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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2.11 15:24:35
  • 최종수정2014.12.18 14:24:18

속리산 문장대

저산너머엔 어떠한 풍경이 있을까. 문득 깊어지는 생각,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무념무상無念無想이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실제 산에 올라섰는지…. 畵題 '백두대간 소백산의 늠름한 정기' 작품이 신비를 부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한다.

어떤 언어로 경탄한들 남루해져 버릴 감탄사! 실제 산속이 아닌, 작품을 통하여 바라보는 조망이 일망무제一望無際하다.

모든 산이 그렇듯, 작품 안에서의 산 역시 반가움은 애써 감추며 섣불리 다가오지 말라고 안개를 드리운다.

숨 쉬는 것, 집중하는 것, 번뇌하는 것, 모든 것들을 작품에서 읽는다.

문득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런 날은 산에 오른다.

오늘 같은 날, 작품 속 풍경을 닮은 산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리움으로 오르는 겨울 산, 하얗고 거대한 산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다가오란다.

사랑과 미움이 한 곳에 있는 것처럼 산에도 두 얼굴이 있다. 산의 겉과 속, 사람의 겉과 속, 겉은 빈 가슴으로 찾아오는 사람에게 열려 있지만 속은 알 수 없는…. 스스로 찾아온 사람의 애만 태 뿐 결코 속을 보여주지 않는, 그런 사람은 정녕 산이고 싶은가보다.

산의 속마음을 조금씩 읽어가며 오른다. 산속을 걸으면 시간도 여유도 살결에 와 닿는 바람처럼 넉넉하여 기쁨이다.

바람소리가 깊다. 산을 오르다 보면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녹음도 단풍도 열매와 낙엽도 내려놓고, 산은 동면에 들어갔다. 하얀 눈밭에 파란 섬처럼 떠있는 대숲을 만나니 상쾌하다. 대숲사이로 지나는 바람을 느끼며 걷는다.

얼음장 밑으로 숨죽이며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산길 따라 눈길 따라 산에게 간다.

산은 산에게로 다가가는 만큼 가까이 온다. 산을 향하여 가니 매서운 바람에 움츠렸던 몸이 조금씩 풀어지며 산은 서서히 내안으로 들어오고 비로소 산과 합일한다.

드디어 정상이다. 빛나는 황홀함이라 했던가. 산에도 바다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겨울 산이야 말로 황홀한 은빛바다다.

멀리 산들이 구름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데, 한두 봉우리만 아기입술처럼 뾰족이 끝을 내밀고 하늘에 동동 떠있다. 신묘막측神妙莫測한 삼층층 천상풍경이다.

혼자 흠모해도 쓸쓸하지 않은 것은 산이 지닌 깊음이라.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겨울 산이 뿜어내는 강렬한 기운에 압도 된다.

눈이 닿는 곳마다 온통 너그러움뿐이다. 자연 앞에서니 나의 존재는 광활한 우주에 찍힌 경점과 같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은 찰나로 여겨진다.

좌우로 내려다보이는 산들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고 골짜기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산과 산은 어깨동무를 하는 것처럼 다정하건만, 다투고 할 말이 많은 것은 사람들이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산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 마음이다.

산위에 올라보면 지난 것은 사소한 것들도 그리움이다.

마음에 묻어둔 그리움까지 안아주는 곳, 산이 좋은 이유다. 눈앞에 펼쳐진 산 바다 풍경그대로 또 하나의 그리움으로 남겠지.

산다는 것은 산을 오름과 같은 것, 올라서면 내리막길이고 다시 목표점을 향하여 힘을 다해 오르고 올라 정상에 서보면 내려오기 위한 시작점이다.

올라가는 시간은 지루하고 정상에 머무는 환희나 기쁨 같은 건 언제나 야박하다.

'산에서'

121×58cm 수묵목판 2010.

'백두대간 소백산의 늠름한 정기' 작품은 수묵·채묵목판화다. 수묵·채묵목판화란 한대성寒帶成목질에 판각하여, 수용성 먹이나 한국화 물감을 칠한 다음, 화선지에 물을 적셔 가볍게 문질러 찍어내는 오래된 우리나라 고유의 기법이라고 김준권작가는 설명한다.

자연에 대한 깊은 사색과 풍경들을 가슴으로 되새김질하여 목판에 정밀하게 새기고 찍어 낸 그만의 전통기법은, 엄청난 노동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화선지에 스며들어 우러나오는 맛이 유성판화와는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자연이 베푼 풍경과 畵題 '백두대간 소백산의 늠름한 정기' 작품이 내안에서 중첩돼오면서 하나가 된다.

하산하는 내내 충만한 행복감이다. 팍팍했던 일상에 쉼표가 돼주고, 삭막했던 마음에 느낌표가 돼주는 겨울 산의 덕성에 기댄 하루였다.

/ 임미옥 기자

김준권 작가 프로필

- 홍익대학을 졸업.

- 1994~1998까지 중국 노신미술학원 목판화 연구원을 역임

- 현재 중국 노신미술학원 객원교수

- 1984년의 첫 개인전 이후 서울, 부산, 대구, 청주, 부천, 중국 심양, 일본 동경, 미국 LA 등지에서 30여회의 개인전

-서울 국제 사진 판화미술아트페어 등 수많은 판화기획 초대전, 국제전에 참가.

◇주요작품 소장처

국립 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상명대 박물관, 충북도청, 대한민국 국회도서관, 부산 민주공원, 독일 동아시아박물관(독일, 쾰른),

神州 판화 박물관(중국, 四川), 魯迅大미술관(중국, 審陽), 중국미술관(중국, 北京)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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