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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08 17:55:02
  • 최종수정2015.01.08 17:55:02

내암리 마을설경

ⓒ 이경선
하얀 눈길 따라 그림 속 설국으로 자석처럼 끌려간다. 동화 같은 눈雪의 나라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이렇게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 '설국'도 이런 풍경일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산과 들이련만, 畵題'내암리 마을 설경' 작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망부석이 되게 한다. 눈 덮인 산야는 감성을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폭설을 만나고 싶다.(중략)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이고 싶다…' 문정희시인의 시한구절이 절로 떠올려지는 그림이다.

저 순수와 정직의 하얀 나라, 저 설산에 가면 신비의 설인이라도 만날 것만 같다. 저 하얀 나라에 가서 떡가루 같은 눈을 온통 뒤집어쓰고 좋은 사람과 손잡고 자근자근 눈을 밟으며 끝없이 걸어보고 싶다. 은하수가루 같은 눈을 꼭꼭 뭉쳐 던지며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한 번 깔깔거리고 싶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그 하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눈이 내리는 이유는 무얼까. 눈 덮인 세상을 좋아하는, 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눈은 내려오는 건지도 모른다.

청주시 가덕면 내암리 마을 풍경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 25~31번지에 위치한 그림 속 마을을 찾아 나섰다. 눈앞에 펼쳐진 고즈넉한 시골마을은 한 폭의 정물화다. 태고의 풍경을 그대로 품은 채 얇은 눈 이불을 덮고 동면에 들어간 산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서있다. 그림처럼 눈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윽한 풍경이 나그네 마음을 멈추게 한다. 조붓하게 난 하얀 눈길 말미에 이 시대 마지막 담배 건조실이 있다. 막 쪄낸 담배를 시골아낙들의 왁자한 입담에 엮어 조리하던 옛 시절을 추억이라도 하는가 보다. 겨울 산풍경은 그 자체가 그림이고 시다. 전형적인 내암리 마을은 내 고향마을처럼 다정하다.

내암리 마을 앞으로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면 청주시민의 젓줄인 무심천발원지'벽계수옹달샘'이 있다하여 찾아 나섰다. 발원지란 하구로부터 가장 거리가 먼 물줄기를 말한다. 설원가득 언덕 넘어 어딘가에 숨어있을 벽계수옹달샘, 생각만으로도 설렘이다. 하얀 눈을 밟으면서 걷는 일은 추위를 핑계로 게을렀던 나를 일깨우는 일이다. 예기치 못한 방문자에게 놀란 겨울새 한 마리가 눈꽃사이로 푸다닥 날아오른다. 그리움을 찾아 눈 덮인 산길을 오르는 것은 하얀 눈 같은 기쁨이다.

눈 쌓인 겨울 숲과 만남은 생명과의 만남이다. 하얀 눈은 그 아래 있는 재생의 모태인 생명들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만지면 손끝이 아리게 차갑지만 땅을 덮고 켜켜이 또 덮어서 온갖 살아있는 미생물들을 품는다. 결코 죽지 않고 눈 밑에서 겨울의 유한한 시간을 부지런히 살아내고 있는 초목들, 해동이 되면 눈 덮인 땅속에서 꿈틀거리면서 약동하겠지…. 가장 좋은 것은 그리움으로 남겨 두어야 하는 가보다. 끝내 벽계수옹달샘을 만나지 못했다. 회똘회똘 찾아 올라간 산길 말미부터는 겨울방문객에겐 더 이상 영역을 허락지 않으려는 듯 온통 하얀 눈으로 길을 덮어 버렸다. 따뜻한 훗날에 만남을 기약하며 그리움으로 옹달샘을 남겨두고 하산하는 길, 눈이 맑은 고라니 한 마리가 눈밭에 물끄러미 서서 배웅한다. 자연과 생명, 태고의 순수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고장 명소 내암리 마을과 함께한 하루가 충만하다.

/ 임미옥 기자

이경선 작가 프로필

-개인전13회

-개인 초대전4회

-공모전 및 단체전 180여회

-동아 국제 공모전 심사위원

-도솔미술대전 심사위원

-대한민국 수채화 공모전 운영위원

-현)겸재 진경고모저 충북지부장

-동주초교사, 남평초 교사 · 강사

-이경선 수채화 화실 운영

-저서- 수채화의 첫걸음, 사생

-스케치 풍경 회원 및 지도

-예인회 회원

-한국 전통 미술협회 충북 지부장

-단재교육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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