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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향불은 혼령에 대한 '내비게이션'

하늘에 계신 혼령에게 '이리로 내려오세요'라는 신호
과일 紙榜에서 가장 멀게 상차림하는 것은 후식개념
'북어포=술안주' 개념, 상위의 위치는 가문마다 달라
숟가락 정돈하는 '삽시정저', 東頭西眉 원칙이 맞아

  • 웹출고시간2014.09.04 19:39:11
  • 최종수정2014.09.06 23:25:19

추석 차례상에서 과일을 지방(신주)에서 가장 멀리 놓는 것은 '후식' 개념이고, 북어포는 혼령의 술안주를 의미한다.

조선시대 예학사상은 추석 차례상 차림에 압축돼 있다. 먼저 지방(紙榜) 바로 앞에는 송편 등 음식을 놓고, 가장 먼 곳에는 과일을 놓는다.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한 이론이다. 고인의 생전 밥상을 그대로 재현에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매일 밥상을 대할 때 내 앞에 바로 놓이는 것은 밥과 국이다. 그리고 과일은 이른바 '디저트' 즉 후식이라고 해서 가장 나중에 먹는다. 망자에게도 이 이론이 적용돼 과일은 지방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가장 멀리 위치한다. 후식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말 동학 교도들은 제사상을 그 반대로 차렸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향벽설위(向壁設位), 즉 지방이 있는 벽을 향해 차례상 차림을 한 것이다. 그러나 동학에서는 그 반대인 '향아설위'(向我設位), 즉 나를 중심으로 상차림을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은 '조상의 영혼은 살아있는 사람, 곧 후손들에게 살아 숨쉬는 것이니 벽이 아닌 나를 기준으로 제사상 차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례상에는 생선을 얇게 저민 것인 포(脯)를 생략할수 없다. 특히 북어포가 대표적 이다.

역시 알고 보면 간단한 이론이다. 애주가 중에는 생맥주와 마른안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로 포에는 '혼령도 술을 마셨으면 안주를 드셔야 한다'는 논리가 담겨있다. 북어포는 혼령이 드실 술안주, 그중에도 마른 안주를 의미한다. 조선시대에는 포의 위치, 즉 오른쪽에 놓느냐, 왼쪽에 놓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좌포는 노론계 집안, 우포는 남인집안'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퇴계 이황 집안은 중포, 즉 포를 중간에 놓았다고 구전되고 있다.

생선을 놓는 방법도 가문마다 큰 차이가 났다. 생선의 경우 '배남복북'(背南腹北), 즉 등이 북쪽으로 향하는 것을 원칙으로 봤다. 그러나 일부 가문은 생선의 등이 벽을 향하는 것은 지방로부터 도망하는 모습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그 반대로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적(炙)으로 사용된 닭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지금도 일부 가문은 닭의 배가 아래로 향하는 것은 날아감, 즉 도망하는 모습이라고 여기고 있다. 때문에 닭의 배가 하늘을 향하도록 해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과일 중 복숭아는 전통적으로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공자가 '복숭아는 하품이다'라고 한 말씀한 후 그렇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자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복숭아에는 털이 많고, 그리고 혼령들은 그 털을 무서워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 차례상에는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팥으로 만든 떡을 올리지 않는다. 역시 벽사적 믿음으로 귀신은 붉은색을 무서워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는 추석날 차례 순서를 살펴보겠다. 강신(降神)-참신(參神)-헌주(獻酒)-삽시정저(揷匙正箸)-시립(侍立)-사신(辭神)-합문(闔門)-철상(撤床)-음복(飮福) 등 대략 9단계를 거친다.

차례의 첫 번째 순서인 '강신'은 '내릴 降', '귀신 神' 자를 쓴다. 즉 혼령을 하늘에서 인간세계로 하강하도록 유도하는 절차다. 따라서 대문과 방문을 열고, 집안에는 향불을 피운다. 촛불을 켜는 집도 있으나, 충북의 경우 차례 때는 안 켜는 집이 더 많다.

추석 차례 등 제사 때 향을 피우는 것은 좀 과장하면 하늘에 있는 신을 대상으로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는 것과 같다. 하늘 높은 곳에 있는 혼령을 부르기 위해서는 그곳까지 어떤 방식이든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 연락병 역할을 향이 한다.

예학에서는 향을 사르면 그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그 연기 냄새를 맡은 혼령이 후손집으로 하강한다고 여겼다. 민속학에서는 명절 무렵의 돼지 멱따는 소리도 혼령을 부르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

참신은 '참석할 參' 자와 '귀신 神' 자를 쓰고 있다. 즉 조상 혼령이 집안으로 들어온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집안의 장자인 제관이 먼저 두 번 절을 하고 나면 나머지 차례 참석자들도 일동 재배(再拜·두 번의 절)를 한다.

제사 때 남자는 두 번 이지만 여자 참석자는 4배, 즉 4번 절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여성들이 가장 서운해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남녀 차별의 의도가 아닌, 주역 해석에서 비롯됐다.

주역 음양이론에서는 산 사람(生者)과 남자는 '양'(陽)의 도, 죽은 사람과 여자는 '음'(陰의) 도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때 산 사람에게는 홀수 즉 한 번 절하고, 죽은 사람에게는 짝수 즉 두 번 절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여자가 차례에 참석하거나 묘지에 가면 '두 번의 두 배'인 4번 절을 해야 한다는 셈이 나온다.

차례에서 절을 할 때 두 손을 모으는 데도 나름의 정해진 '룰'이 있다. 이를 공수법(拱手法)이라고 한다. 복잡해 보이나 원리를 알면 그리 어렵지 않다.

예학에서는 앞서 언급한대로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에게는 반대되는 의례를 적용하고 있다. 남자가 평상시 맞절을 할 때는 왼손이 위로 가고, 흉사시에는 그 반대다.

그리고 음과 양은 반대로, 여자는 남자와 반대되게 손을 잡아야 한다. 역시 주역 음양이론에서 비롯됐다.

차례의 세 번째 순서는 조상신에게 술을 올리는 '헌주'다. 기제사와 달리 차례는 제주가 직접 상위 잔에 바로 술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어느 집안에서는 술잔을 한번 향불에 돌린 후 올리고, 나머지는 직접 상 위의 잔에 따르는 경우도 있다.

만약 차례가 아닌 기제사라면 이 단계에서 '첨작'(添酌) 행위가 동반된다. 이는 술잔을 올릴 때마다 젓가락을 안주가 되는 제물인 포, 적에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조상신에게 술잔을 올릴 때 향 위로 세 번 돌린 후 건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자가례나 예학에 이것에 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는 거한설, 정화설, 불교 관련설 등이 존재한다.

거한설(去寒說)은 술잔의 찬기운을 없애기 위해, 정화설(淨化說) 술잔을 향불에 상징적으로 소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불교에는 탑이나 전각을 우측으로 세바퀴 도는 '우요삼잡'(右繞三·)이라는 의례가 있다.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로, 돌리는 방향은 '오른쪽이 맞다'라는 의견이 많다.

술잔올리기, 즉 헌주가 끝나면 수저와 젓가락을 정돈하는 의식이 뒤따른다. '삽시정저'라 한다.

색동저고리의 '색동'은 오방색 천조각을 층지게 한칸 한칸 잇대어 만들었다는 뜻이다.

ⓒ 사진 출처=한복전문 예담
예학이론 중에 동두서미(東頭西尾), 즉 머리는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차례상 '삽시정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숟가락과 젓가락의 머리 부분은 동쪽, 그러니까 오른쪽으로 향하게 하고 꼬리는 왼쪽으로 향하게 놓는 것이 맞다.

차례의 마지막 절차는 '음복'이다. 종종 음주운전을 낳기도 하는 음복은 '복을 마신다'는 뜻으로, 혼령이 먹던 제물을 후손들이 받아 먹음으로써 그 복덕을 물려받겠는다는 감염적 주술 의미가 강하다.

본래는 술만을 뜻했으나, 지금은 모든 제물을 나눠 먹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석이 되면 추석빔으로 '색동저고리'를 많이 입었다. 색동저고리할 때의 '색'(色)은 오방색을 의미한다. 뒷말 '동'은 다소 어렵다.

순우리말 중에 '한 칸'을 의미하는 단어로 '동'이 있다. 바로 '색동'은 다양한 색의 천조각을 층지게 한칸 한칸 차례로 잇대어 만든 것을 말한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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