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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09 14:24:10
  • 최종수정2015.04.09 14:24:10
#.독일 작곡가 베버의 유명한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국내에서도 종종 공연된다. 하지만 필자처럼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홍보문를 봐도 뜻을 파악하기 힘들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란 관점에서 볼 때 마케팅 전략의 실패다. 일본식 제목을 우리말로 직역한 탓이다.

우선 '마탄'이란 단어가 생소하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마탄(Matane):캐나다 남동부, 퀘벡 주 남동부의 도시'란 내용이 나온다. '사수'는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사수(射手):대포나 총, 활 따위를 쏘는 사람' '사수(死守):죽음을 무릅쓰고 지킴' 등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것만 무려 23가지다. 그렇다면 이 제목에 '마탄(魔彈)의 사수(射手)'라고 한자를 병기(倂記)하면 어떨까. 한자를 제법 아는 사람은 '마술(魔)' '탄알(彈)' '대포나 총, 활 따위를 쏘는 사람(射手)' 이란 단어를 떠올리면서 공연 내용을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필자가 청주 모 실내수영장 야외주차장에서 최근 경험한 사례다.

운전자들을 위한 안내판 문구는 이랬다. "낙수물이 떨어집니다. 주차 금지". 한자를 모르는 이른바 '한맹(漢盲)'들은 "이 문장이 뭐가 문제가 되나"라며 필자에게 시비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국어 사전에 나오는 '낙수(落水)'의 정의는 "처마 끝 따위에서 빗물이나 눈 또는 고드름이 녹은 물이 떨어짐. 또는 그 물"이다. 한자 뜻은 "떨어질 낙,물 수"다.

따라서 원뜻을 살려 안내판 문구를 우리말로 풀어 쓰면 "떨어지는 물물이 떨어집니다. 주차 금지"가 된다. '물(水)'과 '떨어진다(落)'가 각각 겹친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이 얼마나 낭비인가. 이 문구는 다음과 같이 고칠 수 있겠다. 1)"낙수. 주차 금지" 2)"물 떨어집니다. 주차 금지". 그렇다면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란 이유로 '낙수'를 '떨어지는 물'이라고 풀어서 쓰는 게 바람직할까.

교육부가 2018년부터 3학년 이상 초등학교 교과서 일부 과목에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는 '병기(倂記)'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자 한글전용단체,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학습부담 과중, 사교육비 증가,한글 발전 저해 등이 주이유다. 어린이들이 한글만으로도 언어 생활을 잘 하고 있는 데,굳이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필자의 체험으로 볼 때 중국,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3개 국가에서 한자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다. 이들 나라의 각종 문화유산과 정보는 오랫 동안 한자를 바탕으로 축적됐다. 게다가 소리글자(표음문자·表音文字)인 한글과 달리 뜻글자(표의문자·表意文字)다. 따라서 '손 수(手)'란 간단한 한자를 알면 '주먹 권(拳)' '칠 격(擊)' 은 물론 변형된 글자인 '기술 기(技)' '손가락 지(指)' 따위의 뜻을 연쇄적으로 유추하기 쉽다.

기본을 모르고 학습을 하는 건 비경제적이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고 한자 어휘의 90%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동음 이의어여서,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면 높고 깊은 지식을 갖출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한자는 도덕성이 함양돼 있는 뜻글자여서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한자는 우리말의 보조 수단으로,단어를 쉽게 해독하기 위해 필요하다. 필자 경험으로 보면 굳이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이 종이신문이나 교재로 독학을 하거나,가정에서 어른들에게 배워도 충분하다. 21세기 국제화 시대에 영어만 열심히 하고,한자를 버린다고 한글이 발전될까. 한자 종주국인 중국은 머잖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강국으로 부상한다. 따라서 우리 2세들은 중국어는 모르더라도,한자를 알면 세상을 사는 데 더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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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