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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05 18:07:21
  • 최종수정2015.03.19 18:26:46

칠보산의 봄

꿈처럼 황홀하다. 새처럼 자유롭다.

오늘만큼은 저 어여쁜 소나무처럼 수줍고 자연처럼 푸근하고 꾸밈없이 촌스럽고 싶다.

안개처럼 은은하고 여유롭게 구름처럼 부드럽게 무심(無心)하고 싶다. 무심이 다정(多情)과 반대라고 하지만, 한가함과 자유는 무심에서 나온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깨어나 아침이슬 한 모금이면 일용할양식이 족할 신선의 세계다.

구름수레타고 번개호령하며 바람 날개 삼아 다니는 그이 누구인가.

신선이 존재한다면 작품 속에 드리운 안개카펫을 타고 다닐 것 같다.

운해가 꿈결처럼 흐르는 사진예술작품이 몽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순간의 심미성(審美成)을 발휘하여 창출해 낸 포토예술의 경지를 느낀다.

작품비경이 투명하면서도 다는 드러내지 않고 웅장함을 부르는 신비에 젖게 한다.

인위적으로 스케치하거나 색감을 만들어 내지 않는, 피사체 자체가 연출하는 순간을 포착 정지시켜 표현한 사진예술의 진수를 본다.

사물을 단순 담아내는 기록이 아닌, 피사체에 내재된 언어들을 '정광의'작가의 눈과 마음을 통해 담아내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정작가의 눈에 포착됐던 화제(畵題) '봄의 칠보산' 실경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리움으로 오르는 산…. 마음은 이미 칠보산 능선에 가있다.

괴산군 쌍곡계곡의 초입인 떡 바위에서 오르기 시작했다. 봉우리마다 일곱 가지 보물을 가졌다는 전설이 깃든 우리고장의 보석산이다.


자연은 진실하다. 겨우내 꽁꽁 얼었어도 시간의 물은 유유히 흐르더니 겨울 숲은 봄을 맞이할 채비로 수런거린다.

시퍼런 낙화의 떨림을 서럽다 않고 사그리 옷을 벗고 겨울을 나더니 칠보산 구석마다 봄기운이 만연하다.

저처럼만 섭리에 순응하여 변화하고 순리에 따라 생성하고 성장, 소멸하는 법칙에 순종하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할 말이 많다.

서로 어울려 품고 보듬고 키워주며 버팀이 되는 자연의 표정을 읽는다.

산은, 파란 하늘을 통째로 안고 있다. 산에 가면 그리움도 깊어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너울너울 산의 몸매 따라 산 바다가 펼쳐진다. 풍광은 물처럼 흐르며 눈을 적시고 가슴을 채우고, 또 하나의 그리움으로 고스라니 남을 거다.

산에 오르면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고사목 한그루를 만났다. 고운 단풍 한가득 매달고 빛나던 시절을 추억하는가.

싱그러움이 넘실대는 초록나무들 사이에 마르고 앙상한 모습으로 홀로 섰지만, 허공을 향한 기개가 아직 기력 좋은 노인을 연상하게 한다.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서있는 처연한 아름다움이다.

조급하여 약점이 드러날까 감추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 땅에 무엇으로 뿌리를 내려야 하나.

세찬바람 뚫고 견고한 뿌리를 가진, 오랜 수양을 쌓은 의지의 사람 앞에 선 듯 겸허해 진다.

어느 친절한 바람의 손길인가.

소나무 씨앗을 높은 산 바위 갈라진 틈새로 날라다 줌도 은혜요, 물 한 모금 나지 않는 척박한 바위틈에서 잘 자라준 소나무들이 고맙다.

혼자가 아니고 의좋게 기대어 보듬고 있으니 흐뭇하다.

메마른 바위틈에서 의연히 자리 잡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음은 자연만이 내릴 수 있는 생명력이리라.

소담한 솔 이파리에 윤기 잃지 않고 푸르게 자란 소나무들이 대견스럽다.

환희나 가장 좋은 것은 아무에게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가보다.

긴 산행을 하는 내내 작품실경을 그리면서 찾았지만 끝내 만나주지 않는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 신이 흘린 눈물인가…. 청보석 같은 용소가 겨우내 얼었던 두꺼운 얼음을 녹이며 흘러내린다.

아, 칠보산에 봄이 오고 있다. 벌판을 달려오는 바람처럼 요란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날 문득 와있는 사랑처럼, 칠보산에 봄이 슬며시 와 있었다.

/ 임미옥 기자

정광의(鄭光義) 작가 프로필

(사)한사협 청주지부 지부장 역임

현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현 충북예총 부회장

2013. 3. 개인전"충북의 산" 외 2회

2013. 5. 제2회 대한민국 사진축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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