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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문방사우 - 괴산 안치용 한지장

현재 남아 있는 조상들의 글·그림 전부 다 한지에 쓰여진 것
천년 이상은 거뜬… 천연재료로만 만들어 오랜 세월 가
2013년 괴산에 한지박물관 개관… 평생 모아논 유물 전시

  • 웹출고시간2015.10.15 19:17:27
  • 최종수정2015.11.12 18:59:39
[충북일보] 한지(韓紙). 말 그대로 '한민족의 종이'를 일컫는다. 영어 표현도 다르지 않다. 'Korean paper'라는 고유명사로 불린다.

안치용 한지장이 전통 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는 닥나무를 주재료로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만든다.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충북도무형문화재 17호 안치용 한지장을 만나 전통 한지에 대해 들어봤다.

◇ 천연재료만으로 1천년을 가는 한지

안 장인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괴산 연풍의 6만6천여㎡ 닥나무 밭에서 30만여 그루의 닥나무를 직접 재배해 한지를 만든다.

정성스럽게 키운 닥나무를 거둬들여 다발로 묶어 대형 가마솥에 삶는다.

안치용 한지장이 전통 한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재료인 닥나무 뿌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껍질이 흐물흐물해져 벗겨질 정도가 될 때까지 푹 삶은 뒤 그 껍질을 벗겨낸다. 벗겨낸 껍질 안쪽 백색 내피 부분만을 가려 또 벗겨낸다. 이 백색 내피를 '백닥'이라고 부르며 한지를 만드는 주재료가 된다.

콩대나 메밀대, 목화대를 태운 재로 만든 '잿물'도 준비한다. 이 잿물에 백닥을 넣어 한참을 또 삶는다.

잿물에 삶아진 백닥을 꺼내 돌위에 올려 놓고 섬유질이 부드럽게 될 때까지 다진다. 부드럽게 다져진 백닥과 닥나무 뿌리를 으깨 짜낸 끈적한 액체를 물과 함께 섞어 풀어준다.

넓고 깊은 통에 연한 물풀처럼 풀어진 지액(紙液)을 발(簾)로 떠낸다. 이렇게 떠낸 지액에서 물기가 빠지고 마르면 마침내 한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안 장인의 집안은 할아버지 대부터 한지를 만드는 일을 했고, 부친을 이어 안 장인까지 가업을 이어왔다.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일이 한지를 만드는 일이고 가장 익숙한 일도 한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한지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 안 장인은 자신이 선택한 '한지 만드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지는 1천년 이상, 최고 2천년이 간다고 하죠. 중국의 '선지', 일본의 '화지'와는 전혀 달라요. 현재 남아 있는 우리 조상님들의 글과 그림들, 전부 다 한지 위에 쓰여지고 그려진 것들입니다. 앞으로 몇 백년, 천년 이상은 거뜬히 이어지겠지요. 천연재료로만 만든 한지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가는 겁니다"

안치용 한지장이 전통 한지를 만드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안 장인이 만드는 한지는 용도에 따라 종류가 수십가지에 이른다.

한지는 원료, 염색, 색체, 후가공, 용도, 크기 및 두께에 따라 각각 다르게 분류된다.

"보통 한지는 발로 한 번 뜬 지액을 두 장 겹쳐서 만드는 '이합지'죠. 크기는 용도에 따라서 정해지는데요 한 자가 기본에 한자두치, 두자… 그런식으로 용도나 주문에 따라 크기와 두께를 조절해요. 현재 한지는 창호지나 책을 인쇄하는 책지, 상장용지로 주로 만들고 공예품 장식용으로도 만들어요. 천연염색한 한지에 입체감 있는 글씨와 문양을 그려넣어서 만들죠"

안 장인이 재배하는 닥나무는 한지를 만드는 외에 화장품 회사로도 납품된다.

"연풍에서 닥나무를 함께 재배하는 작목반이 있어요. 주로 한지로 만드는데 쓰이고 뿌리와 껍질을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기도 해요. 미백용 화장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전통의 맥 잇는 한지체험박물관

안 장인은 괴산 연풍면 원풍리 옛 신풍분교 자리에 '괴산한지체험박물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이 곳은 9천380㎡의 부지에 지상 1층연건축면적 1천326㎡ 규모의 충북 최고의 한지박물관이다.

괴산유기농엑스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안치용 한지장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한지박물관에서는 한지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괴산 한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안 장인은 이 곳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한지의 종류와 제조과정을 알려주고 직접 한지를 뜨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매년 신풍한지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이 곳은 괴산 한지 고유의 특화작품이 전시될 뿐 아니라 닥나무차 시음회, 닥밭걷기, 한지에 삼겹살 구워먹기 등 한지를 5감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안 장인은 질 좋은 전통한지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지역 곳곳의 한지에 대해 공부하고 자료를 모아 이 곳에 전시했다.

"전시된 유물은 고대와 현대, 각국의 종이를 비교하고 공부하면서 수집한 자료들이에요. 전국을 다 다니면서 자료를 모았지요. 진귀하고 좋은 자료는 밥 먹을 돈이 없더라도 구입했어요. 그렇게 모은 자료들이 한지박물관이 된 거죠"

안 장인은 '과거와 현재'의 한지 자료를 집대성한 한지박물관 외에도 '미래'의 한지에 관심이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전통을 현대화시켜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다.

안치용 한지장이 천연염색한 한지로 만든 전등갓과 가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연염색과 자연의 질감을 이용해서 쑥을 넣은 한지, 클로버 잎을 넣은 한지, 황토한지, 볏짚을 넣은 한지를 개발했으며 한지로 만든 벽지만도 30여종에 이른다.

종이의 질감을 달리해 두껍거나 얇게 혹은 거칠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디자인한 한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들은 예술작품이나 문종이, 벽지 등의 생활한지와 한복을 만드는 패션용으로도 쓰인다.

디자인 한지 외에도 한지에 물을 뿌리고 도자기를 굽는 고운 흙, 치자나 쪽, 한약재를 다려 농축한 천연 물감을 뿌려 바람과 시간으로 숙성시킨 천연 염색 한지도 만든다.

"훈민정음이나 한글, 이런 우리 글을 글씨를 튀어나오게 해서 한지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요. 이런 한지로는 지갑, 명함지갑, 핸드백, 가방을 만들죠. 인위적으로 내는 문양이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문양으로 염색된 한지는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작품이 다시 태어나게 되죠"

안 장인은 "지난 2013년 한지박물관을 개관하고 평생동안 모아논 유물들, 그런 것들을 전시해서 보여주면서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보람을 느껴요. 우리 아이들이 전 세계 그 어느 종이보다 부드럽고 튼튼한 한지와 같은 우리의 전통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어요"라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김병학·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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