바의 대표적인 커피를 물었다.

오지영 대표가 커피드립하는 모습

"역시 하우스 블렌드 커피가 아닐까요· 나만의 커피죠. 여러 가지 원두의 특성을 고려해 제가 추구하는 커피 맛을 찾아 블렌딩하는 겁니다. 스트레이트 커피(단종)의 고유한 맛과 향을 강조하면서도 보다 깊고 조화로운 향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전 주로 아시아계열인 만다린, 자바, 토라지와 아프리카계열 커피 예가체프, 케냐AA, 킬라만자로AA 등과 50대50으로 하는 편입니다."

오 대표의 말에 이성우 바리스타가 놀리듯 말한다.

"어· 노하우를 다 공개하는 겁니까·(웃음)"

"글쎄요. 블렌딩 비율을 다 알아도 똑같은 맛은 장담할 수 없잖아요. 그날그날 색다르게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하기도 합니다. 10월의 부부가 오면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드리는 행복도 있지요."

세상에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 한 잔의 맛이라니. 그에게 다나우토바 정신을 물었다.

'테이블에 남아 있는 커피자국처럼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여운이 남는 맛있는 커피를 전하는 것'

커피의 참 세상을 추구하는 구도자처럼 그는 오늘도 산지에서 원두를 고르고, 자신의 공간에서 정성스럽게 볶고 추출하여, 그 순간을 마셔줄 한 사람을 위해 지상 최고의 커피를 예술품으로 빚는다.

/ 윤기윤 기자
◇커피숍 '다나우토바' 오지영 대표는 2013년 인도네시아 스마트라 만델린 산지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해 커피숍 '다나우토바'를 오픈했다. '다나우토바'라는 명칭은 인도네시아 스마트라 섬에 있는 한 호수의 이름이다. 그는 SCAK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주관 제1회 로스터스챔피언십에서 3위로 입상한 쟁쟁한 실력자다. 이듬해에도 SCAK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주관 2회 로스터스챔피언십에 출전, 충청지역 예선1위와 본선에 진출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직접 원두를 수입하고 있다. 그해 제3회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베스트컴 콘테스트 저지(커핑)자격으로 참여했다. 현재 CCAK 커피품평협회 이사로 있다.
다나우토바 커피전문점 오지영 대표 / 010-4284-4644 / 청주시 서원구 두꺼비로 33(산남동, 은성빌딩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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