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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02 15:18:01
  • 최종수정2015.04.09 17:46:14

몽혼

130*68cm 한지에 매체 2014

많이도 들끓었다. 폐부가 녹아났겠구나. 꿈이 지나다니는 길이 처량하고 거칠기가 거꾸로 솟구치는 폭포수만큼이나 웅혼(雄渾)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밤을 지새워 본적이 없다면 사랑을 논하지 말라. 물기 없는 그리움은 없다. 그곳이 사막이라 할지라도 깊은 밑바닥으로 남몰래 흐르는 물이 있다. 그리움의 깊이가 깊을수록 눈물도 많은 것을…. 그 눈물이 모아져 폭포수가 된 걸 보니 많이도 아파했겠구나.

연모의 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감성이다. 그리운 사람에게 가는 길이 현실에서는 어렵다 할 때에, 지나치게 그리워하다 잠들면 검은 밤바다 파도처럼 음부 같은 꿈길을 밤새 지나다닌다. 그리움이 잦아들려면 견딜 만큼 시간을 견뎌야 한다. 아직도 눈물이 나는 것은…. 한번쯤 깊은 터널을 빠져나오기까지 뼈가 녹는 아픔을 겪어보았기에 영혼의 방황을 표현한 황량한 그림 한 점에 머문다.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하신지요.· 달빛 내려앉는 창가에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만일 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문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옥봉의 '몽혼'원문을 해석한 내용이다. 어찌 이런 표현을…. 심장이라도 찔렀는지 폐를 찔렀는지 시를 음미하다 숨이 들이켰다. 화제( 畵題) '몽혼'작품은 이옥봉의 시에서 그리운 임을 향한 꿈속에서의 넋을 한지에 먹과 함께 매체로 표현한 것이라고 '조은헌'작가는 설명한다.

조선중기 여류시인이고 옥천출신인 이옥봉은 용모가 빼어나고 문재(文才)가 뛰어났다. 서녀로 태어났으나 자존감이 대단하여, 장원급제를 하여 문도를 갖춘 조원을 사모했다. 당시풍조는 아녀자가 시를 짓는 건 정숙한 일이 못 된다는 추세였다. 그녀는 시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소실로 들어간다. 괴산진사로 발령받은 조원을 따라가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을 파기하고 다시 시를 썼고, 소실이란 신분 제약에도 불구하고 시들은 상당히 높이 평가받으며 이름을 떨쳤다.

'그녀가 시를 읊고 생각하는 동안엔 하도 처절해서 이 세상사람 같지 않았다' 고 조원친구 윤국현이 그녀를 묘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활발한 시작활동을 펼치던 중 억울한 이웃여인을 돕는 운명의 시 한편을 쓰게 된다. 그 시가 파주목사를 감동시켜 남의 억울함은 해결됐으나 그 일로 남편에게 쫓겨난다. 정철, 이항복과 수창할 정도로 글재주가 뛰어났고 천하를 홀릴만한 미모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부족한 것이 무얼까 마는 정작 그녀가 원한 건 오직 한 남자 조원이었으니, 누가 사랑을 논할까.

사랑의 포로가 되어 밤마다 꿈길을 헤매며 사위어간 그녀의 삶이 심히 애처롭다.

여류시인이옥봉의 흔적을 그리며 그녀의 고향 옥천에 가서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보았지만 산 빛깔 물 빛깔고운 옥천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옥계폭포

이옥봉의 시 '몽혼'을 표현한 화제(畵題)'몽혼'의 진경(珍景)과 흡사한 옥계폭포를 만났다. 하늘이 감춘 용소인가. 두레박을 타고 옥류상단에 오르면 옛 임을 볼 수 있을까…. 둘러친 암벽이 가로막누나. 그리운 임은 짐작할 수 없는 모습으로 급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가고 애절한 시 한구가 유구한 옥류에 얹혀 몽혼처럼 흩어진다.

심오한 수작은 그것이 그림이든 글이든 전설처럼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 지나도 죽지 않는다. 예술이 귀한 건 부활할 수 있어서다. 작가는 가도 작품은 남아 사람들 감성을 터치하며 각자의 심상 따라 새롭게 조명되어 살아난다. 옛사람 이옥봉의 시 한편을 그림으로 형상화하여 나타낸 화제( 畵題)'몽혼' 그림에 들끓는 심사를 치유한다.

/ 임미옥 기자

조은헌 작가 약력

- 충북민예총 사무간사 2013~현재

- 충북대학교 미술과 동양화전공 졸업

-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재학

-2012 - 2인전 : 653예술상회

-2014/8/21~28 - 충북인문자연진경전 : 청주예술의전당 전관(충북민예총20주년.전국작가초대)

-2014/9/16~10/5 - 충북·제주 교류 <섬과 내륙의 풍경전 '산빛깔 물빛깔'> :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전관

-2014/1218~12/22 - 충북민예총 20주년 문화예술축제 '다원예술그룹전' - 우리는예술가다 : 청주 넥트스아트센터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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