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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13 15:26:33
  • 최종수정2015.04.13 15:26:33
깜깜함 속에서 가녀린 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밀어낸다. 그 와중에 핸드폰으로 '나는 괜찮다'며 바깥세상을 안심시킨다. 차디 찬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엄마, 아빠, 사랑해'가 여운으로 남는다.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다.

*** 세월호 참사는 부조리 결과물

잔인한 4월에 다시 기억해낸다. 2014년 4월16일을 사생처럼 그려낸다. 꼭 1년 전이다. 세월호는 역사 속 4월의 잔인함에 열배의 크기를 더 했다. 그만큼 끔찍하고 암담했다. 잔혹한 장면들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완전히 매듭지어 지지 않았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에는 아직도 9명이나 수장돼 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은 미진하다.

그래도 꽃들은 분분 날리고 있다. 꽃소식은 점점 북으로 올라오고 있다. 벚꽃은 이미 청주를 지나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끄트머리에는 노란 리본이 펄럭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천막이 둘러서 있다.

올해도 봄이 왔다. 4월도 왔다. 산과 들엔 어김없이 꽃이 피고 있다. 끔찍했던 팽목항 앞 바다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1년 전 일을 기억하면 숨쉬기조차 미안하다. 흘러가는 시간에 묻어 두기에는 너무 슬픈 사연이다.

세월호 참사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 만연했던 잘못과 모순들이 한 데로 모여 폭발한 사건이다. 부조리 만연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보여준 사회 모순의 결과다.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민주의식이 결여될수록 사회는 비도덕적으로 변한다. 비이성과 비합리가 판을 치게 된다. 공존보다 약탈이 사회의 가치가 되곤 한다. 궁극적으론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세월호 참사는 그 결과의 종극인 셈이다.

이제 결론을 내야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또 길을 잃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또 잃을 수는 없다. 상층부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치권은 권력다툼을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 공직사회는 이권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전이 희망이 없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단순한 추모는 별 의미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손끝부터 발끝까지 변해야 한다. 그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여전히 껍데기에 머물면 고인에 대한 모욕이다.

잔인한 4월에 이름을 다시 고쳐 써야 한다. 그리고 반성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을 갖고 인류를 위해 용기 있게 변해야 한다. 기억의 단절은 곧 역사의 단절이다. 역사의 단절은 곧 배움의 단절로 이어진다. 기억부터 지키는 게 중요하다.

망각은 끊임없이 기억을 습격한다. 이어 망각의 유혹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망각에 지배돼선 안 된다. 세월(歲月)이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기억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곧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어린 소년·소녀들이 한창 피다가 4월의 꽃처럼 떨어졌다. 우리의 가슴에 4월의 꽃으로 남았다. 그들을 기억하고 생각해야 한다. 서둘러 떠난 어린 영혼들을 위무하고 위로해야 한다.

*** 세월호 희생이 반복돼선 안 돼

모레가 참사 1주년이다. 천지가 푸르다. 사방이 꽃으로 아름답다. 벚꽃과 목련,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작별의 꽃이 되고 있다. 연두색 물결이 벌써 봄의 총아로 거듭나고 있다.

4월에 피는 꽃들은 대개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4월 꽃이 더 화려하고 화사해 보이는 까닭도 여기 있다. 대신 개화 기간이 아주 짧다. 잎들이 나올 때쯤이면 꽃이 지곤 한다. 그래서 화사함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기 일쑤다.

T.S. 엘리엇이 4월을 잔인한 계절이라 한 까닭도 이를 두고 한 것 같다. 화사함 속에서 슬픔을 본 것 같다. 1년 전 세월호에 타고 있던 소년·소녀들이 4월의 꽃을 닮았다. 잠시 피었다가 지고 만 모습이 너무나 비슷하다. 안타깝고 슬프다.

내년 4월에는 어떨까. 이 슬픔을 넘어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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