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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5.28 19:27:09
  • 최종수정2015.05.28 19:27:09

월악영봉의 金言 100x75cm

[충북일보] 장미의 계절이다. 못내 참지 못하고 일제히 터트린 봉우리들이 흐드러지며 담장을 타고 흐른다. 장미를 가까이 느껴보려고 승용차 유리를 내렸다. 바람이 상쾌한 오늘 같은 날은 월악산영봉에 올라보는 거다. 싱그러운 햇살로 늘어졌던 몸과 마음에 맘껏 충격을 가해보는 거다. 온 세상을 초록으로 붓 칠하는 볕이 좋다. 산야는 온통 푸르게 물들어 초록 물을 뿜어내는 생동감으로 가득하여 활력과 도전을 준다.

월악산 초입에 파종하려고 밭가는 농부부부가 보인다. 함께 일하는 부부가 있고 큰 식구인 소가 있으니, 저들의 봄날이 외롭지 않아 보인다. 밭 가장자리로 빙 둘러 옥수수 심고, 둔덕으로 강낭콩 심고 동무도 놓겠지. 포기마다 손주들과 자식들을 향한 그리움도 넣어 꼭꼭 누르며 보듬는, 봄볕에 그을린 얼굴의 미소를 상상해본다.

자연은 시절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아기살처럼 내민 새순들이 어느새 짙푸르다. 길섶의 야생화꽃잎에 산바람이 지나며 향기를 불어 넣으니 살랑살랑 웃는다. 척박한 풀 섶이라고 불평하지 않고 꽃을 피워낸 야생화가 대견하다. 깊은 산속에 숨어 늦게 핀 것이 부끄러운 듯 흔들리는 철쭉무리엔, 볼 터치를 칠했는가보다. 산들이 다양하게 부리는 요술 같은 애잔한 멜로디에 취하여 카메라로 손이 저절로 간다.

미풍이 솔잎사이로 나드는 산길을 걷다 경쾌한 물소리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갔다. 물은 빠르게 흐른다. 녹색머리카락처럼 생긴 풀들이 물살에 휩쓸려 일제히 엎드러져 투명한 물속에 잠겨있다. 다리가 가느다란 곤충이 풀잎사귀 위를 걸어 다니다 가만히 멈춘다. 어린 물푸레나무한그루가 잿빛 몸을 말간 계곡물에 비추고 있다.

월악산 영봉 현장사진

숨이 차오르고 발걸음이 천근 추를 매달은 것 같다. 정상영봉의 위엄이 눈과 가슴을 장악해버린다. 보폭에 리듬을 실으려 애써 보지만, 워낙 악, 소리가 나도록 거친 돌산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바위산을 직선으로 깎아지른 나선형계단을 기어오를 때는 가슴이 아프고 숨이 몰아쉬어진다. 결코 물러 설 수 없는 자신과의 한판 싸움이다. 한발 한발 걷다보니 드디어 산이 나에게 들어왔다. 정상영봉에 올라서니 일망무애(一望无涯)란 말이 실감난다. 골짜기를 타고 올라오는 바람에 숨을 고른다.

달이 뜨면 월악산주봉인 영봉(靈峰)에 걸린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월악산은 해발 1097m의 돌산이다. 이수영 작가의 화제(畵題) '월악산영봉의 금언(金言)' 작품속의 영봉, 알 수 없는 신비감이다. 햇볕에 반사 되어 황금빛을 발하는, 단순드로잉에 묵언의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나를 너의 눈으로 이해하지 마라. 눈으로 따라가 가슴으로 번지는 금산(金山)의 금언(金言)이다.' 이수영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작품설명을 하지 않고 직접 정상영봉에 올라 들은 금언(金言)을 화폭에 담았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사람마다 다양하게 들려질 금언(金言)을 보는 이들의 몫으로 열어 두고 있다.

마르지 않는 자연처럼 살아야 하리.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온통 너그러움뿐인 자연처럼 나또한 너그러워져야 하리. 정상에 서니 나의 존재는 광활한 우주에 찍힌 작은 점과 같은 것을…. 내가 살아온 시간 또한 찰나인 것을…. 돌비석을 끌어안고 사진을 찍으니 그만 내려가란다. 산은 산으로 남겨두고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정상이란 내려가기 위한 시작점이었다. 잘 내려가야 하리라. 산행도 삶도 오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내리막길이 아니던가. 산다는 건,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것처럼 고통은 길고 눈부시게 좋은 날은 얼마 되지 않는 것. 월악산역시 올라가는 시간은 길고 지루했고 정상에 머무는 시간은 짧았다.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하는 거친 숨소리를 듣는 환희도, 고통 속에서 인내라는 실을 뽑아 잠시정도 뿌듯하도록 얻어낸 정복의 보람도, 짧기만 했다. 그 웅장함을 눈으로 따라가 느끼고 숨이 턱에 차도록 혼신을 다하여 올라가 가슴으로 받아온 월악산영봉 금산(金山)의 금언(金言)….

/임미옥 기자

◇ 이수영 작가

단국대학교 회화과 서양화 졸업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 조형예술대학원 석사졸업

논문: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 철문대학원 예술사학과 석박과정수료.

개인전

2012 관아갤러리

2013 Gallery Good (충주창작스튜디오 내)

관아갤러리

2014 <山森의 소나타> 관아갤러리

<畵像連結-drawing> 석기시대 갤러리

그룹 및 기획전

2013 <樂樂樂>설치 미술전 (호암지 일대 산책로)

<본다는 것의 의미> 충주창작스튜디오 기획전 (관아갤러리)

<희망나눔> 기획전시전 석기시대 갤러리

3인전 등 다수.

2014 <끌림>전 Gallery Good (충주창작스튜디오 내)

인문자연진경산수화전 (청주예술의전당)

3인의 수채화전 (롯데문화센터 갤러리)

충북레지던시 연합기획전 (청주 숲 갤러리)

2015 Logout 전 (청주예술의전당)

광복70주년기념 충북민족미술전 (국립청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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