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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바라본 축제현장 - 27회 지용제

아담한 초가·물레방아 공원…'詩心으로 떠나는 고향여행'
젊은 시인·소설가 토크에서 젊은 문학의 미래가
공연장 가득 옥천 사람들에게선 행복함이 보여

  • 웹출고시간2014.09.29 20:01:58
  • 최종수정2014.10.06 20:06:16

'27회 지용제'가 열리는 옥천은 온통 시詩로 물들었다. 언어조탁彫琢의 마법사 정지용, 그가 애절하게 꿈꾸던 이상세계가 옥천 거리거리마다 펼쳐져 있다. 그의 생가를 복원한 아담한 초가, 실개천이 흐르고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공원, 뛰노는 동네 아이들 끼룩거리는 웃음소리, 작은 사립문, 정겨움이 느껴진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중략) 조국 상실감에서 나온 시「고향」을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며 음미해 보니,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갈등을 미루어 짐작케 된다. 고향을 유토피아로 간절히 노래했음에도, 상심을 노래할 수밖에 없었을 역사의 궤적에 '향수'에 들뜬 마음이 다소 무거워 진다. 옥천이 낳은 시재 정지용, 주옥같은 언어들로 격정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생가 마당가운데 텅 빈 우물이 애상하다.

지나가는 중년의 남성에게 축제 주공연장 가는 길을 물었다. 설명하는 표정이 친절을 넘어 밝게 상기된다. "생명의 땅이자 문향의 고을" 임을 알리는 곳곳의 커다란 벽화와 현수막들, 정지용얼굴을 익살스럽게 묘사한 탈을 쓰고 걸어 다니는 캐릭터, 공중의 에드벌륜, 옥천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용의 생애는 우리 역사를 닮았다. 비극의 역사는 그를 월북시인으로 낙인찍어 그의 문학을 묻어버렸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의 폭력을 감내해야 했던 우리민족, 그러나 기개 넘치는 강인한 민족적 의지로 다시 오늘의 우리로 거듭나게 되었듯, 1988년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던 해, 그는 해금解禁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판금'의 서슬 앞에 그를 기억하는 모두가 30여년을 숨죽이며 기다렸다. 1988년 4월 1일 그날, 그를 흠모해 마지않았던 시인과 문학인, 그의 제자들이 모여 '지용회'를 발족하고 그해 5월 '제1회지용제'를 시작으로 올해로 27회를 맞고 있다.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열리는 각종 축제 현장 중 노상무대서 열리는 저녁축제에 참석했다. 어스름 서쪽 붉은 해가 산자락에 걸려있다. 발간 립스틱을 칠한 듯, 어린애 혓바닥인 듯 점점 작아지더니 못내 꼬리를 감추고 만다. 애잔하니 울려 퍼지는 '향수' 노래를 들으며 야외무대돌계단에 앉아 있자니 온몸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저녁공기처럼 그리움 한 자락 슬며시 밀려든다. '플라워싱어즈'자매들이 꾸미는 식전행사, 시공을 초월한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화합을 상징하며, 꽁지머리 젊은이와 판소리여인의 공연이 이색적이다. 랩과 판소리의 만남, 칼칼한 김치찌개와 햄버거 맛의 조화가 경쾌하다. 정지용을 롤 모델로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의 토크에서 젊은 문학의 미래를 보았다. 노련하게 좌중을 압도하며 꾸민 가수 정훈희씨 무대는 폭발적이었다. 맑고 고운 그녀의 음성이 특색이었는데 원숙한 중년여성의 폭넓은 음성으로 열창하는 그녀에게서 목소리도 세월 속에 익어 감을 실감한다. 중2남학생과 어린여학생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시 낭송은 끝내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 지용문학상 수상작인 나태주시인의 "꽃2"낭송은 무한 감동이었다.


공연장 좌석을 가득 메운 옥천 사람들의 가슴에 물드는 詩心… 옥천의 가을밤은 그렇게 시심과 함께 깊어간다. 숨으로 느끼는 좋은 시 한편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한없는 감상에 젖게 하는지 언어의 신비를 경험했다. 시는, 아프게 꿈을 꾸어 낳는 거라 했다. '詩心으로 떠나는 고향여행'을 주제로 열린 행사장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밤길,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나태주의 꽃2 한 구절이 고속도로에 꽃잎처럼 날린다.

/ 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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