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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문방사우 - 붓쟁이 유필무

무결점 명품 만들기 위해 1년 이상 정성
전통방식 고수하며 40년 장인 정신 담아
"여유 가지고 작업해야 제대로 된 붓 만나"

  • 웹출고시간2015.10.07 17:48:58
  • 최종수정2015.11.12 18:59:31
[충북일보] "가장 부드러운 붓이 가장 강한 것이다"

'붓쟁이' 유필무(55) 하면 서예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질 좋은 붓을 만드는 장인'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유필무 명장이 고대의 붓을 재현한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증평군 도안면에 자리한 유 장인의 작업실은 아담하면서도 굉장하다는 평을 받는다.

작은 공간에서 가느다란 세필부터 빗자루만한 크기의 붓을 생산한다고 하면 모두들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작업실에는 그가 만든 귀여운 붓부터 나무나 칡으로 만든 붓, 양털로 만든 붓, 족제비털로 만든 붓 등 수백여점의 붓이 반겨 맞는다.

유필무 명장이 전통 붓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양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만드는 붓은 한달에 45자루 정도로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

유 장인이 만든 소의 귓속에 난 털로 만든 붓인 우이모필은 정조대왕을 주제로 한 TV드라마 '이산'에 소개될 정도로 인정받기도 했다.

서예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붓은 양털로 만든 모필로 그의 붓 재료는 모두 자연에서 나는 것들이다.

붓을 만드는 작업은 1년이상 걸릴 정도도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

지금은 붓의 주재료로 양모를 사용하고 있지만 짐승의 털은 모두 사용한다. 야생동물의 털이 좋지만 동물보호로 인해서 현재는 구하기도 어렵지만 사용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토끼털이나 족제비털도 사용했다. 태모필도 사용하고 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유 장인은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충주 앙성면 출신인 그는 16살에 공방에 처음 입문해서 현재까지 붓 만드는 일만 하고 있다.

그는 어린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서울로 상경해 가발 만드는 공장에서 2년 정도 일을 해오다 친척이 붓 공방을 소개시켜준후 붓의 재료와 크기에 매료됐다.

배운 것도 없고 배경도 없지만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어린나이이멩도 불구하고 붓을 만들면서 많이 만드는 것 보다 완성도 높은 붓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붓 제작에 들어갔다.

◇ 유필무 만의 붓

유필무 명장이 큰 붓의 숱을 고르게 정리하는 빗질을 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오늘의 붓쟁이 유필무를 만들어낸 것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을 한다'는 신념으로 1988년부터 자신만의 작업실을 갖추고 붓 만드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초기에는 붓으로 생활이 가능했지만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붓이 들어오고 난후 붓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한때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후계자 양성 문제에 대해 유 장인은 "배운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지만 배우겠다고 찾아와도 돈이 안 되는 기술을 가르쳐야 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며 "장인 정신 하나로 붓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질은 좋은 것을 찾으면서 값싼 것을 요구한다. '당신의 붓은 왜 비싸냐'라는 질문을 받고 난후 '나만의 붓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는 지금도 붓대에다가 각종 모양의 각을 새긴다. 그가 만든 붓은 다른 붓과 차별화가 이루어졌다.

예전에는 생각없이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전국에 붓을 제작해 공급했으나 값싼 것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차별화된 최고의 붓을 만들자는 신념으로 전통방식의 붓을 만들기 위해 붓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구전으로 붓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그가 붓대에다 각을 하게 된 것은 붓 가격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각을 새긴 가격을 따로 받지는 않는다. 각은 붓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만드는 붓은 40년 장인의 결과다. 붓대부터 필사, 붓걸이 까지 남의 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만든다.

◇ 붓의 재료

유필무 명장이 붓을 제작하는 각종 천연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만호재력'이라는 말이 있다. 그가 만든 붓에 들어가는 양모의 올은 1만개 정도로 보면 된다.

양모붓에는 양모 뒷다리부분의 털로 작업을 한다. 양모 두쪽 정도면 양 한 마리 분량으로 상당히 고가다. 명품붓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한다. 무결점의 붓을 만들기 위해 그가 들이는 정성은 말로 표현을 못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붓과의 차별화를 위해 제작과정에 모심필을 위해 신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모심필 하나면 일반붓 10~15자루까지 만들 수 있지만 그는 단 한자루의 붓을 만든다.

동물의 털은 지방분이 있어서 유분을 뺸 후 사용해야 한다. 털의 지방질을 제거하기 위해 열처리를 하고 있으나 그는 전통적인 방법을 쓴다.

왕겨를 태운 재에다 지방질을 잘 흡수하는 마분지를 깔고 그위에 털을 깔고 무거운 다듬이 돌로 눌러놓고 대문에다 놓는다. 집안을 드나들때 밟으면서 유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특히 유분이 많은 너구리 털 등은 땅에다 묻기도 한다. 발길이 잦은 대문간에서 3년 정도 놓고 지방을 제거한다.

그는 현재 12개의 다듬이 돌로 유분을 제거하고 있다. 다듬이 돌 하나에는 1개월 사용할 정도의 양모가 있다. 한달에 다듬이 돌 하나 분량의 양모를 사용하기 때문에 1년을 주기로 교체를 하고 있다.

붓대는 담양에서 생산된 것중 1년 정도 된 것을 사용하고 있다. 1년이 넘으면 붓대가 갈라진다. 햇대만 사용한다. 털의 길이에 따라 대의 굵기가 다르다. 부드러운 붓 일수록 마찰이 적은 것이다.

서양에서는 편리성을 위해 금속으로 제작한 만년필이나 볼펜 등을 사용하지만 동양은 부드러음을 추구해오면서 붓 끝에서 나오는 오묘함을 재현해내고 있다.

◇ 붓의 종류

유필무 명장이 목탁과 붓을 결합해 만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장인이 만든 붓중에는 불진(목탁)을 이용한 붓도 있다. 이 붓을 만들기 위해 그는 전국의 사찰을 다 다녀도 봤으나 실물이 없어 어느 사찰의 영정사진을 보고 재현해 내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서예용 붓은 대개 양의 털로 만든 모필(毛筆) 등 동물의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동물의 털로 붓을 만드는 것은 작업과정이 식물성 소재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쉽다.

그가 전국의 서예가와 장인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모필 때문이 아니라 그만이 독특하게 제조법을 개발한 초필(草筆)과 갈필 (葛筆) 등 식물성 소재 붓 때문이다.

띠풀로 만든 초필, 억새풀이나 볏짚 등으로 만든 붓도 있고 칡덩굴로 만든 갈필도 있다.

식물성 소재로 유연성, 탄력성, 함수성 등을 갖춘 붓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갈필을 만들기 위해서는 3~5년생 칡덩굴을 겨울철에 채취해 9번 찌고 9번 그늘에서 말리는 과정을 되풀이 한다.

식물성 재료를 찔 때는 나무나 풀잎의 진액 등을 뽑아내기 위해 소금물을 사용한다.

이렇게 구증구포(九蒸九曝)를 마친 칡덩굴을 망치로 쉼없이 두드려 가느다란 섬유질로 만들어 낸다. 나무나 풀이 끊어지거나 부서지지 않도록 적당한 힘으로 두드리기를 재료에 따라 최소 5천 번에서 3만 번까지 한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는 데는 최소 3개월 정도 걸린다.

3개월 동안 작업을 했어도 유 장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장 아궁이로 향한다.

유필무 명장이 만든 붓 작품들.

그는 "붓은 자연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꽃과 열매를 얻듯이 붓을 만드는 작업도 여유를 가지고 만들어야 제대로 된 붓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붓대를 이용한 양각은 그만이 간직하고 있는 노하우다. 붓대에 반야심경이나 시(詩), 아름다운 문양 등을 양각하는 정성을 보탠다.

붓을 벽걸이 못 등에 걸어놓기 좋은 편리성을 위해 붓걸이도 전통문양의 매듭을 만들거나 자연을 천연 나무 등을 소재로 한 장식품도 만들어 붓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유 장인이 만든 띠풀이나 억새풀, 볏짚(稿筆) 등으로 만든 붓은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까지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예술혼이 담긴 유장인의 붓은 단순한 서사도구가 아니라 '명품'이라고 칭송을 받고 있다.

/김병학.성홍규 기자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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