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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9.25 18:27:23
  • 최종수정2014.10.09 17:57:50

손순옥의 '목계나루'

어둠이 꿈결처럼 내려앉은…. 조금은 쓸쓸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괜찮다. 노랑 불을 켜고 꿈꾸는 아기별들이 있으니까. 멀리 희뿌옇게 여명이 밝아온다. 아기별들의 젖은 눈망울인가. 눈물을 구슬같이…. 신비를 부르는 고도의 세련미 넘치는 촘촘한 색채 적 표현에 매료된다. 어둠속에서 애잔하니 노랑 불 밝히고 있는 아기별들은 꿈길을 거닐고 싶게 한다.

'끝없는 꿈길' 이란 말이 좋다. 문자로 표현하는 말 중 꿈이란 말보다 좋은 말이 있을까. 흐르는 세월의 강물에 떠밀려 금시 잃어버린다 해도, 가끔은 옛날을 더듬으며 꿈길을 걸을 수 있는 추억 한 자락 있다면 하루쯤은 넉넉히 행복하리라.

"목계장터는 길, 장터, 강, 세 가지가 결합한 길 위의 장터로 최대 성시를 이룬 조선시대 5대 갯벌장 중 하나였다. 목계지역의 장시는 삶의 터전이고, 교역의 장소였다. 다시 찾은 목계나루 전망대에서 흔적밖에 남아있지 않은, 나루터의 나그네의 끝없는 꿈을 생각한다." 화제畵題「목계나루-끝없는 꿈길」의 손순옥작가가 풀어내는 작품설명이다.


목계나루의 역사를 조밀하게 천착하면서 옛 나루터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다.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흔들면서 가을을 향해 속도를 내던 날 찾아간,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에 있는 나루터는 텅 비었다. 입구에 덩그러니 서있는 돌비석만이 이곳이 나루터였음을 말해주고 있을 뿐, 옛 정취는 온데간데없다.

쇠락한 목계나루엔 소금장수도 객주집 아낙들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쓸쓸함만이 강물에 얹혀 흐른다. 골목에 자리 펴고 앉아 사람들을 불러 세우던 방물장수는 이제 없다. 왁자하게 흥정하고 다투고 고함치던 사내도 볼 수 없다.

그 옛날의 꿈길이라도 거닐고 있는 건가. 시간이 멈춰버린 채 강 언저리에 걸려있는 낡은 나룻배한척이 서럽다. 하지만 목계나루의 은성殷盛했던 옛 시절은 또 하나의 태양으로써 조찰히 늙어가는 사람들의 옛 추억이 깃든 시대의 총아이다.


목계나루는 조선 후기에 5대 하항이었으나 1920년대에 충북선 철로가 개통되면서 하항의 기능을 잃고 쇠락해갔다. 전성기에는 800호 넘는 취락지가 조성돼 있었단다. 100여척의 상선이 동해의 생선과 영남 산간지방의 화물을 싣고 오갔다. 충주, 단양, 제천 등지의 세곡을 마포로 수송하는 한강수계의 중요한 항구였던 곳이다. 마포에서 소금 배나 짐배가 들어오면 사흘이나 이레씩 장이 이어지며 섰다고 한다.

저녁 새 한마리가 텅 빈 나루터를 낮게 난다. 물속 같은 사유의 시간을 하나씩 짚어 보면서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가까이 보는 들꽃으로 달랜다. 스치는 소슬한 바람이 문득 서러워 신경림 시인의 '목계장터'를 소리 내어 읊어본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중략)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임미옥 기자 ohk2226257@hanmail.net

손순옥 작가

충북대학교 대학원 미술과(서양화) 졸업

개인전 17회(청주, 서울, 대전, 부산 등) / 주요단체전·기획전(1991년~2014년 230여회)

2014 충북인문자연진경전(청주예술의전당) / 2014 온 힘'Total energy'

(현대백화점충청점 갤러리H) / 2013 충북민족미술아트페스티벌(우민아트센터)

2011 개인전 온 힘 (제이갤러리.서울) / 2009 개인전 채송화(무심갤러리.청주) 등

現 충북민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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